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11-07 12:40

ㆍIP: 168.xxx.229

들국화 벌판

물 길 / 김 종 덕

옛날의 들국화는 학교 가는 들길, 산길에 셀 수 있을 만큼의 꽃 송이를 맺어 가까이 가기도 향을 맡으러 다가가기 참으로 쉬웠고, 그 송이조차도 그렇게 귀여울 수기 없었던 기억이 난다. 여동생 손을 잡고 학교 가면서 이슬 맞은 들국화를 꺾어 머리에 꽂아 주던 기억이 오늘 새삼스레 더 깊이 다가온다.

어릴 때에는 학교에 피어 있는 국화보다 작아서, 들판에서 나서 영양분이 모자라 작게 되었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었다. 그래도 고운 심성으로 다가가면 가지고 있던 향을 콧속 깊이 까지 넣어 주곤 했다. 어쩌다 할머니들이 꺾어 가길 래 할머니 꽃이 아파해요라고 말하기도하여 그 때의 어린 마음들이 지금도 참 착했다는 심정으로 다가오곤 한다. 그 할머니의 말뜻은 그 때는 그다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마도 차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국화 향에 비교하여 많이 여리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줄기까지 차로 하여 마신다는 것이 구절초 차로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쓸쓸한 가을에 시들어 가는 들국화를 보면 한평생 살아온 이야기들이 들국화의 차에 다 담겨져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난번, 산속의 카페에 오래된 난로 곁에서 연세 지긋하신 노부부께서 구절초 차를 마시는 것을 곁에서 쳐다보고 있노라니 말이 없는 할아버지도, 옆구리 쿡 찌르며 뽀얀 머리로 말을 거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렇게 곱게 구절초를 닮아 있었다. 들국화는 한 송이씩 떨어져 피어 있을 때나, 무리지어 있을 때에도 다가오는 감정은 참 가을 같다는 생각이 다가오는 것은, 나도 이젠 가을을 챙겨야 하는 계절에 들어서 있음을 부정 할 수 없는 때가 되었나 보다.

아마도 들국화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착함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 화분에 심겨져있어 꽃송이 큰 국화는 귀부인처럼 진한 향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지만, 들국화는 그 어느 누구의 손도 거부하지 않은 겸손함이 함께 있어서 너무 좋다. 때마침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위에 실려오는 향기는 아! 내가 지금 살아 있어 행복하구나하는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때로는 무리지어 피어 있는 들국화를 보면서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마도 들국화는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을 것 같은데 쳐다보는 사람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아마도 가을로부터 배운 정서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을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쓸쓸함과, 외로움과 고독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있다. 언젠가 홀로 있게 되었을 때 주위를 둘러보아 스스로가 외롭다고 느끼기보다는 가을이 함께하고 있으므로써 그렇게 느낄 수는 있을 것이나, 좀 더 성숙하게 생각하여 왜 가을이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가을은 마지막 계절이 아니라 겨울을 남겨두고 있는 계절이라 고맙게도 준비를 할 수 있는 틈을 주는 것이다. 푸를 때의 가을은 그렇게 심오하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만사가 아름답게 보이고 많은 사랑이 다른 형태의 얼굴로 찾아와 주위에서 서성거리기 때문에 그렇게 깊은 생각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으다.

실로 가을은 가을 속에 들어 앉아 있는 가을이 심오한 가을일 것이다. 가을 속의 가을은 우리는 사색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대부부은 걱정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이 든다. 맺은 열매가 속은 잘 익었는지,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올해는 잘 넘길 수 있을지 등의 생각이 많지 않을까한다. 꼭 삶이란 것이 열심히 농사짓고 가을걷이를 잘 하는 것만이 대수인가 하는 생각도 한다. 우리는 그 차이, 즉 얼마나 잘살고 있냐는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생각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가을이 더 시려오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디에다 삶의 가치를 둘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모두가 다를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가장 큰 가치는 현재 자신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스스로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뭐가 필요하다고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본인이 건강할 때 둘러 볼 수 있는 삶이 최고 아니겠는가. 그 때 자신이 좋아하고, 좋아해야할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병실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 왔을 때, 그게 아무리 부자라 하더라도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아파할 때 두발로 걸어가 두 손으로 잡아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인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하다는 말도 건강하게 전해주어야 더욱 가치 있는 일이지 않겠는가. 되돌려 건강하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더 아픔을 가져다주고 생활은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화의 향은 가두어진 실내에서는 진하게 전달 될 수 있으나, 들판에 피어 있는 들국화처럼 자연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야생은 스스로 일어서야하는 즐거움으로 피었기에 그 향은 더욱 가치있고 은은 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향일 것이다. 그 누구를 탓하지 않으면서도 저렇게 향을 품어 낼 수 있는 사람이면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우리는 두견새가 울어야 피울 수 있는 국화 한 송이 보다는 가벼운 소슬바람에도 인사하는 저 들국화의 향이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마음을 비워야 할 것 같다.

며칠 전 절개된 고속도로의 양쪽에 들국화가 무리지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그 자그마한 꽃송이의 의미는 작게 스미어 크게 마음을 일으키는 뜻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본다. 바닷가 벼랑에서 어우러져 피어 있는 들국화는 그렇게 웃지 않고 있어도 우리가 다가가서 그 향을 맡고 마음을 추스릴 일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김경렬

2017-11-07 17:29

구절초는 손발이 냉할때 효과적이라하며
여성에게 이로운 풀이라하여 선모초라고도 한답니다.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오는 글!
미소가득 피어납니다.
늘 행복 하소서.


김종덕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평안하시지요? 들국화는 그렇게 겸손 할 수가 없네요. 어쩜 나이가 든 들판에서도 저렇게나 곱게 웃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천방지축으로 뛰어온 저의 삶이 참으로 애잔하고 부끄럽습니다. 좀 더 나아져야 겠는데 하는 생각만 있읍니다. 이 가을을 어쩌면 좋겠읍니까?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14 11:25

백낙은

2017-11-08 11:08

김종덕 작가님.
제가 다니는 산책길 좌우에 허드러지게 피었던 들국화가
그저께 보니 시들어 가고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이라도 조금 따다가 말려 차라도 끓여 먹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옛날에 지인이 대국 한포기를 주셨는데
그 다음해는 조금 작아 지더니 그 이후론 아주 작은 꽃이 되더군요.
역시 하나님과 사람이 합작을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나 봅니다.
"국화가 아파요"라는 글 읽으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평안을 빕니다.


김종덕	백낙은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이 세상의 그 어디에도, 그 어는 생명이라도 사랑이 없으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은 미생물을 키워봐도 정을 주지 않으면 자라지도 바라는 것도 내어 놓지 않습니다. 참으로 많이 낮추고 살아야함은 진실인데도 잘 되지 않음을 탓하고 있읍니다. 위원장님, 이 늦가을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14 11:27

이석희

2017-11-11 00:53

김종덕 작가님!
저도 어린 시절에 산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들국화를 쉽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것이 들국화인 줄도 모르고 약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무슨 병에 좋다고 하여 선모초라고 불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산비탈 응달진 곳에 지천으로 널린 선모초를 캐는 친구를 도와서
짊어잔 망태가 불룩하도록 캐어서 주었던 게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러다가 4학년인지 5학년이 되니 겨우 교실이 배정되었고
어느 가을날 아침 학교에 가니 교탁 위에 소주병인지 사이다 병인지에
그 선모초가 꽂혀 있었습니다.
마음씨 착한 여자 아이들의 선행이었을 것입니다.
착한 마음씨 만큼이나 향기로웠습니다.
추억 여행을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평안하시지요? 이제는 늦가을이라기보다는 나무마다 옷을 벗고 있어 차가운 바람이 곧 오겠구나하는 생각이듭니다. 이 사이에 들어 있는 들국화는 덜익은 사람을 익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잇는 것 같습니다. 이 가을에는 좀 저도 많이 익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14 11:30

정찬열

2017-11-13 18:21

함평의 거듭된국화축제
화순군의 남산공원 국화축제
모두인위적임보다 이계절에피어나는
하얀 서리꽃에 피어난 들국화 의미깊게 배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정찬열 작가님, 평안하신지요? 언젠가 팔이 아파 글을 달기엔 많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있는데, 찾아 주셨네요. 작가님께서 들러시지 않더라도 그 마음은 항상 같이 하고 있을 것입니다. 평안히 지내십시오. 곧 차가운 겨울이 올텐데, 아마도 더 아파오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같이 옵니다. 나으시거든 천천히 오십시오. 늦가을 추위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작가님, 건강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행복입니다.	11/14 11:33

김종근

2017-11-14 08:49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들국화 벌판 ~ 감사한 마음으로 배독합니다.
가을의꽃 들국화, 전 아직도 꽃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가을들판에 핀꽃을 들국화인줄만 알았습니다.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미국쑥부쟁이 아리송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날되세요.


김종덕	김종근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시지요? 어려운 일만 맡아서 다하시니 그 정성이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또한 들판의 꽃들의 이름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작가님의 들판에는 많은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겠지요. 다 모두 정답게 피어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14 12:21

늦가을의 둘레길

돌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