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대수
ㆍ작성일	2020-04-14 11:22

ㆍIP: 175.xxx.110

서울살이

서울 살이

한동안 서울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집값이 싸서 자리를 잡은 곳이 아주 변두리는 아니었지만 시골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고 서울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지역이었죠. 당시의 주위에는 속된말로 그 흔해빠진 아파트나 오층 이상의 건물도 보기 드물었고 주택들이 비탈진 언덕 꼭대기까지 있어서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길이 얼고 미끄러워서 반 주저앉은 거북이걸음에도 넘어지고 좀 무거운 짐을 배달시키면 퇴짜도 맞는 등 재개발이란 말도 한번 나오는 듯 하더니 잠잠했고… 이만하면 대충 감이 잡히시나요?

십 오년 정도를 살아온 그곳의 주소지는 그래도 명색이 서울특별시랍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지역은 다른 곳과 상대적으로 더 촌동네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지요. 집에서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도 거의가 노점이고 그나마 상가는 볼품없이 낡고 초라해 난전에 진열해놓은 멀쩡한 물건들마저도 허접스럽게까지 보이기도 했지요. 집값이 올랐네 아파트가 얼마가 뛰었네 하는 이야기는 이 동네와는 전혀 상관없는 뉴스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좋은 구석도 있었습니다.

돈이 절약됩니다.
왜냐 구요?
동네 어귀에서 언덕을 오르기 전 골목마다 조그만 마트가 세군데 있었는데 필요한 것은 잘 기억해 뒀다가 귀갓길에 들러서 구입합니다. 혹시라도 잊고 지나치면 집에서 마트로 다시 다녀오기가 힘들고 귀찮아서 미룹니다. 그러다보면 집에 있는 다른 것을 활용하거나 꼭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게 되니 돈이 굳습니다. 밤에 출출하다고 야식을 사러 간다고요? 제법 멀리 나가야되는데 상점들이 거의 문을 빨리 닫습니다. 허탕을 여러 번 치면서 야식생각을 포기하니 또 돈이 굳고 매일 언덕을 오르내리니 특별히 돈을 들여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또 머니가 쌓입니다.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다가구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동네에 소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반면에 까치, 까마귀 이름 모를 새소리는 좀 요란했으며 혹시 서울특별시 주택에서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 듣고 살았다면 이해가 되시나요? 피곤해서 주말에 늦잠이라도 좀 잘라치면 창가 넘어 말라가는 나무를 따다다닥 쪼아대는 소리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지요. 사람들이 조용해서인지 동네 강아지들도 짖지를 않고 담 너머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데요. 그래서 동네 강아지와도 안부를 묻곤 했답니다. 조금 보태자면 부부싸움이라도 할라치면 원정을 가야할 정돕니다.ㅎㅎ

불량스럽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서로 조심해서인지 아이들. 학생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모두가 인사 잘하고 착합니다.
욕하고, 싸우고, 술주정부리고…이런 광경을 거의 본적이 없었으니까요. 촌스런 동네다보니 밤이 되면 길들도 좀 어둡고 인적도 드문데 나쁜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물이 참 좋았습니다.
사는 집이 조금 심한 언덕에 있었는데도 수돗물이 기가 막히게 잘나왔습니다. 가물어도 수압이 약해져서 물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살면서 단수된 적이 한 번도 없었지요. 사시사철 물 걱정은 없이 살았습니다. 퇴근길에 아무변화 없는 길을 따라 집으로 숨차게 올라가고 있는데 작은 종이가 벽이며 전봇대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습니다. 내용이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휴대전화로 불을 밝혀서 보았지요.

주말에 단수가 된다는 안내문이었습니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주말이면 거의 야외활동을 하는 편인데 단수가 된다니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물을 받아둘 물건을 더듬어보다 고무 통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큰 고무 통 하나씩은 다 있었을 걸요? 물통으로, 김장용으로, 세탁용으로, 곡물 등의 보관용으로 타원형으로 생긴 놈은 목욕통으로 숨바꼭질용으로까지…용도도 다양했지요.

차츰 고무통의 쓰임새가 줄어들면서 흙을 담아서 나무를 심어놓을까도 생각하다 집안에 구질구질한 물건들을 담아두었는데 단수 덕에 고무 통이 제구실을 하게 되었습니다. 옛날을 생각하며 깨끗이 씻어서 물을 가득 받아두었죠. 여름에 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지요.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데 언덕을 올라 다니면 땀이 비 오듯 할 때 필요 한 게 시원한 물이지요. 언제든지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쏟아져서 아쉬움을 모르고 살다가 단수를 계기로 물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땀과 먼지에 냄새까지 받아둔 물로 말끔히 씻어내면서 단수가 우리를 좀 불편하게 했지만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음에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0-04-14 16:59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느 도시든 중심지와 외곽지는 차이가 있겠지요
많은 사람이 복닥거리는 고층 빌딩, 아파트 숲의 중심지가 아닌
지리적 생활 여건은 불편했지만 조용하고, 이웃 간 인정 있고,
물이 좋은 곳에서 살아 보셨다니 그때가 좋았군요.

요즘은 어느 도시든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화려하게 탈바꿈하는데 드물게는 아직도 그런 곳이 있으려나요?
물 받기가 어려울 때 고무통이 효자 노릇합니다만, ㅎㅎㅎ
건필하시고 행복한 봄날 되십시오.


정대수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외곽지는 많은 차이가 있지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ㅎ 고무통을 버리지 않은게 잘했다 싶었지요. 귀한걸음하시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에 항상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4/16 15:34

김상화

2020-04-14 23:40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서울의 변두리도 사신 적이 있군요
어디에 살든 정이 들면 고향입니다.
서울에 사실 때 그 장면을 참 재미있게 빚으셨네요
지금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생활을
하신 것 같습니다

정대수 작가님
봄이 무르익었습니다
어딜 가나 꽃이 만발했네요
벚꽃은 이제 수명을 다한 듯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작가님 코로나 19 잘 이겨내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정대수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맞아요. 터를 잡고 사는 곳을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정을 붙이고 살면 되지요. 조금 힘은 들지만...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봄이 완연해지는데 코로나19가 아직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잘 이겨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4/16 15:50

정찬열

2020-04-16 15:58

정대수 수필작가님~!
그간 선거도 잘치루시고 안녕하신지요

한동안 서울의 변두리에 사셨다는
되심속 시골 지금까지 갖고 계시면
제법 돈이 될것으로 사료 되군요
물론 제가 부동산에전문가는 아닙니다만
그곳에 사실때의 추억을 재미있게 올리 셨네요

사방에 꽃구름을 이루던 꽃들이 꽃비되어
떨어지고 벌써 붉은철죽이 환하게웃네요
아직도 안심할수 없는 COVID-19에 유념하시고
건강과 행운이 넘치는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정대수	정찬열 이사님 반갑습니다. 변두리에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른곳으로 옮기게 되었답니다. 좋은 추억도 있었고 힘들었던 기억도 있고요. 떠날때는 시원섭섭...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봄이 완연해지는데 코로나19가 아직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잘 이겨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4/16 16:55

김종덕

2020-04-19 15:29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어디든 자신의 마음을 둘 수 잇는 곳이면 행복하지 않을까합니다. 작가님께서 보았듯이 그런것이 나의 행복이겠지요. 나의 것을 좇아다녀봤자 남는 것은 가랭이 찢어지는 소리겠지요. 아므에 맞는 것이 최고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정대수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맞아요. 마음을 두고 지내다보면 정이들고 또 익숙해지면서 어울려 살게되지요. 행복은 가까이 있다라고 하지요. 요즘 날씨도 변덕이 심하고 코로나19는 아직 조심해야 합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좋은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4/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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