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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연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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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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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9-03-07 1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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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양면
스마트폰의 양면/ 이정연
들녘 끝 산자락에 집을 짓고 한가롭게 사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른 일을 보느라 받지 못했다. 내 전화기에 누구로부터 부재중 전화 몇건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친구도 알고있다. 친구는 카톡으로 "바쁘니?" 라고 보내고 이어서 포동포동 살 오른 풀잎, 예쁜 홍매화, 쑥, 돌나물 등 여러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마지막에는 슬퍼서 눈물을 수돗물처럼 쏟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이쯤에서 전화를 하지 않으면 친구가 서운해서 진짜 이모티콘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얼른 전화를 걸었다. "친구야! 무슨 일 있는 거야?"로 시작된 통화는 몇 십 분이 훌쩍 지났다. 쑥이 지천으로 깔렸으니 부드러울 때 캐서 쑥국 끓여 먹자고도 했고, 홍매화가 지기 전에 손잡고 사진도 찍어야 된다며 봄이 가버릴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 같으면 내가 더 반가웠을 친구의 수다를 오늘은 내가 다른 일에 마음을 빼앗긴 상태라서 빨리 끊어 주기를 기다리며 속된말로 영혼없는 "응" 만 되풀이 했다.
아는 사람의 전화가 모두 반가운것은 아니다. 때로는 모른척 하고 싶지만, 알면서 모른척 한다는 사실까지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친절한 스마트폰은 불편할 때도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감정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어 고맙기 그지없지만, 사생활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노출되어 변명을 해야 할 때도 가끔 있다.
지금 우리는 휴대 전화만 있으면 불폍할게 없는 세상을 살고있다. 물건을 구입하고, 차표와 항공권을 사고, 맛난 음식을 먹고, 이 모두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멋진 기계다.
어느 맞벌이 부부의 여섯 살 된 아이 고민은 아침마다 깨워주고 동요를 들려주는 인공지능(AI)이 죽을까봐 걱정이 많다는 라디오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개그 같은 현실이 어린 아이의 고민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 가지다. 어쩌다 휴대폰 분실이라도 하게되면 당장 생활이 곤란해 질 만큼 당황하게 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언어들은 적절한 검증도 없이 변하고, 줄이고, 늘리고, 한국어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닌 이상한 말과 글이 많다. 통신 언어들을 알지 못하면 뒤처진 세대가 되는 일은 당연시 되고 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다. 아버지와 아들의 카톡 대화에서 아들이 "~ㅠㅠ"하는 표현을 자주 하기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아들은 슬프거나 답답할 때 적당한 글이라고 했다. 얼마후 아버지는 친구분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고 '~ㅠㅠ' 라고 했다가 곤란을 겪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야기를 듣던 나는 통신 언어들을 사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도 했으나 사용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의 마력으로 우리말과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욕설을 섞어 배우면서 마치 표준어 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임이 분명하다.
스마트폰을 껴안고 사는 우리들의 기억력은 무용지물 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억해야 될 많은 것을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통신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보고싶은 사람과 바로 소통하고, 중요한 서류를 거리와 상관없이 즉시 받아 보고, 음식점의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처럼 편리한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를 종종 불편하게 한다. 개인의 정보유출 피해는 특정인의 일이 아니다. 수년간의 연구결과를 순식간에 훔치는 일도 어렵지 않다는 기사도 접하게 된다,
이런 큰 일 말고도 불편한 일은 많다.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놀러간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하다가 시부모님께 들켜서 혼이 난 후배의 하소연, 부재중 전화를 확인 하고도 연락하지 않은 자녀의 배신감에 우울해 하는 부모님 등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은 넘친다.
반면에 멀리 있는 가족의 안부를 언제든지 묻고 전하면서 같이 생활하는 듯 한 편안함도 있다. 필요한 일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일쯤은 아주 옛날부터 사용해왔던 것처럼 일상이 된지 오래다.
2월 말쯤에 3년정도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새것으로 바꿨다. 새 전화기를 들고 전라도 해남을 다녀왔다.
양산 통도사는 이미 지고 있는 홍매화가 해남 달마산 미황사에는 이제 겨우 몇 송이만 피었을 뿐, 아직 봉오리로 움츠리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달마산의 바위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이 드는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친구들과 어깨동무하고 사진도 찍었다. 뷔페식으로 마련된 산사 특유의 채식 공양은 맛도 빛깔도 일품이었다.
약수터 옆의 작은 웅덩이에도 봄기운이 찾아와 개구리알이 너울대고 있었다.
창건 유래나 안내 표지판도 읽을 새도 없이 전화기에 담았다.
다음으로 2018년 "한국의 산지승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해남 두륜산에 위치한 천년고찰 대흥사를 찾았다. 계곡과 물이 사이좋게 어울린 경치가 발길을 멈추게 하였지만 얼른 스마트폰에 담고 또 이동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동백나무숲과 웅장한 대웅보전 등 모두 눈으로 살피거나 마음에 담기에 앞서 스마트폰에 먼저 담았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강진 월출산 무위사다. 쉬어 가라는 듯 몇번에 걸쳐 있는 계단을 올라 가장 오래된 건물 극락보전(국보 제13호)에 들렀다. 국보인 백의 관음도(보물 1314호)는 '촬영금지' 라고 적혀 있어 아쉬웠다. 법당 안내자의 백의관음도 전설도 스마트폰으로 녹음했다.
백의관음도의 전설은 극락전이 완성되었을 때 한 노인이 나타나서 법당 안에 벽화를 그릴테니 49일 동안 문을 열거나 법당 안을 들여다 보지 말라고했다. 49일 되던 날 궁금함을 참지 못한 주지승이 문에 구멍을 뚫어 들여다 보고 말았다. 그 때 마지막 그림으로 관음보살도의 눈을 그리던 파랑새가 입에 붓을 문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서 그림속 보살의 눈동자 하나가 없다고 했다,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참지 못해서 생기는 안타까운 일은 너무도 많다.
가는 곳 마다 모두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더 멋지게 카메라에 담으려는 욕심에 자세히 살피면서 느끼는 감상의 시간은 처음부터 배제되었다.
집에 와서 저장 할 사진과 삭제 할 사진을 고르다가 사진 찍느라 경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마른 풀잎 위에 잔뜩 피어있는 새끼 손톱만 한 보라색 들꽃의 꽃술은 흰색, 홍매화의 꽃술도 흰색, 흰매화의 꽃술은 노란색이라는 사실도, 세월의 무게에 단청이 지워지고 아름드리 기둥이 갈라진 모습도 사진으로 보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너무 믿고 사는건 아닌가. 반성도 했다.
편리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스마트폰을 떠난 삶은 상상 할 수 없을만큼 우리 생활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적당히 잘 사용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단점 보다는 장점이 많은 스마트폰을 꼭 쥐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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