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18-03-26 15:59

ㆍIP: 125.xxx.136

수필/생사를 넘나들던 순간

-생사를 넘나들던 순간-

나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온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다 꿈에서 깨어났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지만 깨어난 순간 나는 가슴이 너무나 답답함을 느꼈다. 숨쉬기조차 힘들었고 누군가 내 가슴을 계속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그만 좀 누르라고 중얼 거렸다. 어렴풋이 보이는 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의사는 계속 내 이름을 부르며 소리치고 있었다.
“환자분!, 눈을 크게 떠보세요!,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내가 올려다보며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한양대병원 응급실 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껏 검진 받아왔던 나의 담당 주치의를 만난다는 생각에서 서울대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사정을 했다. 의사가 지금은 시급한 시기라 옮기다가 큰일 난다며 설명해주었다.
누운 채로 둘러보니 대학 동기들과 후배가 한쪽에 서있었고 남편과 막내아들은 침대 옆으로 얼른 다가와 놀란 눈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가슴의 진통이 다시 발작되고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치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내과 중환자실 침대에 옮겨져 있었고 가족들의 긴장한 표정과 딸은 걱정 한가득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가족의 힘이 얼마나 간절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담당 주치의가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는 내용은 대충 이렇다.
지하철에서 응급실로 실려와 다시 진통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급성 심근경색증이 왔다고 한다. 그날 새벽쯤 1분정도 심장이 멎었고 5시간 후에는 2분 동안 심장이 멎어 주치의 둘이서 계속 심폐소생술을 하여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것이다.
옆 침대들을 보니 온갖 내과 환자들이 사경을 헤매며 혈관마다 주사바늘들과 전기선이 가슴에 붙어있고 의료 기구들이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건너편 침대에선 투석 기구에 시뻘건 호수가 보이고 그 속엔 피가 흐르며 옆에 붙어있는 톱니바퀴가 발맞추어 돌아간다. 바로 옆 남자 환자는 다리를 얼마나 버둥대는지 꽂힌 주사 바늘에 피부가 찢겨져 침대 시트위로 흥건하게 피가 쏟아지는 소동으로 중환자실은 너무나 섬뜩하고 무서웠다.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냄새도 참아내야 했고 살벌한 환경에 아픈 심장은 더욱 통증으로 유발되는 듯 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에는 수면제 주사에 마취되어 계속 잠을 잤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의 장면들처럼 꿈을 꾸었었다. 꿈에서의 내용이 잠깐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내 몸을 보니 동 정맥관이며 혈관들은 주사바늘에 찢기고 꽂힌 채로 줄을 달고 있었고 입에도 굵은 호수가 박혀있어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죽을 것같이 괴롭고 숨이 막혔다. 내 몸이 온통 끈으로 묶여 있었고 움직일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왼손 뿐 이었다. 나는 침대의 왼쪽 팔 받이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치며 제발 입속의 관 좀 빼달라고 손짓을 하면서 더 크게 숨을 헐떡였다. 죽는 시늉까지 하며 손 사례를 치자 간호사는 안 된다면서 투덜거린다. 관을 빼면 가래를 뺄 수가 없다며 큰 선심이라도 써주듯이 관을 빼주었다.
그제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고 곧이어 기침이 나면서 가래가 끓어올랐다. 힘겹게 가래를 뱉어보니 피가 섞여 나온다. 주치의한테 보고가 되고 폐렴증상이 진행되었다 한다. 심폐소생술 할 때의 충격으로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기침하고 옆으로 뒤척일 때마다 ‘우두둑’ 소리가 나면서 움직이기 조차 힘들어 통증을 억제하려고 내손으로 가슴을 눌러야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는 동안 전쟁터의 병원에 와있는 착각에 빠질 지경으로 가슴의 통증은 오히려 심해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위급한 생사를 넘고 심폐소생을 한 후유증은 하나씩 계속 합병증으로 가고 있었다. 내과 중환자실인 그곳엔 하루에 한 생명씩 죽어나가고 있었으며 나는 점점 정신병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기침을 할 때마다 부러진 갈비뼈 통증과 함께 소리가나고 객담에 섞여 나오는 시뻘건 피가 무서워 긍정적으로 바꿔야 살 수 있는 인내를 익혀야만했다.
중환자실에서 사흘이 지나고 이젠 후유증으로 합병증에의 고통은 끊이질 않았다. 이젠 병마를 버틸 기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의사들은 이 병원 최초로 위험한 특별한 환자라며 신기한 표정으로 자주 나를 들여다보기도 하며 위로하는 대화를 해주었다. 칠일 째 되던 날 오전 열한시쯤 심장의 조영 시술한다는 각서에 사인을 했다. 딸을 보호자로 동반하여 옆 건물 시술실로 향했다. 침대에 누운 채로 옮겨지는 내심정은 사형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처절한 순간이었다. 이번 시술이 세 번째라는데 두 번 까지는 의식이 없었고 나에겐 이번이 처음같이 생각되어 무서워서 떨렸다. 의사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빠르고 차분하게 진행했다. 나는 곧 다른 침대로 옮겨지고 이뇨작용 링거주사를 팔에 꽂고는 왼쪽팔의 마취 작업이 시작됐다. 어두운 시술실에서 마취된 왼쪽팔의 정맥 선을 타고 무언가 뻐근하게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 왔다. 스텐트를 넣을 때마다 심장으로 열이 뿜어져가는 느낌이 두 번이나 이어지며 시간은 사십여 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몸이 오그라지고 전신이 얼어붙는 것 같은 길게 느껴지는 순간 이었다. 나의 심장 혈관엔 먼저 의식이 없을 때에 스텐트를 두 개 삽입했고 이번에는 두 개를 더 추가해서 내 몸엔 네 개나 삽입되었다는 것이다.
온몸에 전기선이 붙여 진 것도 모자라 심장 혈관에 스텐트 까지 내 몸은 점점 로봇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시술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와 나도 모르게 소리 없이 흐느꼈다.
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와 조금 있으려니까 아랫배의 진통이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숨을 헐떡이며 비명을 질러댔다. 심폐소생 했을 때 호수를 목으로 관통했던 충격에 성대마저 기능을 잃어 쉰 목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갑자기 생각지도 않던 또 다른 고통에 소리를 지르자 주치 의사와 간호사가 달려왔다. 원인을 알아내어 방광을 눌러보더니 작은 호수로 소변을 빼기 시작했다. 복부의 통증이 차츰 가라앉고 방광이 터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치뤘다.
그렇게 급한 소동이 지나가고 30분 뒤 시술했던 왼쪽 팔목에 또 다른 진통이 저리다 못해 아파왔다. 두시간정도 지혈해서 한 시간을 압박 붕대로 욱조여 놓았었다. 점점 저려오는 느낌이 이제는 너무 아파서 온몸이 오그라지는 것 같고 다시 숨이 차올라 헐떡거렸다. 혈액이 터질까 왼쪽 팔을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비명만 질러댔다. 간호사가 와서 압박 붕대를 약간 느슨하게 풀어주니 금방 통증이 사라진다. 무슨 고통이든 강도가 강해지면 참기 힘든 고통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들이다.
해가 어둑해질 무렵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원인은 다량의 약부작용으로 심장과 폐에 물이 차는 심부전증도 왔다고 한다. 밤12시만 넘으면 합병증과 불면증으로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며 밤새 비명을 지르다가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 이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신경성에 의한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병명도 생겼다. 아침 6시만 되면 매일 혈액을 체취하고 심전도 검사를 반복했다. 급기야는 혈액 부족으로 수혈 각서에 사인을 하고 난생처음 수혈까지 진행하는 투혼의 날들이 이어졌다.
생사의 고비가 지나니 이젠 다양한 합병증에 버티어야 하는 제2의 고통으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호전되어갔지만 다른 합병증들은 고통이 점점 더해지는 것 같았다. 의사는 합병증이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지만 이제 나의 정신력으로 용기를 내야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정신을 잃을 뻔한 지경에 빠지기도 했지만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야한다고 버티며 자신이 대견하리만큼 잘 견디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합병증의 숙제를 가지고 이십삼일 만에 퇴원을 했다. 나는 이제 앞으로 귀한 생명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며 더욱 소중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또한 저승이라는 곳에서 영혼의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또한 나의 생사를 무사히 넘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정찬열

2018-03-26 21:54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생생한 꿈이야기로 전개되지만
깨어난 순간 나는 가슴이 너무나 답답함을 느꼈다.
생사를 넘나드는 응급환자로 버텨내는
한편의 멋진 작품에 박수를 보냅니다.

3월의 끝자락에 마무리 잘하시고 새싻이
돋는 사월 행운이 충만하시길 기원 합니다.


장선희	정찬열 작가님 서재에 들러주시고 조언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꿈에서 깨어난 생생한 이야기인데 작가님은 혹시 꿈이야기로 읽으신 듯 하네요? 아님 제가 잘 못 알아들은 건지도 모르네요 봄이오면 모든 대지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이 싱그럽습니다 환절기 미세먼지에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3/27 21:17

백낙은

2018-03-28 09:12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어쩌다가 큰 고비를 넘기셨군요.
그래서 인생을 열두 고비라고 하는가 봅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어려운 산행 뒤엔 정상 정복의 기쁨이 있는 법이지요.
더욱 큰 기쁨과 희열 맛보시고 늘 보람된 나날 되시길 빕니다.


장선희	백낙은 작가님 긴 글 읽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네에 저는 병고에 생사를 여러차례 겪으며 인생의 감사함까지 알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어릴적보다 차라리 중년나이가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님도 항상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4/2 13:33

임정수

2018-04-01 18:28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장선희 작가님!
등단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작품으로 서재에서 자주 뵈었음 좋겠습니다.
늘 건안/ 건필하세요. *^.^*


장선희	임정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소설작품으로 등단했는데 수필도 올려보았습니다 좋은 작품이 될 때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4/2 15:53

주응규

2018-03-27 09:22

장선희 작가님 장하십니다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한편의 수필에서 작가님의 마음을 뵙습니다
늘 좋은 글로 사랑받는 문인되십시오


장선희	주응규 작가님 들러주시어 감사드립니다 그전에 썼던 수필을 올려봤습니다 이야기가 좀 살벌하지요? 겪었던 일들이 아련하게 떠오르면 달갑지 않지만 그런 역경들이 다 지나갔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요즘 미세먼지 조심하세요.	12/17 14:20

김락호

2018-03-29 00:56

장선희 작가님 신인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문학인으로서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집필하시고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님 되시길 바랍니다.


장선희	김락호 이사장님 저의 서재까지 왕림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항상 건강하게 그 자리에 계셔주시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늘 바쁘신 중에 관심 주시기 까지 마음 깊이 새깁니다 요즘 봄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거리들 모습에 행복한 마음입니다 이사장님도 행복한 마음으로 월요일 한주 시작하세요^^	4/2 13:39

김경렬

2018-03-31 07:11

시에 이어 소설까지 대단 하십니다.
어려운 생사 고비를 무난히 넘기셔서 다행입니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두집 살림에 아기까지 돌보랴 시간에 쫒기느라 서재 방문이 더딥니다.
양해 해 주시고요. 늘 응원 하겠습니다.
화이팅!!!


장선희	김경렬 작가님 바쁘신 시간 쪼개어 다녀가신 마음 감사드립니다 살아가는 인생이 우여곡절도 많습니다 그럼에 한층 더 깊어지는 연륜으로 행복함도 더 많이 쌓입니다 건강하시고 봄날의 화사함도 마음껏 즐시시길 바랍니다.	4/4 22:46

김정애

2018-05-16 08:42

숨도 안 쉬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고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 누가 알까요.
이제 새 생명을 얻으셨으니
늘 감사하며 살자고요.
열정적으로 봉사 하시고 나태하지 않고
열심히 사시는 작가님께
응원의 박수를 쳐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장선희	심장병으로 30년동안 시달리고 생사를 오가던 때는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때가 있었지요 건강한 심장을 받아 새로 얻은 인생 멋지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봉사도 당연히 해야하고요 나로인해 또 다른 사람이 행복해진다면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님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길 바랄께요^^	12/17 14:22

이광범

2018-05-19 09:28

갈비뼈에 금이가면 기침할 때마다
통증이 오게 되고 참 괴롭지요 아무는데
시간이 꽤 걸리지요
거기다가 조영술까지 받으셨으니요
심폐소생술까지 받ㅇ으셨으니 그 고통 짐작이 갑니다
요즘은 의술이 발달되어 심근경색도 여간하면 스태트 넣는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사람을 살려내지요
당사자야 오죽 했겠습니다
덤스로 받은것 같은 삶이라 생각하기에 충분하십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구요
멋진 인생 꾸리시길 기원합니다^^


장선희	이광범 작가님 긴글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조영술에 스텐트까지 알고 계신 것 같으시네요 모두가 중한 지병은 없어야 할텐데요 가족력 이란게 이렇게 무서운줄 몰랐답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요 신록이 넘치는 유월에는 싱그러운 청포도가 익어간다지요 행복한 여름 맞이하시 길 바랍니다.	6/10 20:16

염규식 2022-01-12 21:17	작가님 늦게 찾아본 소생을 용서하소서 저 역시 확장성 심부전증으로 계속 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고통은 없으나 힘쓰는 일은 못하구요, 의사의 진단으론 심장이식외엔 방법이 없다지만 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하던 사업을 마무리 할때까지 버티려하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부르면 간다는 마음으로 투병중입니다 작가님께서도 건강 챙기시구요 늘 좋은 작품으로 좋은 인연 맺기 원합니다 고운밤 되십시요--^^

소설/ 먼저 가신 어머니 날 부르신다- 1.

수필/태국여행에서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