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영 애

  잠실에서 약속이 있었다. 약속 시각에 맞춰 나섰다고 생각했는데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였다.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해서 인듯하였다. 대체로 누구와 약속을 하면 5분 정도는 일찍 나가는 편이지만 오늘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잠실역 지하 롯데백화점 분수대 앞에는 나처럼 약속이 있는 듯한 사람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나는 남은 시간을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듯 복잡한 인파 속을 천천히 걸었다. 거리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화려한 조명등과 함께 아름다움이 물결치고 있었다. 그때 인파 속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아마 연인인 듯한데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약속 시각에 늦은 모양이었다. 남자는 계속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고 여자는 화가 잔뜩 난 상태로 가방을 휘두르고 있었다. 행인들이 흘깃흘깃 쳐다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득 나는 누구의 시간을 소홀히 여긴 적은 없는가 생각이 들었다.

  평소 나는 아이들에게 시간이 금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지나간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낸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했던 내일의 그 시간일 수 있음이다. 그러므로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이 순간을 위해서 시간을 가치 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타인의 귀중한 시간을 함부로 뺏어서도 안 된다. 내 시간을 소중히 가치 있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 약속을 잘 지키는 방법이 있다. 대체로 자신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의 시간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반면 자신의 시간을 계획 없이 함부로 쓰는 사람은 타인의 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한 예로, 약속시각에 매번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출발하는 시간과 가는 거리 그리고 도착 예정 시간에 대해 느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분 정도는 늦을 수 있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시간도 함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시간에 대하여 가치 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미리 계획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예상하지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하여 염두에 두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과의 약속에서도 자신으로 인해 괜한 기다림의 시간을 갖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로 잰 듯이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확실하게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한 어떤 행동에 대하여 확신하여 섣부르게 판단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여부에는 공통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 몇 가지는 타인에 대한 이타심, 배려심, 자신에 대한 자아존중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분명한 규칙을 정해놓고 살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이런 마음가짐이 타인과의 삶에서는 이타심과 배려심으로 도덕적인 삶, 지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의 안일한 생각이 오늘 현재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바닥낼 수도 있고 타인의 시간에 대하여 손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게 시간을 투자해 준 소중한 사람들과 오랫동안 공유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을 가치 있게 쓸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