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1-01-17 13:01

ㆍIP: 222.xxx.26

미완성 2

그날 오후 퇴근하는데 나보다 나이가 10살 정도 더 많은 연구과장과 교감 선생님이 술 한잔하자며 붙잡았다. 교감 선생님과 연구과장은 내일 출근하면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잘 못 했다고 빌란다. 나는
“교감 선생님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아침부터 나쁜 놈이라고 화를 내 십니까, 얼마든지 조용히 처리할 수가 있잖아요.”
“김 과장, 교장 선생님은 전교생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그랬을 거야”
“그래도 그렇지, 확실하지 않은 일로 전교생에게 장시간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그나저나 교장이 화가 단단히 났나 봐, 김 과장이 학생과장 하기 싫은 모양이라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면”
“교감 선생님 저 학생과장 그만두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일 아침 교장실에 찾아가 사과해, 교장 선생님과 김 과장이 학생 지도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모두 다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겠어.” 역시 교감 선생님은 상담 교원다웠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사회를 가르치셨는데 원로가 되면서 상담교사로 바꾼 분이다. 처음에는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나는 중학교 은사님이시면서 정년을 채 1년도 남지 않은 교감 선생님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서 내일 교장실에 찾아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헤어 젖다.
다음 날 나는 간부회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2교시에 수업이 없어 교장실을 노크하고 들어가자 교장은 소파에 앉아 뻔히 쳐다보면서 앉으란 소리도 않는다. 표정이 네가 왜 들어와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의 앞에 선체로
“교장 선생님 어제 제가 생각이 짧았던 모양입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게 뭐야”
“그래서 이렇게 찾아와 사죄하는 것이 아닙니까? 하자
“나가 봐” 해서 인사하고 나왔다. 그 후 나는 교장과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분명 교장은 나를 용서한 것이 아니었고 나도 진심으로 잘못되었다고 사과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해가 바뀌었다. 나는 인근에 있는 시로 내신을 냈는데 떠나지 못하고 예비 순번 4번째로 나와 있었다. 그러다 보니 3월부로 학생과장에서 밀려나 윤리 과장을 맡게 되었다. 담임은 교감 선생님이 8월 말에 퇴직인데 2학년 수학여행을 인솔할 교사가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나보고 2학년 1반 담임을 맡아 수학여행을 추진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나는 교직에 들어 온 지 12년 차가 되었지만, 그동안 가는 학교마다 주로 3학년을 담당해 왔었다. 다만 중학교에서 학기 중 본의 아니게 고등학교로 전출했는데 그때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했고, 강원도에서 충청도로 전출해 오니까 중학교 1학년 남학생 담임을 주어 고전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11년 동안 1학년 담임 두 번 하고 9년 동안 3학년 담임만 하다 보니 수학여행을 따라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2학년 1반 담임을 맡겨 수학여행을 추진하라고 했다. 다른 교사들은 교직에 들어와 5년이면 다 경주를 가 보는데 나는 아직 경주를 가보지 못했다. 그런 것을 아는 교감 선생님이 배려해서 2학년 담임을 맡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표현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교장에게 완전히 찍혀 눈 밖에 난 찬밥 신세 교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추진해 나갔다.
그런데 3월 말에 실시하는 수학여행을 인솔하면서 관광버스 기사들과 경주에서 한바탕 힘겨루기를 하기도 했다. 원인은 기사들이 팁도 안 주면서 여행코스를 길게 잡아 자기들을 혹사시킨다는 이유였다. 나는 수학여행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사람이라 욕심을 부렸던 모양이다. 천안에서 2박 3일 코스로 첫날은 경주를 관광하고 둘째 날은 진해 벚꽃 구경을 한 다음 경주로 올라와 자고 마지막 날 포항제철과 울산현대조선소를 견학하는 코스로 잡은 것이다. 나는 관광회사의 조언을 받아 코스를 정한 다음 계약했었다. 그런데 기사들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경주에서 1일 차 관광이 끝나자 저녁에 예행 코스가 무리라며 김해로 가는 것을 취소하든지 아니면 울산과 포항의 산업단지 견학을 포기하라고 압력이 들어 왔다. 나는 절대 안 된다고 버티자 기사들은 못 한다며 차를 다 철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나는 마음대로 하라며 차를 철수하면 우리는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기차로 돌아가겠다며 대신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버티자 결국 기사들이 처음 계약대로 수학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그때 총 인솔 책임자인 교감 선생님이 밀어주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 젖나 알 수 없었지만, 여행이 끝나고 교감이 교장한테 그런 사실을 보고하자 교장은 나에게 너무나 욕심을 부렸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나는 교장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맡은 일을 충실히 추진하고 있었다.
이런 속에서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계절학기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마지막 학기로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6월 24일이 금요일이었다. 그날 나는 대학교에서 지도교수와 졸업논문 마지막 미팅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조회 시간에 학급에 들어가 보니 결석생이 나타났다.
그 녀석은 1학년 때 툭하면 결석이나 가출로 담임에게 애를 먹였던 학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담임선생님이 학생과장이었던 나에게 퇴학 처리를 해 달라고 부모가 맡겼다며 부모와 학생 도장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학생 퇴학만은 절대 안 된다며 계속 달래어 2학년에 올라왔는데 내가 담임을 맡게 된 것이다. 나의 교육관은 학생이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퇴학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고 의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고 의식을 갖게 된 것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수업료를 못 내 제적처리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교에서 퇴학 처리를 한다는 학생이 나타나면 내가 맡아서 졸업시킨 학생이 몇 명 있었다.
그렇다고 학생을 무조건 감싸고 보호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남보다 무섭게 지도하여 버릇을 고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학생도 학년 초에 결석하려다 단단히 혼이 난 후 학교에 잘 나왔는데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나오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 학생 집을 아는 학생 두 명에게 점심 시간에 학생 집에 가서 학생이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보냈었다.
그리고 점심을 일찍 먹고 서울을 가기 위하여 학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막 100m 정도 가는데 차창 너머 개울 건너편에서 한 학생은 도망가고 두 학생은 쫓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우리 반 학생들이었다. 아마 교문 앞까지 데리고 왔는데 학교로 들어가지 않고 도망가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공중전화로 오토바이가 있는 젊은 체육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학교에서 1km 남짓 떨어진 학생 집에 가서 담임이 혼내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며 학교에 가자고 달래서 데리고 와 달라고 부탁했다.
토요일인 다음 날 출근하니 체육 선생님은 어제 학생 집을 방문해서 학생을 만났는데 학교를 안 다닌다고 해서 다니기 싫으면 학교에 나와 담임선생님에게 직접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자 알겠다며 오늘 학교에 나오겠다고 약속했단다. 그리고 어머니도 학생 문제는 학교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이야기했단다.
학급에 들어가 보니 학생이 나와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우선 혼내기 보다는 잘 달래 봐야겠다고 3교시 때 수업이 없어 상담실에서 학생과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황덕수, 어제 체육 선생님께 학교 안 다닌다고 했다며”
“예, 안 다닐 거예요.”
“너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겠어.”
“예 저는 잘살 수 있어요.” 근 한 시간을 설득해도 눈 하나 까닥이지 않고 학교를 그만두겠단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울릉도 사람인데 가출하여 대전에서 우연히 공주가 고향인 남자를 만나 살림을 차려 현재 아들만 둘을 낳고 살고 있으며 자기 집이 아니라 남의 집 축사에 거주하면서 축사 일을 거들어 주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어려운 집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초등학교 때부터 툭하면 가출하고 남의 집 물건에 손을 대 주변 사람에게 외면을 당하고 사는 학생이라는 것을 안 다음부터 나는 특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말로 타일러도 막무가내로 학교를 그만두겠단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스스로 굽히게 하려고 제한을 하나 했다.
“황덕수, 좋아 네가 학교를 안 다닌다고 하니까 네가 어른이란 것을 증명하면 허락하겠어, 해볼 거야”
“하겠습니다.”
“학교 운동장을 쉬지 않고 오리걸음으로 50바퀴를 돌면 어른으로 인정하지, 할 수 있겠어.”
“예, 하겠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 학교 운동장은 시골 학교지만 넓었으며 육상코스로 150m 되는 원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50바퀴면 7.5km가 되지 않는가, 그런데 돌겠단다. 나는 고등학교 때 럭비 선수를 했었다. 어느 날 지도교사는 우리에게 오리걸음을 걷게 하여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돌리는데 선수 생활을 하던 우리는 모두 다 허벅지에 알이 배어 1주일씩 고생한 경험이 있었다. 그 후 매일 훈련으로 오리걸음을 걷다 보니 한 달이 지났을 때는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처음에는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학생이 한 바퀴만 돌면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고 제안했는데 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미완성 3

미완성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