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광범
ㆍ작성일	2018-07-19 21:25

ㆍIP: 110.xxx.184

산책

저녁 무렵에 우리는 간편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가끔 건강을 위해서 강변을 돌며 산책을 하게 되는데
낮에 양양 터널을 지나 낙산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 온
탓에 뱃살이 늘어난것 같다며 집사람이 투덜거렸다
가야쥐~ 하며 부인의 손을 끌고 조깅을 하려는 것이다
낙산 해수욕장에 가면 해송의 그늘에 앉아 노닥거리거나
편의점의 시원한 음료수랑 주정부리로 즐거움을 달랜다
맛집을 찾아서 음식을 실컷 먹고 오게 되는데 집에 돌아와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려는 것은 삶의 질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실행하려는 것이다
강변을 한 바뀌 돌게 되었고 짧은 코스가 3Km는 되었다
놀러 가서 잘 먹고 살찌우는 일은 즐거운 여행이었고
걷기를 하다 출출해지면 입안이 꿉꿉해지므로 무언가를
채워주어야 하는 일은 생체리듬에 충실하려는 사람의
본능이라 하겠다
그래서 치킨이라도 한 마리 할까 말 하니까 아내는
먹고서 돌아야 한다며 호프집에 먼저 들리자는 것이었다
살찌는 현상에 조금이나마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는 처의
모종의 지략이지만
아니다 그러지 말고 강변을 돌다가 중간쯤 치킨집이
있으니 거기에서 먹고 걸어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조언
했더니 그러자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차피 걸어야 하니까
저렇게 하나 이렇게 하나 매 마찬가지 결론 이기는 했다
이견 조율은 때로 흐지부지의 멍청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저 서로 밀당하자는 것이지 싸우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하기는 하지만 해가 서산에
넘어가 숨었고 그늘이 드리우고 어두운 터라 바람이 불면
제법 시원하기는 하였다

요즘은 어느 도시를 가거나 곳곳에
산소 마시는 환경을 잘 조성해 놓았다
유산소 운동이랄까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일이다
주로 도시의 개울이나 강변을 따라 둘레길을 잘 구축해
놓았는데 윗몸 일으키기, 허리 돌리기, 팔 돌리기, 등등
산책로를 따라서 운동 기구들이 공터에 잘 갖추어져 있다
드문드문 앉았다 갈 수도 있고 벤치들이 멋지게 준비되어
있다 집에서 짜증이 난다고 접시를 깨트릴 것까지야
없겠다
우리는 맘만 먹으면 행주와 걸레를 제자리에 집어 던지고
바로 집에서 탈출하여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면 되었다
나라에서 그러라고 여가 체계를 동네에 말끔히 구축해
놓은 것이다
조깅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어릴 적 생각이 슬그머니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외출하거나 새벽에 일어나 등산을 하거나
학교 등, 하교할 때의 교복 외에는 단벌 신사가
아니었던가 외출복도 되고 운동복도 되고 잠잘 때는
잠옷이 되고 좋게 말하자면 전천후였고 이쁘게 말하자면
먼 훗날 추억 쌓기의 일환이지 않았던가
나는 피식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둘레길의 어느 구간에서는
조경석으로 강물과 경계를 만들었고 뚝 따라 낚시꾼들이
넓적한 바위 위에 드문드문 앉았는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굴어들 댔다 다들 시간을 낚는 것처럼 보였는데
가끔 팔과 머리가 꿈틀거리긴 하였으나 석고상과 같았다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저들을
보니 시험 답안지에 오뎅이라 썼더라는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께서 잔 다르크야 커닝을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
꾸지람을 하시더란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답지에 로댕이라 적었을 것이다
부인의 학창 시젤 이야기였는데 한번 내게 들려준 것이
코미디언도 아닌 사람이 나를 은근히 가끔 웃게 만들었다
이봉원의 처가 박미선이다 내 아내의 이름과 똑같았는데
무슨 유사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가 이봉원과 같다는
착각이 일어나는데 아무튼 괜히 웃기는 일이 아닌가 했다
저녁이라 그런 것인지 물비린내가 콧속을 더 자극하는 듯
스몄다 저기압에 습기가 갇혀 냄새가 뭉친 까닭일 것이다
하루살이들이 가끔 눈과 귀, 코로 날아들었다
무척 성가시기는 하였지만 숨쉬기 운동을 잘 느낄 때마다
살아있다는 실감은 가슴과 뇌를 새하얗게 쓸고 지나간다
세상의 삶이라는 것이 부딪치니까 뭐든 깨닫는 것이지
너희들의 존재를 내가 알 까닭이 없지 않겠느냐 하고 그리
생각을 하면 그저 개의치 않고 지나가게 되는 일이다

호프집에 들러서 후라이드와 양념 반반 치킨을 시켜놓고 생맥주 500cc를 들이킨다
목을 씻어내리는 시원함은 시샘이라도 당하는 듯
탄산가스의 짧은 손톱이 식도를 꼬집는다
이가 시렸고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를 하니 가슴이 뻥
뚫리고 말았다
건배는 술 예절의 기본이다 쨘 ~^^ 이런 상쾌한 맛에 먼
길을 애써 돌아오자는 짓이지
고행 뒤에야 찾아드는 행복이랄까 고귀한 인생의 선물과 같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선다
먹은 만큼의 지방을 태워야 했다
그렇게 좀 가다 보니 시야에 화양교가 나타났다
홍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화양강엔 다리가 5개 있었는데
요즘 1개가 더 건설 중이다
남산교로 돌아서 갈까 그리로 간다면 거리는 총 5Km쯤
될 것 같은데 토리숲 공원을 지나는 코스이기도 하였다
이곳에는 넓은 공터가 있고 공연 무대가 설치된 곳이다
찰옥수수 축제가 곧 열리게 되는 데 이어서 맥주 축제
그리고 인삼 한우 축제가 또 열리게 된다 홍천 시민의
이벤트 행사를 주관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 긴 의자가
잘 마련되어 있는데 앉아서 강과 야경을 넌지시 바라보며
가로등 불빛에 비처럼 마음이 젖는다면,
수다 떨며 땀을 식히노라면 그만한 힐링 어디 없을 것이다
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요즘 부쩍 느껴지는 체력의
쇠퇴를 감지하면서 세월은 속일 수 없다는 흔한 말소리가
뇌리를 탁치고 달아났다
화양교 아래에 어두움이 다리의 조명을 받으며 흐리하게
물과 함께 흘러간다
이 시각에도 강 중심에는 강태공들이 여럿이 줄지어
낚시질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망태기에는 갈겨니와
피라미가 서로 뒤엉키어 은비늘을 반짝거릴 것이다
나는 그저 교량 위에서 상상해낼 뿐 추억의 한 토막이
강 물살에 말뚝처럼 사라지지 않으려고 뻐대고 있었다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지만 강태공은 은비늘 눈부심을
비추며 졸음을 쫓을 것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나의 생체 시계는 저 강물에 의탁하여
유유히 종이배인 양 따라만 간다
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다리의 조명이 위로처럼 불을
밝히고 있었다 날벌레들은 땅바닥에 거플처럼 널브러져
흔들리는데 아내는 저리 바쁜지 늘 앞서가기만 한다
글쎄다, 아들이 함께 나왔더라면 둘이 신나서 나란히 보폭을 맞췄으리라 서운한 마음은 쏟아지는 땀방울처럼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흐르고 있다
어찌할 것이냐 여보야~ 같이 가자고 적당히 소리를 지르며
부지런히 따라가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글 이광범

김경렬

2018-07-22 09:33

산책길을 조깅하시는
다정한 부부가 연상 됩니다.
건강 관리잘 하시고 폭염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광범	네~^^ 건강염러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그 무덥던 여름도 다 떠났습니다 소슬바람이 불어오네요 풍요로은 가을이 되시길 바랍니다^^	9/6 08:23

백낙은

2018-07-22 17:13

이광범 작가님. 반갑습니다.
저도 산책을 더러 하지만 요즘엔 많이 더워서 나가지 못합니다.
치맥을 겻들인 산책 환상적이네요.
건강유념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빕니다.


이광범	네~^^ 고맙습니다 저도 너무 더워서 심장에 무리가 갈까 염려하여 자주 하지는 못합니다 머물러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9/6 08:21

메밀꽃 축제

어버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