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병

아침 출근 통근 버스에 올라, 앞 자석에 자리를 잡고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버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국에 관한 이야깃거리인데, 중국에서는 주위의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못 본 체한다는, 이른바 무관심 병이 사회 문제라는 뉴스다. 텔레비전에 생생히 나오는 장면이 실로 충격적이었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전화를 받는 여성에게 취객이 달려들어, 성추행하는 동안, 9명이 지나치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여성이 저항하다, 힘에 부딪혀 다급히 구조 요청을 하는데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 또 두 운전자가 시비 끝에 도로 한복판에서 난투극을 벌이는데도, 경적을 울릴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는 사람 없고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한 어린이가 통학 버스에 치여, 생명이 붙어 있는 20분 동안 수많은 행인이 지나갔지만, 누구 하나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아이는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영상이 적나라하게 뉴스로 방영되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 여성이 다리에서 투신하는 영상이었는데, 모여든 많은 사람이 구경만 하고, 어떤 사람은 투신 순간에 환호성을 질렀단다. “멋지다. 나이스샷.”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뿐 아니라 중국인의 무관심병 기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지만, 자기 일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 중국인들이 걸린 무관심 병이다. 이 정도면 살인방조죄에 해당하는 건 아닐까? 무관심 병은 무서운 병이다. 옆에 있으면 살기가 가득해 전신에 소름이 돋을 것 같다. 인간의 탈을 쓴 사람으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망각하고, 양심의 가책조차 없는 것이 더욱 무섭다.

인간이 사는 사회의 도덕성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사람이 사는 인간 사회가 동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미물인 동물보다도 못하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 전에도 브라질의 한 청년이 중국에서 집단 린치당했다는 것을 어느 매체를 통해 접한 것이 기억난다. 중국인 여자가 소매치기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도와주려다, 소매치기 패거리에게 몰매를 맞는데, 도와 달라는 브라질 청년의 간곡한 요청에도, 그 많은 중국인이 외면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3년을 살아 분명히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한다. 이러한 중국인들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브라질 청년이 토로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한, 브라질 청년의 모습이, 중국인들의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취 졌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신이 일이 아니면 남이야 죽든 말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중국인들의 수수방관(袖手傍觀)적 자세는, 머지않은 시기에 자신에게 미칠 불행임을 그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중국 사람은 자신의 불이익에는 못 참지만, 불의에는 참는다고, 누군가가 비아냥거리며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중국의 개인주의가 극에 달한 것을 꼬집는 글이리라. 개인주의에 편승해 도덕적 마지노선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도가 높다. 무관심 병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정부가 뒤늦게 나서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으면 처벌하는 규정을, 언론을 통해 캠페인성 보도를 쏟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니 딱할 노릇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孟子)는 일찍이,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설파하며, 사람의 품성을 으뜸으로 꼽았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 하여, 사람이라면 남의 어려움을 불쌍히 여기는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있다는 것이다. 맹자(孟子)의 후손인 중국인들이 다시금 되새겨볼 말이다. 중국인들을 손가락질하며 탓하기 이전에,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성 또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중국의 무관심 병을 우리 대한민국인이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도 전염이 된다면 큰일이다. 경각심을 깨달아 우리 스스로가 사전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중국인의 무관심병, 이와 유사한 뉴스가 우리 국내에서도 발생한다는 뉴스가 매스컴을 통해 간간이 들려온다. 심히 염려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