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세상에는 고집이 센 사람들이 많다. 고집에 세다는 것은 자기주장이 뚜렷하여 좀처럼 자신의 의사를 굽힐 줄 모르는 아집을 가지고 있다. 그 고집이 없었으면 오늘의 자신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고집이 세다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관이고, 그를 바탕으로 살아 왔고, 그 고집으로 자신의 일을 해내어 현재에 도달하였기에 고집은 본인의 큰 재산에 속해 왔다.

그 누군들 고집이 없으면 어떻게 복잡한 세상을 끌고 갈 수 있었으랴. 그래서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는 고집들이 있다. 옹 고집, 강 고집, 최 고집 등을 듣고 왔다. 모두들 그 고집으로 한세상을 살아 움직인 사람들일 것이다.

또한, 고집은 자존심과 무관하지 않아서 그 삶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흔적들이 많이 흩어져 있었을 것이다.

고집의 공통점은 막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다르게 누가 그 고집을 꺾으랴는 말이 될 것이다. 자연스레 모든 자연에는 물성(物性)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지켜 주지 못하면 스스로가 해를 입는 일들이 일어난다. 산의 고고하고 움직임 없는 태산 같은 물성을 아무런 준비없이 산에 올랐다가 큰 낭패를 보기도 하고, 친구라는 특성의 물성도 지켜주지 않으면 상하기도하며,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그 도리를 지켜주지 않으면 쪼개어 질 것이다.

고집은 그 특성을 지키기 위한 편도체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다. 스스로의 행동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사람의 고집이 세다고 생각되면 꺾어 넘어가는 것보다는 물길처럼 돌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고집이 없으면 이루어 질수 있는 것들조차도 없다. 그래서 자연엔 고집 덩이만 존재한다. 가령, 오는 봄을 막아서서 오지 말라고 한다해도, 봄은 전신을 다하여 밀어붙이기식으로 오고야 만다. 물을 막아보라, 썩 기분 좋게 막힐 것 같은가. 밤낮을 바꾸어보라, 누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 고집을 꺾을 자가 없기에 더 위대하다. 거꾸로 우리는 그 고집을 너무도 사랑한다. 나를 지켜 주는 고집이므로.

나는 올해 다른 꽃들은 잠에 취해 있는데, 한 그루의 매화가 고집을 터뜨리는 것을 보았다. 너무 일찍 왔네. 추운데 얼마나 버틸까라고 걱정했다. 벌써 한 달은 족히 된 것 같은데 매일 그 자리에서 고집을 피우고 있다. 그 고집을 말리다가 힘이든 옆의 나무에서 두 손 들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고집을 하나 만들어 내어야겠다. 꽃 고집이랄까 매화의 고집이랄까, 아무래도 꽃은 종류가 많으니깐, 그 이름을 그대로 매화의 고집으로 불러야겠다.

그 고집 참 화사하다. 보고 미소를 지을 수 있어 화사하고, 매일 나를 기다려 주어서 반갑고, 그 눈빛에 눈을 맞출 수 있어 즐겁다.

그리고, 그 고집 참 아름답기도 하다. 나보다도 더 고집 센 너를 더 사랑하고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