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장선희
ㆍ작성일	2018-03-19 17:39

ㆍIP: 125.xxx.136

수필/어머니의 가래떡

어머니의 가래떡/ 장선희

명절인 설날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며 해야 할 일이 생각난다. 김이 폴폴 나는 찰지고 말랑한 가래떡이다.
가끔 대학로에서 대학병원 후문을 지날 때마다 가래떡을 연탄불에 구워 파는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그때마다 어머니의 가래떡 맛이 그리워 사 먹기도 한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떡 방앗간을 다녔던 날들이 나에겐 평생 그리워지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요즘은 가래떡을 어떻게 썰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주부들이 많다. 얼마든지 동네 가게에서 살 수 있고 사계절 내내 맛볼 수도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힘이 들지 않아도 정갈하게 썰어진 모양에서 다양한 잡곡류색깔의 시각으로 영양까지 챙기는 가래떡이 되었다.
나는 명절이 돌아오면 어머니의 향수가 그리워 가래떡을 살 땐 꼭 방앗간에 가서 산다. 일반 가게에서 구매하면 아무리 예쁘게 썬 떡이라도 구미가 당기질 않는 나의 편견일 것이다. 떡 방앗간에서 직접 만든 거라는 증명의 시각이 나의 떡 맛을 좌우한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떡 방앗간에 가기 전날 커다란 양푼에 쌀을 두말 정도의 분량으로 물에 담가놓으신다. 부모님이 손수 농사지으신 최상급의 쌀이니만큼 가족들과 귀한 사람들을 위해 떡국을 후하게 대접할 수 있는 양이다.
다음날 일찌감치 조반을 드시고 우물가에 앉으신 어머니 손에서 조리의 움직임이 분주하게 보인다.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신 대바구니를 양푼 위에 받쳐 쌀을 건지시고 어느 정도 물이 빠지면 고무 다라이에 옮겨 담으신다.
수북이 담은 뽀얀 쌀 위에 왕소금을 한 움큼 뿌리고 베보자기로 덮으신다. 그리고 수건으로 똬리를 틀어 정수리에 올린 다음 고무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가시는 어머니의 뒤를 나는 졸졸 따라간다.
흐트러짐 없이 안정되게 이고 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외줄을 타는 광대를 보는 듯 신기하고 아슬아슬 하기만 하다. 어머니 머리에 딱 풀이라도 붙인 것처럼 방앗간에 도착할 때까지 흔들림이 없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그 모습이 당연한 거로 생각했었다.
떡 방앗간에는 아낙네들과 아이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먼저 도착한 아주머니는 떡 틀에서 삐져나오는 뜨끈한 가래떡을 끊어 담으며 후한 인심을 쓰신다. 군침 삼키는 우리에겐 혀에 감기는 구수한 맛을 더해 차례를 기다리는 허기까지 채워준다.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이고오신 가래떡의 잔치가 벌어진다. 동생과 나는 어머니가 내오신 조청에 찍어먹는 달콤함에 빠지고 배가 볼록 튀어나올 때까지 먹어댄다.
어머니의 가래떡을 이웃집에 한 접시씩 돌릴 때는 동생과 나의 몫이 되어 이웃집 아주머니의 칭찬은 명절의 보너스였다.
그렇게 말랑한 떡은 하루저녁을 지나고 어느 정도 꾸덕해지면 가족이 둘러앉아 절반은 떡국용으로 썰어놓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관한다. 가래떡은 가끔 어머니가 화롯불 석쇠에 올려 구워주신다. 그 맛은 어머니의 사랑만큼이나 쫀득하고 구수한 맛이었다.
나도 올해는 동네 방앗간에서 세 가지 색의 잡곡류 가래떡으로 골고루 구입했다. 어머니가 안 계시는 지금은 아무리 구미가 당기는 다양한 색깔의 가래떡이라 해도 어릴 적 그 맛을 찾을 수가 없다…

백낙은

2018-03-20 09:48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수필 분과 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제가 좀 분주한 일이 있어 오랫만에 댓글 드리는 점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아하니 젊으신 분이시고, 또 서울에 계시는 분이신데
옛날 제가 경험한 것과 같은 어머님의 가래떡 경험을 들려 주시니
저도 옛날 추억을 많이 떠올려 보게 되었답니다.
그 때 그러한 경험들이 소중한 자산이라 여깁니다.
이 봄에 멋진 소설과 작품으로 향기 뿜어 주시기 바랍니다.
평안하심과 향필하심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선희	백낙은 작가님 안녕하세요? 서재에서라도 인사드립니다 저는 시보다 소설을 써보는 게 희망이었지만 소설로 등단하는 건 쉬운일이 아니었답니다 수필과 소설이 같은 서재로 되어 있기에 써보았던 수필을 올렸습니다 작가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봄 햇살이 따뜻하지만 꽃샘추위에 건강도 살피시고 행복한 문인으로 뜻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3/23 16:56

정찬열

2018-03-20 22:06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장선희 작가님~
다시한번 "문학 작가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어머니의 가래떡" 지금 처럼 떡방앗간이 없었던 시절
떡메로 처서 긴 가래떡을 만들던 옛시절을 더듬게 합니다.
문운이 창대하시여 멋진글 집필 하시고 승필을 기원합니다.
남은 저녁 시간도 편안한밤 행복하세요^^


장선희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서재에 들러주시어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계실 때 그 가래떡이 어찌나 그리운지요 우리는 그 추억을 가지고 어머니의 사랑도 애절하게 생각합니다 봄은 오고 말았지만 아직 남은 꽃샘추위에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3/23 17:03

김종덕

2018-03-23 18:02

`장선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선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꼬들꼬들한 옛 얘기로 추억을 감겨 올리시네요. 떡방앗간의 추억은 언제나 되돌아 오는 추억으로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장선희	김종덕 작가님 반갑게 인사드립니다 어머니가 계시는 어릴적 추억에 사무칩니다 그때의 가래떡은 정말 꿀맛 이었지요 글로 남기며 추억을 더 선명하게 새겨봅니다 서재에서 봽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꽃샘추위 봄바람에 감기 조심하세요.	3/23 21:54

김정애

2018-05-16 08:25

어머니의 가래떡
잠시나마 향수에 젖어봅니다.
어릴적 명절 땐 가래떡도 뽑아 먹었지만
저희 고향에선 떡취나물을 채취해
삶아 말려 놓았다가 찹쌀을 떡시루에
쪄서 떡취와 함께 떡메에 쳐 식용유 깡통에
담아 놓고 겨우내 두고두고 화롯불에 구워 먹었지요.
옛 향수에 잠겨 엄마의 취떡이 먹고싶습니다.
어머니의 가래떡 덕분에 잠시 향수에
젖어봅니다.
고맙습니다.


장선희	김정애 시인님 감상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대학로를 지나갈 때면 가래떡에 대한 추억이 떠올라서 그리움에 어머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써보았답니다 봄비가 장미꽃을 활짝 피우려 몸부림 치는 듯 비바람까지 몰고 오는 아침 기분좋는 하루 보내세요^^	5/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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