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출근길에 세월호가 뒤집혀가고 있고, 단원고 학생들이 타고 있다고 전해 들은지 5년이 지났다. 진실은 자연 속에 숨어들어 낯을 내밀지 않고, 한은 커져서 하늘을 덮어 구름이 되었다.

벚꽃도 마음을 잃고 바람에 휘날리며 갈 길을 못 찾고 흩날리고, 먼 산에는 지금이 맞을까하는 정도로 연초록으로 눈을 내밀고 있었다.

아마도 이리도 길이 먼 것은, 와보지 못한 마음보다는 하늘에 매달려 있을 저 수많은 별들이 구름 뒤에 박혀 주체 할 수 없었던 그 날을 끌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말이 없는 벌판, 말이 있어도 할 수 없는 벌판엔 반기는 새 한 마리 없이 애타게 마음만 무거워 온다.

기념일이라, 그 때를 생각하는 날이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하고 있을까, 기억을 하고자 할까?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길게 연결된 꼬리 연이 햇빛 새어나오는 곳으로 흘러 젊은 영혼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팽목의 방파제에는 5년 전에 부착해 놓았었던 리본들이 애처롭게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영혼으로 매달려 있고, 세월에 살갗을 찢겨나간 리본들도 쳐다보는 사람의 눈에 파르르 떨며 그 애환을 소리 내고 있었다.

방파제엔 애틋한 사연들이 타일로 자리 잡고 있어, 발걸음을 옮기는데 핏물 같은 아려옴이 더했다. “안전한 나라”, “무서워, 살고싶어, 어두워, 도와줘, 사랑해”, “금요일엔 돌아오렴”, “내손을 잡으렴”,“기억할게”, “꽃이 되렴” 구절 하나하나에 온 몸이 저려 오고 있었다.

빛이 바랜 리본의 뒤에는 “책임자 처벌”, “세월호 특수단 설치”, “전면 재수사”등의 노랑 깃발들이 힘을 일어가는 리본을 뒤를 받치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리본과 대화하고 있을 뿐, 그렇게 기억을 해주는 이들도 없었다.

빨간 등대 앞에는 영산제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울림이 저 꼬리연을 따라 하늘에 도달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냥 빈자리에는 애잔한 갈매기 소리, 간혹 흐느끼는 파도소리, 둥둥 울리는 북소리, 아직도 아이들은 아파서 울고 있는데, 저만치 세월호가 가라앉은 자리에는 할 말 없는 짙은 구름만 드리워져 있다.

왜 아이들이 죄인이 되어 저렇게 흐느끼고 있는지, 바람에 따라 꼬리연은 태양 빛을 찾아 따라 흐르고 있는데, 그 아무도 대답조차 하지 못한다. 리본에 매달린 꼬막 같은 종소리 뒤로 “별이 되소서”의 리본이 힘들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사는 안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같은 일이 일어나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어느 누구가 진정으로 잘 못을 빌 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어린 영혼들도 새로 자리 잡은 하늘에서 더욱 밝게 반짝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들기 때문이다.

솟대에 리본을 달며 먼 바다를 쳐다보는 같은 또래의 학생의 손길에서 그 애잔함이 아이들의 바램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