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0-09-14 14:39

ㆍIP: 222.xxx.86

두대바리와 멍청이 부부

두대바리와 멍청이 부부

우리 부부는 어느 날부터 두대바리(둔재의 방언)와 멍청이 부부가 되었다. 서로 만난 지가 하루하루 살다 보니 어언 45년 짧고도 긴 세월이 흘렀다. 가난한 집 농부의 아들과 딸이 만나 열심히도 살아왔다. 더구나 8남매 맏이와 7남매 맏이가 만났으니 두 못난이가 살아 온 인생길에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은 그만두고 관심 밖에서 고향을 떠나 객지를 전전긍긍하며 살아 온 인생이다.

막냇동생하고 나이 차이가 부모님과의 차이보다도 더 많으니 결혼 초부터 부모님들에게 손 한번 내밀어 본 적이 없는 불쌍한 인생살이였다. 이렇게 열심히 산 덕에 늙어 가면서 자식들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의 살림도 만들어 놓고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웃음을 살 정도는 아닌 사회적 지위도 가져 보았다.

이런 우리에게 어느 날인가부터 서로 두대바리와 멍청이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부부가 된 것이다. 두대바리는 나를 나타내는 대명사가 된 것이요 멍청이는 집사람을 나타내는 대명사가 된 것이다.

나이를 먹어 정년퇴직하고 나니 특별한 재능과 기술이 없으니 조그만 땅덩어리를 하나 가지고 놀 수밖에 없었다. 원래가 뻣뻣한 몸뚱이인데 운동도 하지 않고 책상다리 앞에서만 않자 평생을 살아왔으니 몸뚱이가 굳을 대로 굳은 것이 아닌가?

그래도 고집은 있어 겨울이 채 가시기 전 3월 초부터 완두콩, 감자 등등을 시작으로 11월에 가서 서리태 타작과 마늘을 심어야 끝나는 먹 잘 것 없는 밭농사에 매달리고 살다 보니 간 간 헉헉대는 숨소리가 하나의 멜로디가 되기도 한다. 그런 몸뚱이를 가지고 괭이를 들고 삽을 들어 설쳐대니 어설플 수밖에 없다. 그런 나를 두고 어느 날부터 집사람은 두대바리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바로 밑에 있는 동생같이 일을 못한다고 두대바리란 말을 들은 것도 갖은 데 늙어서는 집사람에게까지 듣는 꼴이 된 모양이다. 하긴 어느 날인가부터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릴 때 종종 뒤꿈치가 계단에 결여 정말로 내가 두 대바리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그런 사실을 집사람에게 말을 했더니 두대바리라는 용어가 서슴지 않고 입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원래 날랜 동작을 가진 사람은 아니니까 두대바리라 한다고 섭섭할 것도 없다.

나는 그렇다손 치고 내 입에서 집사람에게 요즘은 멍청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이 70이 넘는 늙은이가 되었으면 70이 넘는 늙은이답게 점잖게 살면 좋으련만 아직도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새벽부터 일어나 설쳐 댄다. 원래 새벽잠이 없는 사람이지만 5시면 일어나 매일 무엇을 하는지 정신이 없다.

내 생각엔 점잖게 옷이나 갈아입고 친구들이나 만나러 가든지 아니면 노래 교실이나 그 많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즐긴다든지 그도 싫으면 곧, 잘 치는 탁구장에 가서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고집스럽게 밭으로만 나간다. 이러니 내 입에서 멍청이 소리가 안 나 올 수가 있겠는가?

이처럼 서로가 두대바리, 멍청이라고 불러 놓고 웃고 있다. 아마 서로가 두대바리와 멍청이란 말을 인정하는 행동이 아닌가?

올해는 유독 가뭄이 심해 몇 년 전에 심어 놓은 가로수가 말라 죽고 밭에다 심은 밭곡식은 크기는커녕 살아 있는 것도 힘이 드는지 줄기가 축 처져 있으며 잎들이 시들시들했다. 이런 밭곡식이 안쓰러운지 집사람은 아침밥만 먹으면 밭으로 나가 흙이 잔뜩 묻은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은 칭칭 감아 싼 채 밀짚모자를 뒤집어쓰고 물이 나오는 호스를 질질 끌고 온 밭은 헤매고 다닌다. 차라리 키라도 크던지, 키는 도토리 난쟁이같이 작아 가지고 온 밭을 헤매고 다니니 그런 마누라를 보고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멍청이같이 하늘이 말리는데 무슨 물을 주며 농사를 짓는다고” 하며 야유를 보내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이 중의 최고 멍청이를 만난 모양이다. 이 멍청이는 자기가 멍청이면 자기나 멍청이 같이 살 것이지 이웃에 사는 딸들까지 멍청이같이 살라고 잔소리를 한다. 40이 넘은 딸들은 저이들 나름대로 열심히 멋지게 살고 있는데 우리 집 멍청이는 자기같이 안 산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하긴 두대바리인 자기 서방이나 멍청이랑 40년이 넘게 소리 없이 살았지 누가 또 그 잔소리를 들으며 살 사람이 있는지 영 깨닫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까지 같이 살아 온 정이 얼마인데! 45이란 세월이 아까워 두 대바리라 해도 좋고, 멍청이라 해도 좋으니 우리 내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래가 더 두대바리가 되고 멍청이가 된다고 하더라도 두대바리라고 불너 주는 마나님이 있으니 행복하고 멍청이라 불러 주는 서방님이 있으니 행복한 것이 아닌가?

오늘도 서로 두대바리 멍청이라 놀려 대면서 허허 웃기도 하고 화도 내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과시하며 하루를 보낸다.
두대바리!
멍청이!
사랑스러운 우리 부부의 애칭이 아닌가?

정찬열

2020-09-15 15:22

김복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두대바리와 멍청이 부부" 감명깊게
단숨에 배람했습니다.
"두대바리" 경기도 방언인가요
난생처음 들어본 말 같아서요
모든 사람들이 처음 부터 잘하는 사람이 드물지요
농사가 쉬운것 같지만 그것도 기본이 있거나
주위 농삿군으로 부터 들은 풍월이라도 있어야
조금은 수월하고 해나가는 것이지요

결혼 45년 어쩌면 일전에 말씀 올렸듯 저와
비스한 년배일까 생각되네요
저역시도 금년이 결혼 45년차 부부니까요
己丑生 4月生입니다.
이제 새삼스런 농사를 잘되기만 바라지 말고
이웃에게 물어가며 소일거리로 함이 좋을듯 싶 네요
끝나지 않은 코로나에 가을로 접어든 환절기에
가내 건안 하시고 편안 하시길 손 모읍니다.


김복희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슬픈 작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는 것이 아직 설익은 홍시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丁亥年 7月生입니다. 두대바리란 말은 인터넷에는 경북지방에서 둔재라는 말의 방언이라고 되어 있는데 경북지방에서 사용은 잘 모르겠고 전주지방이나 충남 금산지방에서 동작이 둔하고 실수를 자주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용어로 알고 있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유의 하시기 기원합니다.	9/16 03:12

장선희 2021-01-02 17:07	김복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두대바리와 멍청이"란 글이 무슨 뜻인가? 하고 들어와 봤습니다 두 분의 부부 사이가 참 좋아보이네요 그리고 노래방이나 그런 곳 다니시는 것보다 텃밭의 소일거리로 자연에서 숨쉬며 흙과 함께 사는 건 건강에 더 좋을 듯 합니다 두 분의 만수무강을 기원드립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글도 많이 집필하시고 독자들 사랑 받는 문인이 되시 길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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