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자국

글  : 박선화

아무도 밟지 않은 
첫 새벽의 길
아직 어둠이 풀어 헤쳐져
깊숙이 내려앉은 이 길이
당신 마음이라면......

나는, 그 길을 잠시
지르밟은 나그네.

마른 새벽길은
바람이 왔다가는 것도
사람의 발자국도 
흔적으로 담지 않는데
깨어진 사랑에 미련을 두고 
밤을 지새운 당신 가슴에
차마 피지 못한 꽃으로 드러누운
나그네의 흔적을 거두시어요.

일순간 타올랐던 열정도
세월의 사금파리에 찍혀 
두고두고 아파해야 할 상처이기에
벼랑으로 오롯이 난 그 길을 지우시어요.

첫 새벽
길을 나섰던 내 발자국은
전철이 지나는 길이 마지막이듯
당신이 가진 상심한 기억 한 점도 
이젠, 
하얀 망각의 점을 찍어야 하리.

별이 지고 있는 이 새벽에.....


======= 詩 作  노  트  =======

세상에 사랑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우리 사는 이 곳에
노래는 더 이상 없었을 것이다.
시냇물에 돌이 없으면 소리가 없듯이 우리에게
사랑이 없었더라면 세상에 노래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을 생각하면
성공한 사랑이나 깨어진 사랑이나 모두 다 아름답고 고귀한 것임을........
아주오래전 첫사랑과 어색한 해후를 하고 그 첫사랑은
가끔 안부나 물으며 오래도록 이렇게 지내길 원했으나
사람 사는 일이 어찌 그렇게 쉽던가?
일년에 한 두번 안부 전화를 했었지만...
서로에게 그것마저 사치라 치부하고 내가 먼저 멀어져 와 버렸다.
그리고 세월은 한 치의 멈춤도 없이 변함없이 흐르고
지금의 난 그 사람의 마음에 난 첫 길을 다녀온 나그네.
나그네는 오늘도 타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