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경옥
ㆍ작성일	2021-01-08 15:02

ㆍIP: 175.xxx.237

더 높은 곳을 향하여

3.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그래, 이 맛이다. 에스엠을 탈 때는 에스엠 앞유리만큼 세상이 보였다. 신형카니발을 탈 때에도 카니발 앞유리만큼 세상을 보았다. 15톤 덤프를 타니 둘은 견줄바가 아니었다. 더 넓고 높은 세상을 본다. 내려다 볼 수 있는 것들이 추가된다.

예정에 없던 반나절 일이 들어왔다. 하릴없이 시간을 축내던 남편은 함께 다녀오자 한다. 하수도 작업현장에 있던 관로지지대? 암튼, H자 모형의 현장자제를 다른 현장으로 옮겨 달라고 한단다. 동네에서 공주 공사현장까지는 한 시간여가 소요되는데 왕복 두 시간이면 드라이브로도 손색없는 돈벌이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좋다 가자~

차에 오르기도 벅차다. 공중에 매달리듯 발판을 밟고, 흣차~ 한 번 외치니 어구야~높다. 통유리인 앞창엔 여적 얼음꽃이 시들지 않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꽃잎이 하루살이 생을 녹일 때, 덤프의 심장은 울컥울컥 열기를 내뿜는다. 시끄럽게 설레인다. 주차장 앞쪽에 위치한 집, 높은 담벼락 한 번 넘지 못했던 시선이 아주 쉽게 넘는다. 골목길을 지나갈 때마다 어지간히도 짖어대던 강아지의 모습도 보인다. 저놈이구만,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우당탕거리며 포크레인은 현장자제를 싣는다. 적재함 다 부셔지는 소리가 들린다. 놀란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니 이 정도는 갓난아기 다루는 정도란다. 일머리 없는 사람들은 문짝도 때리곤 해서 가끔 싸우기도 한단다. 전에 남편도 참다참다 못 참고 포크레인과 한 바탕 설전을 치루고 온 적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일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일을 보낸 중기사무실에선 되려 포크레인을 탓했단다. 얼결에 남편 자랑질이 되버렸다 😏
중장비 하는 사람들은 묵직하다. 욕도 덩치도 으름장도..

좁은 동네 길을 벗어나 쭉 뻗은 사차선을 달린다. 고가로 이어진 길 위엔 뽀얗게 먼지 아닌 먼지가 날린다. 눈이 오면 도로는 염분 천지다. 몇 대의 차들이 추월한다. 우리의 현재 속도 60. 도로의 규정속도 80. 쩝.. 그래, 먼저 가라. 그들이 가버리고 앞유리엔 뿌연 안개가 낀다. 짠 맛이 날 것만 같다. 허허, 뒷쪽을 비추는 블랙박스 화면이 순간 먹통이다. 10개의 바퀴가 동시에 지나가니 염화칼슘의 잔재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뒤에 따르는 승용차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절대 중장비 뒤는 따라가지 않도록 하자. 골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으니.

계룡터널에 들어선다. 차가 높아서 그런걸까? 소음이 덜 들리는 느낌적인 느낌. 좌석이 불편해서 글치 어째 승용차보다 드라이브하는 맛이 좋다. 탁 트인 시야는 앞차 실내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지, 다리를 잡고 있는지, 아니면 .. 뭐?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배건^^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썬팅이 진해도, 쓩~ 지나가도 볼건 다 볼 수 있다. 물론 조수석에만 가능한 일.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해야 하니까. 대신, 실시간 방송은 기본적으로 실행한다.
연인이 탄 차는 저만치 앞서간다. 그들의 실루엣도 멀어진다. 내 안에도 늑대가 사나보다. 아우우~ 하울링이 새어나온다. 멋쩍은 입맛을 다신다. 또 삼천포로 빠졌다. 써글.

점점 추월당하는 횟수가 늘어간다. 덤프는 시간의 구속은 없어 느긋하게 달린다.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경도 선명하다. 그것만으로도 여유로운 시간이다. 코너를 돌자 이백미터 앞 교차로에 빨간 불이 켜진다. 앞지른 차량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추월한 이유에 대해서 묻고 싶다. 먼저 가고 싶었으나 먼저 가지 못한 차들. 내려다 보이는 그들에게 썩소를 날린다. 우리가 빨리 못 가서 안 가는 것이 아니다. 신호체계를 알기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을 뿐. 기름값도 점점 오르는데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지. 급출발 급제동이 기름먹는 하마란다. 또, 또,.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튀어나가는 차들. 오늘따라 제네시뽕과 볼뽕들이 눈에 많이 띈다. 부럽다 부러워~ 그래도 아까 그 연인들이 더 부럽부럽. 헷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고했다. 그대의 역할은 여기까지. 네비게이션을 머리에 장착한 남편에게 초행길은 편도면 끝난다. 두 번의 초행길은 없다. 능수능란한 운전은 자유스럽게 도로를 점령한다. 정열의 붉은 빛을 띤 덤프의 차량번호는 5858. 연인들이 탄 번쩍이는 고가의 승용차들도 부럽지 않다. 있는 사람들일수록 남들보다 높이 올라서려 한다. 뭐 다 나같이 음흉한 정신세계로 빠지진 않겠지만 더 높을수록 내려다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너무 잘 내려다봐서 비리가 많은 걸까? 그들의 비리를 보기 위해선 그들보다 더 위에 올라서야 하는데..

갑자기 까마귀 두어마리 날아간다. 나의 시꺼먼 속내를 감지라도 한듯이. 덤프가 지나치자 후두둑 날아간다. 어디로 갈까? 어디든. 그 어디에도 시꺼먼스들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우린 우리의 길로 옳게 가면 될 일이다. 그래도.. 좀 더 내려다 보고싶다. 좀 더 높은 곳에서.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달린다.

58오빠~~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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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수 2021-01-09 13:41	이경옥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랑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참 좋네요. 유쾌한 작품에 미소를 담았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고 코로나19가 위협적인 때입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이경옥 2021-01-09 17:41	정대수 작가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첫 방문에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글솜씨로 끄적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제 글로 평소보다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정말 춥습니다. 외출시에도 항시 조심하시고 따숩게 입으셔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병화

2021-01-09 17:49

이경옥 작가님! 입성을 축하합니다.
항상 옥필 이루시고
멋진 글 자주 읽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올해 모든 일에 운수대통하시길 바랍니다.


이경옥	유병화 시인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 좋은 공간안에서 비록 부족하지만 글을 쓸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레이기까지 합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새해에는 행복한 일들 가득하시길 바래봅니다^^	1/9 17:53

소소한 하루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