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0-12-26 10:32

ㆍIP: 125.xxx.48

봄의 향연

봄은 누구나 참 좋은가 보다.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그저 흐뭇함을 만끽하게 하는 것이 봄이 아닌가 생각된다. 긴긴 겨울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피게 하는 것이 봄이고 보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기온이 조금씩 오르면서 첫봄 소식을 전하는 개울가의 버들강아지부터 피웠는지 안 피웠는지 알쏭달쏭한 꽃망울을 보이더니 때 어느 날 길가에 냉이꽃이 피어 있고 산책로 언덕에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봄은 나에게도 생기가 도는 봄이 오려나 보다. 그동안 열심히 건강을 관리한 결과 몸이 쾌 좋아진 것 같다. 마음 한구석 늘 어머님이 누이들 집에 있는 것이 걸리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내 처지가 불쌍하여 속만 부글부글 끓여 왔는데 지난겨울부터 요양원으로 가신 것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모양이다. 이제는 어머님이 그리우면 언제라도 찾아가 이야기 동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모시고 살지 못하는 죄를 짓고 사는 큰아들에게는 위안이 되었나 보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몸도 저절로 가벼워지는 모양이다. 이제 내 나이 70줄 몸과 마음 모두 나도 나이를 먹었다고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와 있지만, 오히려 오륙십 대 때 보다 몸은 굳어졌으나 건강은 더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밭농사도 더 일찍 시작하여 벌써 고구마밭, 참깨밭까지 다 만들어 놓는 부지런도 떨어 보았다. 이렇게 힘은 넘치고 시간이 남으니 소일거리가 없나 찾아보니 천안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농협대학을 개강한다고 하여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생이 되기도 했다. 일주일에 화요일과 금요일 두 번씩 참석하여 한 차례 두 시간씩 강의를 듣는 대학에 입학하였다. 처음에는 낯가림을 많이 하는 성격으로 천안시 농협 조합원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으나 화요일과 금요일이 되면 교육에 참여하고 싶어 몸이 군실거려 저절로 찾아가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 4월 5일에는 강화도로 현장학습인 봄 소풍도 다녀왔는데 같은 동급생이고 같은 반이라고 같이 놀아주는 젊은 아줌마들이 고마움을 느끼게 했다. 아마 나이가 들다 보니 외로워서 고마워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다. 다만 차 속에서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음악 소리와 아줌마 아저씨들의 목소리만 조금 줄여 주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생각하면서도 나도 얼마 있으면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겠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내 산책길도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 전에는 일만 보 조금 남짓 걸었는데 이제는 꼬박꼬박 일만이 천 보 코스를 걷었다. 꽃이 피고 날씨가 좋아지는 내가 다니는 산책로도 당연히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람 많이 만나는 것이 싫어 봉서산 등산로를 피하여 장재천 변을 선택했는데 이곳도 봄이 오니 젊은 아낙과 제법 나이 든 아주머니, 그리고 나와 같이 애 늙은이도 얼굴을 치렁치렁 싸매고 산책길을 메꾸었다. 젊은 아낙들은 또래들과 같이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이 하는지 쉴 새 없이 말을 하며 걷고, 늙은이들은 굼벵이 담 넘어가듯 혼자서 세월아 네월아 걷는다. 그런가 하면 간혹 중년 부부가 사랑스럽게 팔짱을 끼고 봄을 만끽하는 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나는 나뭇가지와 들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눈에 띄는 대로 핸드폰에 담아 보았다. 그 추운 겨울 잘도 견디고 이리 일찍 나와 나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준 미소에 답례하기 위해 핸드폰에 담아다 내 블로그에 가두어 놓고 두고두고 감상하고자 한다.

이렇게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을 괴롭혀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농장 하우스 안에서 우리 식구 세 사람과 둘째 딸네 식구 세 사람, 막내딸네 식구를 다 불러들여 삼겹살 잔칫상을 차리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봄의 향연이 있을까 싶다. 하긴 다섯 살과 일곱 살 먹은 외손자 녀석들은 고기가 문제가 아니고 만나기 어려운 밭에서 삽과 호미를 들고 밭고랑을 헤치며 흙장난하는데 정신이 없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늙은이 마음의 흐뭇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만만한 게 집사람이라고 지난 월요일에는 광덕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 구경 가자고 꼬드겨 찬밥 한술 가방에 챙겨서 한들한들 산을 오른다. 할 줄도 모르고 해보지도 않은 농사를 짓겠다고 삽질 몇 번 한 것이 허리와 팔에 무리가 왔나 시근거려 힘든 길을 피하려 부용 묘 쪽으로 해서 장군 바위가 있는 능선을 타고 내려오니 나잇살이나 먹어서 그런지 네 시간 가까이 걸렸다. 하긴 바쁜 것이 있나 아쉬운 것이 있나 남는 것은 시간뿐이요 가진 것도 시간뿐이니 심심하지 않게 옥신각신 말다툼도 하면서 쉬는 것도 아니요 걷는 것도 아닌 세월을 보내는 맛도 일품은 아니지만, 이 품쯤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은이 인생 이쯤 살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활짝 피어있는 각가지 꽃들이 같은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르고, 꽃잎의 생긴 모양이나 수술의 모양 또는 색상이 어쩌면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녔는지 참 신기하게 보였다. 언 듯 보기에는 작고 못생겨 보여도 핸드폰으로 확대하여 촬영해 보면 모두 다 하나 같이 또렷하고 아름다우며 독특한 모양을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 자연의 조화인 모양이다. 아마 우리 인간의 사는 모습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삶의 향기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모습은 어떤 인간의 향기를 지니고 살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오늘도 아름답고 화창한 봄을 만끽해 본다.

장선희 2020-12-26 12:43	김복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겨울 날씨로 추워지는 요즘 "봄의 향연" 이야기에 빠져봅니다 벌써 봄이 온듯 따뜻함이 느껴지고 꽃들과 버들강아지가 그리워지네요 농협대학에 학구의 열정도 박수를 드립니다 열정적인 작가님의 앞날을 응원드리며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의 빛나는 집필을 기대하겠습니다.

김복희 2020-12-27 07:47	장선희 문우님 감사합니다. 지난 가을 본회에 가입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틈틈히 홈피를 들랑거려 봅니다. 아직 익숙하지 못한 환경이라 더듬거리며 조심스럽게 접근해 본답니다. 앞으로 많은 문우님들의 작품을 대하면서 배워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 되어가는 한해를 잘 정리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많은 독자님들의 사랑받는 문우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정찬열 2020-12-28 06:36	김복희 작가님안녕하세요 예전 같지 않은 겨울이 이제는 눈 구경 하기도 어려워진 남쪽의 겨울입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일찍 피어나는 버들 강아지 인간은 코로나에 시달려도 멀지 않아 봄은 오겠지요 그 어느 해보다 움츠려 드는 경자년이 이 삼일 남았네요 마무리 잘하시고 신축년 새해에는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고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복희 2020-12-29 20:01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날 코로나-19와 추위에 움크리고 있다가 지난 날들의 글들을 정리하다 보니 봄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생겨나 정리해 보았습니다. 신년에는 작가님의 서재에 종종들여 글쓰는 법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남지않은 금년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날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터키여행 기행문

마음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