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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길옥
ㆍ작성일	2011-08-16 (화) 09:57
ㆍAutoPlay	MediaPlayer

할머니의 바다


♣ 할머니의 바다 ♣
     - 시 : 돌샘/이길옥 -

할머니의 짭짤한 세월이 해풍을 쐬고 있다.
할아버지 먼저 데려간 바다 귀퉁이다.
시퍼렇게 멍든 바닷물 들썩이는 소리가
할머니 가슴에 들어와 매질을 한다.
다 잊고
훌훌 털어버리고 살다 가겠다던 다짐이
뻘밭을 덮치는 밀물에 묻힌다.
몇 년째 혼자 맞는 할아버지 가신 날이다.
눈물 섞어 지은 음식에
할머니의 아린 정을 몽땅 쏟아 붓고
혼까지 털어 붓고
뜬눈으로 지샌 밤을 툴툴 털어낸 뒤
할머니는 한 많은 세월을 갯바람에 말리고 있다.
그런 할머니를
파도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골라내고 있는 할머니를
바다는 늘 외면하고 있다.
외면하는 만큼 할머니의 삶은 강단지게 굳어가고
개펄을 뒤져 할아버지의 혼을 찾는 재미로
살맛 퍼덕이는 할머니의 평생이 비릿하다.
때가 되면 따라 가리라던 다짐 뽑아들고
잠깐 머문 노을이 타는 바다에
몸 던지고 싶은 유혹에 끌리던 무릎이 휘청
중심을 놓치자
할아버지의 부릅뜬 눈 호령이 붉게 이글거린다.
놓친 정신이 번쩍 벼락을 맞는다.

   - 제5회 한국문학신문 문학상 시 부문 대상 수상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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