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0-12-30 16:44

ㆍIP: 125.xxx.48

터키여행 기행문

1. 일자: 2015.3.25.00:05 ~ 2015.04.01.16:20
2. 여행사: 노랑 풍선
3. 인솔 가이드: 권효진. 현지 가이드: 최지원

이번 여행은 사전 계획이 없이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여행이었다. 갑자기 대전에 있는 노랑풍선에서 저가 상품이라며 터키에 여행할 네 사람을 구한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지난해에 집사람이 다녀와 한번 가볼만 하다고 자랑도 하고 TV에서 터키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해서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이 가줄 사람이 없어 망설이다 룸메이트를 구해주면 가겠노라고 하니 1시간 만에 룸메이트가 나타났으니 신청하라 하여 떠나게 된 여행이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수업이 떠나 받지만 혼자 떠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사람과 함께 떠날 사정은 안 되고 같이 갈 만한 친구도 없으니 이번 여행에 성공하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여행이나 즐기면서 살리라는 생각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3월 24일(수요일) 천안에서 18:30분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가는데 수도권의 퇴근 시간을 고려하여 30분을 앞당겨 버스를 예매했는데도 서울에 들어서니 차량 정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첫 만남부터 지각이구나 생각하며 인솔 가이드에게 늙은이 때문에 고생하겠다고 하는 생각을 심어 줄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였으나 가까스로 21시 미팅 시간에 버스에서 내리게 되었다. 나는 내리기 5분 전 인솔 가이드에게 전화를 걸어 5분 정도 늦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걸어주고 미팅 장소에 가보니 아기 같은 예쁜 가이드와 우리 일행들인 모양인데 남자는 안 보이고 모두 다 여자들뿐이다. 첫인상이 이번 여행이 절대 쉽지만 않겠다고 하면서 내 룸메이트가 어디 있는지 물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가이드는 여유를 부린다. 게이트에서 수화물을 부치며 살펴보니 우리 여행자 중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나 이외에 2명이 더 있었다. 나보다 조금 어린 사람을 만났으면 하였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수화물을 부치고 짧은 시간에 지난해 겨울 태국에서 쓰다 남은 태국 화폐가 있어 달러로 환전하고 핸드폰 로밍을 하려니 시간이 늦어 1층까지 정신없이 찾아다니며 처리하였다. 마일리지 적립은 시간이 늦어 안 된다고 하여 돌아오는 길에 하기로 하고 비행기에 탑승하고 보니 처음부터 늙은이를 피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본래 내 자리는 창가였는데 가이드가 새로 고쳐준 자리는 통로 쪽이었다. 자리에 찾아가니 옆 좌석에 아가씨 둘이 앉아 있는데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다른 데로 옮겨갈 자리가 없는가? 계속 눈치를 보고 있어 내가 먼저 일어나 뒤편에 혼자 앉아 있는 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으니 거기도 혼자 먼저와 있던 아가씨가 못마땅한 눈치를 보이는 것 같았으나 별수가 없었다.

기내에서 식사가 두 차례 나왔다. 저녁 겸 기내식에서 나는 혼자 마냥 즐기기 위하여 위스키 한잔과 캔맥주 1개에다 칵테일하여 빵을 안주 삼아 2시간 정도 즐기다 한숨 자고 나니 아침 기내식이 또 들어왔다. 그리 지루한 줄 모르고 9시간 정도 남짓 시간이 걸려 착륙 공항에 도착하여 힘들이지 않고 잘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도착한 곳은 터키 이스탄불이 아니라 카타르 도하였다. 갈아타는 비행기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도하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면 3시간의 시간이 남아 있단다. 환승 비행기를 처음 타보니 이것도 기분이 이상하였으나 갈아타는 동안 가이드에게 내 룸메이트를 소개해 달라고 하여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위로 보이는데 서로 소개를 하고 보니 대전에 사시는 분으로 자그마치 나보다 십 년이나 윗분이었다. 마음속으로 '아이코 야'하는 한숨 소리가 나왔으나 한편으로는 79세에 장거리 여행을 혼자 한다는 용기가 대단하고 건강이 부러웠다. 그리고 여자 두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청주에서 왔다고 했다. 넉살 좋은 영감은 청주나 대전 그리고 천안은 모두 충청권이니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같은 일행으로 행동하자는 말에 두 사람도 싫지가 않은가 보다. 하긴 늙은이들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도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하 시가지의 아름다움도 하나의 관광이었다. 도하에서 이스탄불 비행시간은 약 4시간이며 가벼운 기내식이 있었다. 이스탄불에 도착하여 점심을 현지식으로 먹는데 나는 원래 먹성이 좋은 사람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어떤 사람은 음식에 불만의 소리를 하기도 했다. 식사 후 바로 관광이 시작되었는데 첫 관광지가 17C 오스만 튀르크의 대표적인 건물인 블루모스크였으며 두 번째는 동로마 시절의 대표적인 건물인 성 소피아 사원이었다.

두 건축물은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던 사람으로서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아마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사진으로 나오는 건축물이며 고등학교에서는 문화사에서 꼭 알아 두어야 하는 건축물들이다. 세 번째 관광은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크루즈에 탑승하고 유럽 쪽 이스탄불과 아시아 쪽 이스탄불을 관광하였다. 그리고 비단길의 끝에 있는 시장인 그랜드 바자를 시장을 관광하는데 시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데 쇼핑에 관심 없는 나는 입구에서 서성거리다 끝났다. 이 시장이 바로 아라비아 나이트에 나오는 낙타 꾼 상인들이 동방에서 들여온 상품을 판매하고 동방으로 가지고 갈 상품을 사고팔았던 시장인 모양이라는 생각만 가져 보았다.

2일 차 여행은 오전에 톱카프 궁전을 관광하였다. 궁전 안에 있는 보석 관에는 각가지 진귀한 보석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 다이아몬드라는데 이 보석은 보석을 모르는 어부가 수져 세 벌과 바꾸었다는데 사실은 알 수가 없다. 수저 세 벌로 다이아몬드를 얻은 어부가 횡재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자기에게 필요 없는 돌부리로 수저 세 벌을 얻은 어부도 횡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어설픈 생각을 하며 웃어 보았다. 오후는 유럽 터키 관광을 마치고 아시아 터키로 이동하여 유네스코 지정 오스만제국 시대의 건축인 약식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으며 힐링의 코스인 사프란볼루를 관광하였다.

3일 차 관광은 아침에 앙카라에 있는 한국공원에 들여 가볍게 참배하고 아타투르크 기념공원을 지나 으흘라라를 관광하였다. 그리고 갑바도기아로 이동하는 버스 창밖으로 전개되는 넓은 구릉지가 산으로만 뒤덮인 우리나라를 생각하니 부럽기 그지없었다. 구릉지를 달리던 버스가 소금으로 된 호수라며 커다란 호수가 쉬었다. 호수 주변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어 지냈다는 지하도시 데유를 관광하였다. 기독교인들이 로마군의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낸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관광하다 보니 인간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으며 개미집보다도 더 완벽한 동굴 안의 설계를 보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동굴 안에서 가축까지 기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니 신기도 하지만 그 굴을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을 흘렸을까 생각하니 인간의 위대함보다 생명의 고귀함을 절로 느끼게 했다.

광활한 구릉지에 석굴 도시가 있는 괴레메 마을과 아나톨리아고원에 펼쳐진 기암괴석 지대는 보는 자체가 웅장하고 괴레메 마을의 석굴 도시를 보다 보니 신기하면서도 중국 서안의 토굴 생각이 절로 났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이곳에 머물며 트레킹도하면서 한 5일 쉬었다 갔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괴레메 마을에 우뚝 솟아 있는 우치사르 성채는 카파도키아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금도 사람이 사는 바위 굴속 집들이 존재하고 있단다.

4일 차 관광은 안탈리아의 항구에서 유람선(통통배 관광이라 함)을 타고 지중해의 바다와 해안 풍경을 즐기며 유람선의 간판에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유희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130년에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는 하드리아누스 문의 유적지와 시가지에 남아 있는 옛 건축물을 관광하였다. 통통배 관광은 유료 관광으로 간혹 타지 않는 사람이 있는 모양인데 꼭 한번 타볼 만한 관광상품이었다. 왈 지중해에서 배를 띄워놓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풍경이니 거절할 수 없지 않은가?

5일 차 관광은 목화의 성이라 불리는 온천 휴양지 파묵칼레로 이동하여 고대 로마 시대의 거대한 원형극장 및 주거지역이 남아 있는 유적지 히에라 폴리스를 관광하였다. 히에라 폴리스 언덕에서 흘러나오는 석회석 온천물로 새하얀 눈이 덮인 것같이 아름다운 석화봉 언덕에 계속 흘러내리는 온천수를 거닐며 족욕을 하는 관광도 이색적이며 나름의 재미가 이었다.

6일 차 관광은 에페소에 있는 헬레니즘 시대에 건축된 2만 4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과 셀수스 도서관 및 하드리아누스 신전 등은 헬레니즘 문화의 웅장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 관광할 수 있는 자원 말고도 아직도 땅속에 묻혀있는 관광자원을 계속 발굴 중이라고 한다. 이곳을 관광하다 보니 혹시 내가 지금 그리스 시대로 돌아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들 정도로 옛 건축물들이 웅장하게 유물로 남아 있었다.

마지막 밤은 아이발릭 해안에서 보내며 관광은 끝이 났다. 아이발릭은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여름 휴양도시로 여름에는 해변의 아름다움에 터키인뿐 아니라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놓는 곳이라는데 내가 갔을 때는 이른 봄 탓인지 파도만 넘실거리는 모래 해변으로 밤바람을 맞으며 걸은 해수욕장이라는 것만 느끼게 하였다.

아는 사람이 없이 혼자 참가한 해외 나들이라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을 가득 담고 출발했는데 여행하는 동안 대전에서 온 나이 드신 분과 청주에서 왔다는 두 분의 여자들 덕분에 외롭지 않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며 타국이지만 매일 아침 새벽에 한 시간 가까이 산책을 했는데 아침마다 산책에 같이 참석해준 청주에서 온 김 여사 덕분에 더 즐거웠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 처음에는 저렴한 여행이라 그런지 숙소와 음식이 조금 못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터키 여행에서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면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할 때마다 빵에다 꿀을 발라 먹는 재미였다. 터키라는 나라는 식당마다 꿀이 무한정 나와 꿀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음식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저렴하면서도 멋진 여행이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6박 7일이 긴 여정으로 생각했는데 관광의 즐거움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관광지의 볼거리 때문인지 시간이 너무 빨리 간 아쉬움이 들은 여행이 되었다. 그리고 혼자 해외여행에도 자신감이 붙어 기회가 있으면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생각을 같게 되었다.

2015. 04.

스페인과 포르투갈 기행문

봄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