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강좌
ㆍ작성일	2017-03-01 15:56

ㆍIP: 180.xxx.91

바다의 꽃. 섬

김강좌

바람이 싱그러운 어느 멋진 날, 여수에 놀러 온 친구와 함께 오동도를 찾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시월의 바다는 너울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의 춤사위가 갯바위를 부드럽게 휘감아 돌아가고, 햇살을 가득 품은 윤슬의 반짝거림은 괜스레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에 관광객을 태운 모터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그려내는 포말의 아름다움은, 한참을 넋을 놓고 빠져들게 하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전망대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숲에서 푸르게 일어나는 싱그러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스스로 자정하는 생명력으로 사계절 푸름을 잃지 않으니, 가만히 기대어 서면 가슴속 깊은 곳까지 깨워주는 맑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잠시나마 마음속 찌든 때가 모두 씻겨지는 듯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전망대로 오르는 입구부터 빽빽하게 심어진 동백나무는 사계절 다르게 안겨드는 햇살과 바람을 품고 자란다. 멀리 동해의 일출을 호흡하고 가슴속 깊은 곳까지 붉게 물들이며, 숨 가쁜 환희로 꽃을 빚어낸다. 그렇게 겨울이 깊어질 무렵 꽃송이 송이마다 겹겹이 붉은 빛으로 벙글어지고 온 섬을 동백 꽃섬으로 꽉 채운다. 중간쯤 오르다 보면 가슴속에 품은 임을 기다림 하는 듯 섬섬옥수로 빚어 놓은 대숲의 사각거림은, 모진 비바람에도 수천 년을 혜랑하며, 퇴색되지 않는 수려한 풀빛으로 섬을 지키는 생명의 뿌리를 잇는다. 싱그러움이 묘하게 달콤했던 바다를 끼고 오동도를 한 바퀴 돌아 전망대에 오르니 탁 트인 넓은 바다 전체가 한눈에 안겨들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환호성을 외치게 된다.

오래전 오동도에 왔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인가, 소풍을 오동도로 왔었다. 순천에서 2시간 남짓 소요되는 기차를 타고 여수역에 도착하면 걸어서 대략 2~30분 정도를 가야만 오동도를 들어가는 다리가 나온다. 매일같이 학교와 집으로 오가는 반복되는 생활에서 하루를 벗어난 아이들은, 마냥 신나서 줄을 맞춰 걸으면서도 큰소리로 웃고 떠드느라 시끌벅적했다. 오동도 다리를 걸어가면서도 웃고 떠들며 방파제를 타고 넘실거리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본다. 내륙지역인 순천에서 느낄 수 없는 바닷가 특유의 향기와 기운으로, 뭔가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움들이 가슴속을 채운다. 아마 그때부터 바다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방파제를 지나 전망대까지 돌아보고 그늘 밑에 모여 앉아 도시락도 먹고 보물찾기, 수건돌리기, 그리고 노래자랑도 한다. 그 시절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많지 않았지만 언제나 소풍은 즐겁고 신났다. 해가 넘어갈 즈음 다시 역으로 돌아와 기차를 기다린다.

역 근처에서는 바다에서 갓 잡아 온 싱싱한 해삼과 멍게를 판매했다. 올록볼록, 울퉁불퉁 생김새가 징그럽고 우스웠지만, 집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해삼을 세 마리 샀다. 지푸라기 몇 줄로 엮어 주시는 대로 도시락 속에 잘 넣어서 집으로 가져왔는데, 세상에...도시락 속에 해삼은 어디로 가버리고 흐물흐물 녹아버린 액체 같은 물과 해삼을 묶었던 지푸라기 몇 줄만 덩그러니 있었다. 얼마를 주고 샀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난 다음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머니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떠올리며 기쁘게 돌아왔는데, 그 마음이 녹아버린 듯해서 훌쩍거리며 울었던 슬픈 추억이 있다. 지금은 2012년에 여수엑스포 박람회가 열리면서 역이 있던 자리엔 엑스포장으로 바뀌고 새로 지은 역은 엑스포장 뒤쪽으로 옮겨졌다. 옛날 역의 낡음이 주는 편안한 대합실이나, 해삼, 멍게를 팔던 아주머니들의 정겨운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게 됐지만, 지금도 해삼을 보면 녹아서 흐물거리던 그때 기억들이 떠올라 혼자 웃곤 한다.

쉼 없이 움직이는 파도를 타고 둥글둥글 다듬어진 몽돌은 어느 것 하나 삐죽하게 모난 곳이 없다. 늘 고요하기만 하던 바다에도 별안간 낯선 바람이 성난 파도를 안고 들어와, 굽이굽이 사납게 할퀴고 휘돌기도 하지만, 끝내 흩어지지 않고 묵묵히 바다로 사는 몽돌의 의연한 모습은, 살아 숨 쉬는 동안 고독한 삶의 무게를 소리 없이 풀어내며 세상을 아우르는 자애로운 어머니들의 성품을 많이 닮은 듯하다. 크고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에 숨 쉬는 바다의 혼이 담겨있고, 뼛속까지 옥빛이기를 고집하는 바다는 밀물과 썰물의 조화를 잘 이루며, 생명의 거룩함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바다를 돌아 가파른 절벽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새벽을 깨워주고, 다양한 모습으로 바닷가 사람들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하는 여수 바다의 꽃, 섬은 끝없이 이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소중한 사람들의 오늘을 올곧게 지켜내겠다.

2017 02 16

정찬열

2017-03-01 21:19

`김강좌`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강좌 작가님!
초딩시절에 여수에 오동도로 소풍을
다녀오신 기억을 새록새록 지펴주셨그군요
마음씨착한 작가의 뜻은 예나지금이나
한결같으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푼 안된 소풍때의 용돈으로
어머니께 드리겠다고 사심 해삼이
그만 흐물흐물 녹아버렸으니 효심도
야박하기 그지없네요"바다의꽃. 섬"
멋진글 숨가쁘게 배독했습니다.
늘 편안 하시고 알찬 3월 되세요


김강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날들의 빛바랜 기억들이 이젠 추억처럼 새록새록, 때론 웃게도 하고 때론 그리움처럼 되살아남을 봅니다~^^ 늘 힘이되는 응원과 격려의 말씀 담아주신 마음에 감사 인사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날마다 좋은날들 만나시길 빕니다~^^*	3/4 23:50

이석희

2017-03-01 23:14

`김강좌`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오동도 이야기를 읽으니 어렴풋이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20대 청년 시절 동료들과 함께였으니
추억이랄 게 도무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있다면 겨우 오동도 입구 길가에서
해삼 멍게를 인주 삼아 소주 마신 기억 밖에는 없습니다.
여행이라야 고작 어울려서 떠들고 다녀오는 게 고작이었으니
그 시절을 떠 올려서 글로 나타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임에
틀림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글로 써 본다 하여도 아기자기한 일도 없고
가슴 설레는 일도 없이 살았으니
참으로 덧 없는 일이었다는 자괴감도 듭니다.
너무나도 감칠맛이 풍기는 글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여 이상한 표현을 하는 댓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좋은 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김강좌 작가님! 건필하십시오.


김강좌	예전에는 오동도 바닷가 부근에서 해녀분들이 바로잡은 해산물을 그자리에서 판매하기도 했지요. 옹기종기 둘러앉아 싱싱한 해물을 먹는 재미도 오동도를 찾는 행복중에 하나 였습니다~^^ 지금은 추억의 한페이지를 들여다보는 빛바랜 기억들이지요~^^ 젊으신 날에 다녀가신 작가님의 기억속으로 동행하는 듯 상상해보며 기분좋은 미소합니다~ 늘 건강하시고행복한 3월 채움하시길 빕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석희 작가님~!!	3/4 23:56

김경렬

2017-03-01 23:15

`김강좌`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여수 오동도를 동백의 아름다움과 절경을 재미있게 줄줄 엮어 내리셨군요.
에구! 어린 효녀의 해삼이 야속하게 되였구려.
어머님은 그 효심에 얼마나 신통하고 기특 하셨을까요.
등단작 멋집니다. 재차 수필가등단을 축하합니다.


김강좌	김경렬 작가님의 넉넉하고 포근한 미소를 그려보며 감사한 마음올립니다~^^ 기억속에서 가끔씩 떠올리며 웃음 짓게하는 추억중에 하나 이었지요~ 김경렬 작가님의 멋진글에 함께 동행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김경렬 작가님~^^*	3/5 00:01

김종근

2017-03-02 08:51

김강좌 작가님 반갑습니다.
바다의 꽃,섬 감사히 배독합니다.
여수에는 몇 차례 가보았지만 오동도는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동백 아름다운 오동도를
그려 봅니다. 봄이 가장 먼저 오는곳, 아름다운
섬 언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되세요.


김강좌	요즘이 오동도 동백꽃이 만개해 붉은 꽃 피고지는 눈부시게 아름다울 때 입니다~ 예전과는 많이 다르게 변모한 오동도에 시간을 꼭 내셔서 좋은분들과 함께 다녀가시는것도 봄날의 기쁨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행복으로 채우는 3월 되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김종근 작가님~!!	3/5 00:06

김종덕

2017-03-02 10:50

김강좌 시인님,
수필이라기보다는 서사시를 접하고 있읍니다. 이렇게 고운 글이 어디에 숨어 있다 나왔는지 감탄을 하게합니다. 많은 글을 올려 주시어 글을 쓰는 방향을 잡게 해 주십시오. 세월이 흐른다고 이런한 글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주 읽을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옵고.


김강좌	김종덕 작가님의 크신 칭찬에 몸둘바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과 함께 소통할수있는 편안한 글을 쓰고싶은게 저의 소망입니다~ 아직 부족한 시작에 큰 힘이되고 격려가 되는 작가님의 칭찬의 말씀 기쁨으로 받습니다~^^ 봄내음 가득한 3월의 길목에서 좋은 날들 만나시고 행복한 추억 이루시길 바램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김종덕 작가님~!!	3/5 00:12

임금옥

2017-03-03 11:25

김강좌시인님
축하합니다
출근길
시인님 서재에서
그 날의 풍경과 향기를 느끼며
가슴이 콩닥입니다
꽃잎 흐드러지는 봄 날
모두의 신금을 울리는 수필과 시 많이 쓰시길요


김강좌	그 봄날 어느 길목 한켠에서 나누었던 고운 기억들이 문득문득 기쁨으로 되살아 납니다~^^ 행복하고 기분좋은 추억이 되었지요~ 싱그러운 바람속에 봄내음 그득합니다 고우신 그모습 그대로 걸음하시는 곳에서 행복한 봄날 만나시길 빌께요~^^ 감사드립니다 임금옥 시인님~!!	3/5 00:16

최병도

2017-03-04 15:28

따스함 가득 넘치는 멋진 주말입니다
꿈틀 거리는 봄기운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입니다
작가님의 좋은 글을 접하고 보니 꽃 섬으로 놀러 가고 싶어지네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 한 곳입니다
김 강좌 작가님
아직 아침 저녁 날씨는 쌀쌀함니다
감기조심하시고 건안 건필하시는 아름다운 날 되세요


김강좌	고우신 걸음으로 찾아주신 최병도 시인님 반갑게 맞이 합니다~ 따뜻하신 그 마음도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시간 내시어 가족분들과 함께 오동도 여행해 보심도 기쁨이 되시리라 봅니다~^^ 예전의 정스러운 풍경은 사라지고 새로운 볼거리가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바다는 아름답고 멋진곳입니다~ 고운 추억 많이 담는 3월 만나시고 늘 좋은일 가득하시길 빕니다~^^ 감사드립니다 최병도 시인님~!!	3/5 00:23

박목철

2017-03-05 11:30

제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은
여수, 통영, 입니다.
오동도의 동백도 멋있고 돌산도의 향일암은 환상이었습니다.
나이들면 이런 곳에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오동도에 관한 고운 추억에 같이 행복한 꿈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김강좌	박목철 작가님~반갑습니다~^^ 여수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작은 행복임을 알게하는 곳입니다. 나름의 소박한 꿈을 펼칠수있는. 그속에서 행복한 하루를 꾸릴수있는 곳~ 또 부담없이 편안하게 여행하실 수 있는곳이기도 하지요~^^ 기회가 되시면 이 좋은 계절에 다녀가심도 좋을듯 합니다 부족한 글에 따뜻하신 마음 담아주심에 큰 감사드립니다~ !! 새롭게 시작하는 한주도 기쁨으로채움하시고 늘 건안하시길 기원합니다~^^	3/6 05:27

김상화

2017-03-05 20:55

김강좌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한 토막의 추억을 아름답게 역어내셨네요
나는 바다가 없는 충청도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바다 구경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올라가서야 대천 해수욕장에 가본 것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바다 이야기만 나오면 괜스레 마음이
설렙니다
해삼을 지푸라기에 엮어서 도시락에 담아 왔더니 흐물흐물하게
녹아 물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군요.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듣기는 했습니다만 작가님께서 직접 경험을
써주시니 실감이 납니다. ㅎ
잘 감상하고 갑니다. 작가님 향 필 하시기 바랍니다
또 건강도 하시고요


김강좌	넓은 바다의 열린 푸름을 보면 왠지모르게 환희심이 일어남을 봅니다~ 지역이 좁다보니 여수 바다는 흔히들 농담처럼 작은 호수 같다고들 하지만 저는 이곳 여수 바다를 참 좋아합니다~^^ 늘 산행을 즐기시는 작가님~ 산행 하시는곳 어디서나 안전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시길 소망하면서 부족한 저의 글에 따뜻하신 마음실어 주심에 더없이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3월 되시길기원합니다~^^*	3/12 17:53

주명희

2017-03-07 01:47

김강좌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향수가 어린 글 읽노라니 어린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기억들을 글로 담아 낼 수 있는 것은 정말 귀한 능력인것 같습니다.
한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의 시간들이 통채로 온다는 어떤 작가의 말처럼..
김강좌작가님의 많은 과거의 시간과 생각들이 글로 표현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배독하고 갑니다.


김강좌	에구 반갑습니다~주명희 시인님~^^* 이리 먼 굿까지 걸음하시어 축하의 말씀 담아 주심에 버선발로 화들짝 반김합니다~^^ 동안도 무탈하셨지요? 늘 고우신 그모습그대로 행복한날들 이으시고 꽃처럼 향기로운 날들 되시길 빕니다~^^* 감사드립니다 시인님~!!	3/12 17:57

어머니와 장독대

용수동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