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명오
ㆍ작성일	2019-06-07 12:00

ㆍIP: 221.xxx.3

아내의 회갑 여행

아내의 회갑 여행

해마다 오월이 되면 가족 모두가 모인다. 아내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아내의 회갑 인지라 예전과는 다른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둘만의 여행을 생각했다. 40년을 살아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막상 생각해보니 둘만의 대화 속에는 늘 자식들의 이야기뿐이었다. 그런 아내가 언젠가 유채꽃이 활짝 핀 제주도가 나오는 TV를 보면서 가보고 싶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아이들과 의논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제주도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공항 가는 길, 그날은 날씨마저 우리를 반기고 햇살 한줌 내려앉은 아내의 얼굴에서 살짝 설렘과 긴장이 보인다. 드디어 이륙을 허락한 거대한 새 한 마리는 태양이 머무는 그곳을 향해 솟아오르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중력의 힘에 날개를 펴고 낯선 이방인들과 함께 허공을 날고 있었다. 늘 땅에서만 써온 시를 찰나의 순간 창공에 멈춘 듯 느린 초점에 기대어 위아래의 느낌을 스케치해본다.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잠시 후 제주공항 도착이라는 안내방송에 이렇게 가까운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나하는 미안한 마음이 눈시울이 가려진다. 첫발을 딛고선 땅에는 어느새 익숙한 사람들을 따라 나와 예약한 차를 타고 우리 둘만의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하이파이브를 하고 어딘지 모르는 길 위를 석양이 지는 노을을 따라 태양을 품은 윤슬에 어리는 바다에서 한참을 배고픔도 잊은 채 서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얼굴을 닮은 것 같은 생각에 문득 생각나는 글귀가 떠오른다.

그대와 함께한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고
아름답게 노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그대와 나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대를 바라보는 눈길에
내 사랑하는 마음도 태양을 품듯이
내 사랑도 그대 품에 잠들길 바라며.

설렘으로 배고픔도 잊은 채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깊은 심랑에 빠진 태양이 잠든 시간,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에 풍덩 빠져버린 조명이 아름다운 자리에 앉아 커다란 창문에 비춘 아내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아름답다. 그렇게 저녁 식사 후 해변가 작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마주 보고 웃으며 내일 한라산 등반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편으로 살짝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중년인 나이에 쉽지 않은 거리에 많은 이들이 포기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이다.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우리는 강행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이란 하루를 꿈속에 저장한다.

커다란 창문으로 제주의 여명이 밝아온다. 내가 사는 산등성이 도시의 여명과 탁 트인 바다에서 밝아 오는 여명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뿐이다. 서둘러 아내와 숙소를 나와 등반 코스인 성판악으로 달린다. 김밥에 음료수로 등반을 시작하려는데 살짝 걱정스러운 김밥 집 아주머니의 표정이 눈에 어린다. 그렇게 시작된 산행에 가끔씩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만 있고 조금씩 보이는 내국인들이 얼마 없어 약간 의아해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1코스가 5.8k다. 1시간 20분. 2코스가 1.5k다. 1시간대이고, 3코스는 2.3k다. 정상 백록담까지 모두 9.6k다.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데, 글쎄 우리 발걸음으로는 더 걸릴 것 같은데 하면서 부지런히 오르다 힘들면 쉬어가는 행보에 어느새 3시간쯤 지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지금이 아니면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본다.

조금씩 보이는 사람들 속에 우리 부부보다는 조금은 더 들어 보이시는 부부가 쉬면서 우리 부부에게 살짝 웃음을 보인다. 동질감이라 할까 나 역시 반가움에 “많이 힘들죠?” 물어본다. 여기까지 올라온 게 아까워서 꼭 오른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제한이 있는 터라 서둘러 올랐다. 정상을 향한 열정이 통했는지 백록담에서 끌어당기는 암력에 아내와 정말로 힘들게 정상에 오를 수가 있었다.

그곳은 벌써 많은 이들이 천지를 향해 마음을 던지며 하늘 높이 날고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우리가 제일 연장자인 것 같았다. 그곳에 남아 있을 시간은 겨우 30분쯤이었다. 2시면 하산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시끄럽다. 우리도 인증샷을 찍고, 아름다운 추억을 담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더 많은 사진을 찍고 그렇게 시간에 떠밀리듯 하산하는 길에 1950m인 한라산 정상에는 나무도 자라지 않는 곳 찬바람에 깨질듯한 손 시림이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다. 서둘러 내려오는 길에 제법 많은 이들이 있었는데 어느새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과 조심스럽게 내려오다 보니 오를 때 만난 부부가 보였다. 시간 안에 도저히 못 오를 것 같아 포기했다며 살짝 아쉬워한다.

우리도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아내의 대견함에 고맙게 생각하고 아내의 회갑에 함께 오른 한라산 백록담의 추억이 영원할 수 있었다. 하산길에 말로만 듣던 한라산 고라니 한 쌍이 앞에서 우리를 반기는 듯 멈춰서 우리를 바라본다. 이런 인연에 아내를 영상에 담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던 그날의 영상을 보면서 아내와의 아름다운 회갑 여행을 떠올린다.

전병일

2019-06-07 13:44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내와의 회갑여행 한라산 정상 등정 축하드립니다.
저도 회갑여행 미리 미리 계획해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름 더위가 시작 되었네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최명오	전병일 작가님! 다녀가셨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금은 바쁜일에 있다보니 늦었네요 날씨가 많이 무덥군요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고요 행사날 반갑게 뵙겠습니다	6/9 10:27

정찬열

2019-06-08 20:31

최명호 작가님 오랜마입니다.
40여년 만에 맞이한 사모님의 회갑연에
그것도초행으로 제주에 가시여 값있는
제주도 한라ㅣ산 등판이 자랑스럽고 오래 오래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은 추억을 남기셨네요
사모님의 회갑연을 축하드리며 가내 행운이
산처럼 쌓이고 편안 하시길 손 모음니다.^*^


최명오	안녕하세요! 정찬열 작가님 다녀가신줄 모르게 바쁘게 지냈네요 죄송합니다 늘 정겨운 말씀 많이 주시는데 보답을못해드려서 다시한번 죄송스럽고, 늘 좋은일과 가정에 행복이 많으시길요 그리고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길요 감사합니다	6/9 10:31

김상화

2019-06-12 10:24

부인의 회갑연을 축하하는 뜻에서 한라산 등정을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우선 축하합니다
1950m란 긴 코스를 부인께서 오르셨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평소에 산행을 즐겨 하셨나 봅니다
한라산 회갑 여행기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행복한 삶이 되시길 두 손 모읍니다. 최명호 작가님!


최명오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둥이 군입대하느라 인사다니기에 조금 바뻐서 이제서야 인사드림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작가님의 다정하신 말씀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6/18 22:22

김상훈

2019-06-14 18:39

흠...... 참 멋집니다.
이제 같이 늙어가는 아내와 둘이
그 먼곳까지 가서 등정까지 하고.......

제 아내도 제주도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던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날 이때까지
가지를 못하는군요.

아주 부러운 회갑이었습니다.


최명오	위원장님! 이곳으로 이끌어주심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늘 좋은 말씀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잡아 주시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없을겁니다 위원장님에 누가 되지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6/18 22:26

전병일

2019-06-24 10:09

최명오 작가님 어제 만나서 반가웠어요
잘 올라가셨는지요?
서재에서 자주 뵐께요
새로운 한주 행복한시간 되세요~~~^^


최명오	전병일 작가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이제이 들어와봅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늘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 되시길바랩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7/1 08:55

신영애

2019-06-27 09:28

최명오작가님..
안녕하세요..

길을 나설때 누군가와 동행해서
간다는것은 참으로 위로가 되고
든든한 힘이 되지요.
더구나 낯선곳을 가면서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가장 가까운 짝과 함께 간다면
더 없이 행복할듯합니다.

멋지십니다.

신인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옆에 계시면서 제대로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달콤한 사랑꾼님의 글 배독하고 갑니다
향필하세요~


최명오	신영애 작가님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러게요 옆에서 인사도 제대로 못나누었네요 다음에는 반갑게 인사 드릴께요 무슨일이 그리바쁜지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행복한 시간 되시길바랩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7/1 08:57

가족소개

창경궁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