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12월 중순의 우리나라는 좀 추운 시기이었는데 일본의 남국인 가고시마는 지중해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춥지 않았다. 아직도 단풍이 들어가는 건지 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날씨에 대한 혼돈이 왔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느끼는 크리스마스도 내가 여기서 느끼는 감정과 별다르지 않을 것 같다.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가 이 사람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게 할까하는 느낌이었다. 길 근처의 밭에는 유채꽃이 만발해있고, 우리의 눈에 익은 비닐하우스는 보이지 않는다.

가고시마의 중심에 있는 사쿠라지마라는 화산섬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사쿠라지마는 일본의 큐우슈우의 남부, 가고시마현의 가고시마 만에 있는 동서 약 12km, 남북 약 10km, 둘레 55km, 면적 약 77km2의 화산이다. 1914년 분화하였고 지금도 그 활동을 하고 있는 화산이다.

아침 일찍 일출 사진을 찍으러 나섰는데 깜깜한 밤이고, 길을 알 수 없는 곳이라 큰 도로를 따라서 걸어갔다. 전차는 있는데 바닷가로 가지 는 않는다기에 시내도 구경할 겸 걸어서 갔다. 모르는 동네에서 30분 이상을 걷다 보니 먼 곳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금방이라도 해가 떠오를 것 같고 머음을 조급해져 뛰기 시작하였다. 급하면 길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도 다시 경험하던 참이었다.

이윽고 방파제에 도달하여 정면을 보니 산마루에서 흰 구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름이 떠가는 것인가를 보았는데 확실하게 산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화산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었다.

저 화산 뒤에서 해가 떠오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해는 예정 시간보다도 20분이 지난 후 기대한 곳과는 아주 먼 곳으로 솟아올랐다. 화산의 분출물에 겹쳐서 해는 그렇게 깔끔하지 못하게 천장에 갖다 붙어 있었다.

오전에는 배를 타고 사쿠라지마로 들어갔다. 배를 20분 정도 타고 들어가는데, 차를 배에 싣는 과정에서 우리의 세월호와는 엄청남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실감했다. 들어오는 차마다 위치를 잡고 다른 승무원들을 바퀴를 고정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가는 배인데도 그렇게 하는 것이 백번 바르다고 생각했다.

사쿠라지마로 들어갔다. 그 사람들은 이렇게 화산재를 발산하는 사쿠라지마가 생활에 아주 많은 불편함을 줄 것이 너무도 명백한데도 그저 잘 살아가고 있나 보다. 하기야 자연이 일으키는 일에 인간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주 하지 않고 변두리에 자랑삼아 살고 있는 것은 일본 사람의 특성인가도 생각해본다.

강한 바람에 화산재는 바로 눈앞에까지 와 있고 눈은 따가워 뜰 수 없고, 눈을 비빌 수도 없는 입장이라 빨리 벗어나는 길만이 최선일 것 같다. 화산 분출 당시의 흘러내린 바위들과 둘레길을 만들어 두었는데 이 화산재가 손님 환영한답시고 계속 따라와 반겨주니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사쿠라지마를 중심으로 도시들이 발달하여 있는데 언제 저 화산재가 어디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도 그저 평화스럽게 잘살고 있다. 사쿠리지마를 떠나 남으로 가고 있을 그때에 사쿠라지마 산머리에서 엄청난 분화를 하고 있었다. 역시 지구는 숨을 쉬어야 하나보다. 우리가 방문한 시점에 맞추어 저렇게 크게 숨을 쉬다니, 화산재는 용머리와 같은 형상으로 길게 늘어뜨리며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었다. 참 이런 게 여행인가 하는 생각이, 마음속으로 저거 한번 안 터져주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화산은 이렇게 숨을 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었다.

도로를 따라 아무리 멀리 간다고해도 항상 앞,뒤,좌,우에는 사쿠리지마의 분노 모습이 따라다니고 있었다.

참으로도 다행히, 분출된 화산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엷게 흩어져 언제 그랬느냐는 모습으로 되돌아갔고 하얀 연기만 개울에 물 흐르듯이 조근조근 흐르고 있었다.

피해 갈 수 없는 자연 현상을 관광지로 운용하고, 그 화산재로 인한 어려운 귀찮은 생활보다는 이 쪽 사람들은 사쿠라지마의 숨 쉬는 활동을 자랑스럽게 돌보고 있는 것 같다. 바닷속으로 비치는 사쿠라지마는 거꾸로 서서 조용히 주변을 안으러 숨소리를 죽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