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8-01-28 19:52

ㆍIP: 221.xxx.92

1987 영화를 보고.

1987 영화를 보고. // 황우 목사 백낙은.

며칠 전에 아내와 함께 1987이란 영화를 보았다. 그 내용에 대해선 이미 잘 알려졌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고문 방법에 있어 전에 내가 듣거나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대중매체이기 때문에 모두 다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때 옥살이를 했던 동료 목사님들의 증언에 의하면 영화보다 더 잔인한 고문이 있었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든다면 지옥의 소리와도 같은 소음을 들려주어 며칠이고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 가족들의 음성을 들려주면서 변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그 외에도 똥통 고문 이야기도 있었고, 성기 고문 이야기도 들었지만, 나도 믿기지 않을뿐더러 말하기도 민망해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한 혹독한 고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당시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정의감에 불타서 민주화운동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나도 많은 사람에게 목사가 목회나 하지 왜 데모를 하느냐는 핀잔도 듣기도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내가 포항에서 EYC 소속 청년들을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멤버들과 함께 독재에 항거하는 민중집회를 하기로 엄밀하게 모의를 했었다. 포항이라는 곳은 제철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감시가 심해서 노조결성은 물론 데모를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거사일 당일 정작 집회를 주도하기로 한 EYC 소속 청년들이 제시간에 참석하지 못해서 차질이 빚어졌다. 청년들이 마지막 점검 차 어떤 다방에 들어갔다가 경찰에게 감금되어 정한시간에 참석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수백 명의 시민이 죽도시장 앞에 운집해 있었지만, 시간이 다 되어도 청년들이 나오지 않아서 항거운동이 무산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생각다 못해서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 옆에 김 모 목사님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가 그 목사님에게 “우리 죽어도 깩소리라도 한번 하고 죽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했기 때문에, 포항 죽도시장 앞 개풍약국 사거리에 운집한 군중들 가운데로 뛰쳐나가서 데모의 불을 붙인 것이다. 사실 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이 많은 군중을 이끌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통일의 노래를 비롯한 몇 가지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운집한 시민 중에 “저 사람 누구야?” “저 사람 용기 있다.”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만약 나도 잡혀가면 이미 들었던 그 잔인한 고문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렇게 내 나름대로 항거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1987 영화를 보니 그때 그 탄압과 모진 고문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운동을 했던 젊은이들에게 정말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못한 것 때문에 죄송하다는 생각과 함께 고마운 마음에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뒤돌아보면 민주주의란 피 위에 세워진 망루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권력이란 그 근본이 깡패 근성을 지녔기 때문에 우리가 모두 정신을 차리고 지키지 않으면 고무줄처럼 옛날로 되돌아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피와 땀, 그리고 눈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를 다시 도적맞지 않도록 망루에 서서 지켜야 한다. 그리하여 더욱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김경렬

2018-01-29 06:34

그런일이 있으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감동의 박수를 보냅니다.
작금의 한심한작태가 하루빨리 정상화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파에 건강하시고 감기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김경렬 작가님. 버선 발로 달려오셨군요. 어떻게 보면 제 자랑을 하는 것 같아 망스렸습니다. 그런데 박수까지 보내 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저도 서울 가서 목사님들과 같이 데모를 하다가 최류탄을 맞아 보았는데 진짜 괴롭더라고요. 옷에벤 최류까스 때문에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다른 사람까지 괴롭게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 아픈 역사는 이제 그만 종지부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강 한파에 건안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1/29 20:08

김종덕

2018-01-30 11:51

백 위원장님, 잘 지내셨읍니까? 1979년 10월 26일 부산에서는 부산극장 앞에서 그 때 정권의 마지막 집회가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상가의 주인들이 저희 학생들을 숨겨주고, 주먹밥 주고, 같이 항거한 그날 저녁에 정권이 무너졌읍니다. 그 때 까지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었읍니다. 지금도 저는 자유와 생명은 공존하지 못한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잇읍니다. 자유는 생명을 바쳐 일구어낸 꽃이기 때문입니다. 위원장님의 이야기에 그 때의 일들이 가슴에 남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백낙은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 하나가 모이고 모여 강수 이루듯 그 때 흘린 눈물과 땀, 그리고 피가 오늘의 자유를 우리들에게 가져다 준 것이라 여깁니다. 과거의 흉터를 바라보면서 다시는 그러한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소중하게 지켜 나가야 하리라 여깁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늘 건안하시기를 빕니다.	1/30 15:02

김상화

2018-02-02 00:59

안녕하세요. 데모와 민주화가 등장하네요
위원장님께서도 목사 신분이었지만 젊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젊었을 땐 정의를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았으니까요
저도 4.19 떼 데모하다 잡혀 영창에서 하룻밤을 자고 온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나라가 너무도 소란합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을 저로선 판단을 못 하겠네요
아무쪼록 여야가 합심해서 국가의 백 년 대게를 위해 일을 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위원장님 잘 배 독하고 갑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김상화 작가님. 작가님도 그러셨군요. 그렇게 어렵사리 얻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가 잘 못 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평창 올림픽은 물론 남북과 세계가 평화롭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시고 보람된 나날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2/2 11:40

박목철

2018-02-04 13:44

그런 일도 있으셨군요,
사실 저는 직접 데모에 참가한 적은 없습니다.
전두환이 유난히 외국 나들이가 잦아 그 때마다
차비를 주고 여의도에 나가서 손을 흔들라고 했습니다.
저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습니다. 그냥 조퇴해서 집으로 왔습니다.
길거리에서 전통을 환영할 맘이 전혀 없었고, 그걸로 문제가 된다면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극적 반발 만 한 셈입니다.
그렇게 여러분들이 어렵게 쟁취한 자유가 방임으로 흘러 파업과 농성으로
국력이 낭비되는 것을 보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민도가 아직 멀었구나 였답니다.
저도 독재에 반감을 품고 살았지만, 그 반대 쪽 진영의 하는 짓도 걱정입니다.


백낙은	소운 작가님. 정성 담은 댓글에 깜짝 놀랐습니다. 정치라는 것은 마치 불덩어리와 같아서 너무 가까이 가면 타고, 너무 멀리 가면 추운가 봅니다. 인생살이 자체가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것 같이 사회 참여도 몹씨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추위가 심하네요. 모쪼록 건강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4 22:05

말과 글.

2018년 개띠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