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0-09-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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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내가 좌우명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로 기억된다. 지긋지긋하게도 못살던 1960년대 초 농촌에서 부모님 일손을 도우며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교 시절 집안 일손을 도우며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가난하게 살 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이런 생각에서 얻은 답이 정치를 잘못해서 나라와 민족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가난을 극복하려면 유능하고 훌륭한 정치인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당시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영향이었던지 ‘케네디의 생가’에 대한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가난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케네디가의 존 F. 케네디가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인 조지프 패트릭 케네디와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였다. 그 두 사람은 가난을 극복하면서 철저한 자녀교육으로 존 F. 케네디란 대통령이 나타나게 되고, 법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와 상원의원인 에드워드 케네디란 미국의 최고 명문가인 케네디가를 일구어낸 것에 대한 매력을 느꼈던 모양이다.

아마 시골 농촌의 가난한 농부 아들이 생각한 것은 케네디의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같이 부를 일으키면서 자녀들에게 마음대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성공의 길이 감명을 준 것 같다. 이분들의 생활 철학을 배워 나도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겨 나가면서 훌륭한 인격을 갖추려면 무엇인 필요한가? 생각하다 찾은 것이 좌우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우명이란 말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생활하는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지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좌우명이란 개인이나 단체 또는 국가에서 특별한 동기 부여를 위해 만드는 표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후한(後漢)의 학자 최원이란 사람이 자기 자리의 오른쪽에 일생의 지침이 될 좋은 글을 쇠붙이에 새겨 놓고 생활의 거울로 삼은 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다 보니 좌우명은 사람마다 사는 환경이 서로 다르므로 각자 자기에게 맞는 좌우명을 같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내 좌우명이 다른 사람에게 꼭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내가 만든 좌우명은 좌우명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솜 같은 인간이 되자"라고 정하고 실천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솜은 목화를 말하는 것이며 하얀색이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하여 옷감의 원료로 쓰이고 있었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이불이요, 또 부드럽고 약한 것 같아 돌을 얹어 놓으면 쭈그러들었다 돌을 치우면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강인함이 있어 총알도 뚫지 못하는 강한 면도 지니고 있다.

이런 솜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어린 나이에 형과 누나도 없고 친척도 없는 타관에서 남의 집 일을 해주러 다니시는 어머니를 따라다니다 보니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웃기를 잘했는지 초등학교 시절 내 별명은 바보라는 의미가 있는 '헤보(일본말로 미숙하다는 의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에도 가정환경이 어려워 집안 일손을 돕다 보니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하고 나의 욕구불만을 표현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모든 것을 참고 또 참으며 생활하다 보니 솜을 생각한 모양이다. 솜의 성질은 아무리 무거운 물건이 짓눌러도 반항하지 않고 눌러있다 누르던 물건이 사라지면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가는 성질을 가진 물건으로 나의 어려운 역경을 이겨 나가자는 의미에서 솜으로 정한 것 같았다.

이런 나의 좌우명은 초·중학교 2년 후배들과 같이 다닌 고등학교를 큰 사고 없이 졸업하게 되었다. 1년 후배들이 선배가 되었다고 나를 괴롭히려 들었으나 그들과 맞서지 않고 잘 넘긴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년이 되든 해에 대학을 들어가 졸업하기도 했으며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어려움 없이 남들로부터 칭찬받으며 잘 적응해 가며 산 것이 '솜 같은 인간이 되자'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아온 영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서 윤리 전담 교사로 2년간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동양 윤리에서 공자 사상을 가르치는데 충서(忠恕)라는 말이 너무 좋아 나의 좌우명으로 삼기로 다짐을 하고 지금까지 실천하며 살고 있다. 이 충서(忠恕)란 말은 충(忠)은 마음 심(心)자와 가운데 중(中)자가 합쳐진 말로 마음의 중심을 나타내는 것이요 서(恕)는 용서할 서(恕)로 입으로만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용서를 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충서(忠恕)라는 말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 자기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행동하라'는 뜻이란다. 즉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행동한다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충서(忠恕)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면 부모님의 뜻을 헤아려 행동하기 때문에 효(孝)가 되는 것이고, 부부간에 지키면 서로 인격을 존중해 주기 때문에 애(愛)가 되는 것이다, 또 형제자매간에 나타나면 우애(友愛)요, 이웃 어른들에게 나타나면 경(敬)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고등학교 1학년 윤리 교과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충서(忠恕)라는 말을 알게 된 다음 지금까지 지켜오던 '솜 같은 인간이 되자'보다 좀 더 고상하고 폭이 넓은 '충서(忠恕)를 생활화(生活化)하자'로 좌우명을 바꾸어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해마다 내가 맡은 학급 학생들에게 충서라는 말을 설명해 주고 급훈으로 정하여 실천하도록 하였으며 지금도 어쩌다 주례를 보면 주례사로 충서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생활화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내가 학교에서 훈화할 때 꼭 학생들에게 들여 준 말이 하나 있다. 그 말은 석가는 '자비(慈悲)'를 실천하라 하였고 공자는 '인(仁)을 강조했으며 예수는 '사랑'을 강조했는데, 여기서 자비(慈悲)나 인(仁) 또한 사랑 모두 다 상대방을 용서하고 배려하며 너그럽게 베풀란 뜻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실천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충서라고 강조했다. 즉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고 행동한다면 절대로 남에게 피해가 가는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자비요 인이며 사랑이란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 이해관계 속에 얽혀 살기 때문에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고 의식을 갖고 살아간다면 그보다 더 아름답고 좋은 사회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이런 사회가 된다면 요즘 매스컴에서 떠드는 각종 사회적 비리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내가 내 좌우명을 잘 지키고 있나 하는 반성을 해 본다. 괜스레 식구에게 짜증을 부리지 않았나, 집에서 내가 할 일을 잘하고 있는가? 혹시 친구나 이웃들에게 피해 주는 일은 없었나? 반성해 보면서 지금까지 잘 지켜온 내 좌우명을 눈감는 날까지 실천하여 눈을 감는 순간 아무런 미련 없이 웃으면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꽃길

두대바리와 멍청이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