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11-04 18:00

ㆍIP: 168.xxx.229

돌배나무

물 길 / 김 종 덕

중학교 다닐 때, 증기기관차를 타고 통학했었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10리가 넘는 길로 아침에 촌의 학생들의 등굣길의 최고의 수단이었다 하루에 두 번, 등굣길 및 하굣길이 전부였다. 이른 봄에는 손을 부비며 그 먼 역까지 추위와 함께 다녔었다. 차츰 꽃이 피어나고 들풀과 함께 지내보기도 했다. 동복을 입었을 때는 증기기관차의 연기가 옷에 달라붙어도 그렇게 심하게 검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여름에 하복을 입었을 경우에는 윗옷은 차라리 검은 눈이 온 것 같이 옷에 묻어 까맣게 되곤 하였다. 그 당시 누나들의 교복은 하얀 교복에 검은 치마를 입었었는데 기관차를 타고나면 검게 되어진 교복으로 못내 얼굴 붉어지는 모습이 그렇게 그 때는 예뻐보이기도 했다.

통학길은 어떨 때에는 하모니카를 불고 다니기도 했고, 풀피리를 만들어 불기도하고, 풀을 뽑아 친구, 누나들을 애를 먹이기도 하였다. 같은 시각 같은 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모두가 잘 알 수 박에 없는 사이였다. 가을이 되면 차라리 단풍 속으로 다녀야 했다는 말이 더 적당할지 모르겠다. 길을 따라 걸을 때면 코스모스가 낭창낭창하게 웃고 있었고 산 밑의 길을 지날 때에는 그렇게도 고운 단풍들이 우리를 마중하고 있었다. 그 때는 가을이기에 그렇겠다는 생각 외는 더 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운 감정이 생기기도하고 다른 사람의 고민도 들어 줄 수 있는 처지가 되었을지몰라도 그냥 중학생 같이 보냈던 것 같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도 아름다운 나무가 있었는데, 멀고 산위에 있었기 때문에, 등하교길이라 가보지는 못하고 뭐가 저렇게 아름다운 나무가 있을까하고 친구들과 같이 말로만 나누고 지나치곤 했었다. 좀 더 크면, 내년 정도면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넣어 두기만 했었다. 다음 해 가을 토요일이었는데, 몇 놈이 찾아가보기로 했다. 눈앞에 빤히 보이던 나무가 우리가 갈수록 더 멀어져가 잠시 만에 다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산이고, 오르막이고, 들풀들이 엉켜져 있어 이들을 처치해가며 길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결국 가까이 갔을 때 너무도 허망함이 다가왔다. 잎은 모두 벌레가 먹어 구멍이 숭숭 난 채로 나무에 붙어 있었고, 떨어진 낙엽도 어찌 그리도 못 생긴 것이 뒹굴고 있었다. 돌배나무였는데 배도 큰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구슬 크기만 한 열매여서 입에 넣지도 못할 적은 것이었다. 배신이었다. 잎이 벌레 먹어 엉망이면 그 열매라도 커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모두 힘이 빠져 주져 앉아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 이렇게도 다르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향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혹, 이 길로 가면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닐까, 또는 벌레 먹은 잎인데 내 눈에 잘 못 보이는 것은 아닐까. 조그마한 머리에 많은 생각이 들었음은 확실하며, 이것이 나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어릴때부터 전자 부품조립 및 전자 회로에 많는 관심과 라디오 만드는 회로는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미쳐 있었고, 광석라디오를 조립하여 울타리 대나무를 안테나 삼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었다. 그래서 공고를 가려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는데 집에서 난리가 났다. 그것은 대학에 가면 더 깊게 배운다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하는 마음에 공부는 뒤로하고, 어떤 때에는 라디오를 이용하여 500m 정도로 떨어진 친구 집과 유선으로 연결하여 전화기처럼 사용한 적도 있다. 그 때는 전화기는 우리 동네에 단 한 집도 없던 때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대학을 진학하려는데 집에서는 돈 잘 버는 약대로 가라고 했다. 전번의 약속은 날아가 버리고, 우리 이웃 동네에 약사가 한 분 계셨는데 장터에 약국을 열어 돈을 얼마나 벌었든지 그 사람의 땅을 밟지 않으면 읍 내 조차도 갈 수 없을 정도의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 때 나는 어릴 때 보았던 돌배나무를 생각했다. 겉만 좋아 보이고 실제로는 아무것에도 쓸 수 없었던 그 기억이 나른 붙잡고 있었다. 나는 정말 내가하고 싶었던 전자 공학과를 가기를 원했다. 이것은 내가 해 왔기 때문에 겉만 번지르르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너라도 부자가 되어 우리집안 한 번 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평생을 이렇게 살거냐고 마구 다그쳐 왔다. 그럴 때, 어린 마음에도 부자라는 것이 머리에 들어앉더니 이것도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대학 입학 원서를 약대와 전자공학과의 두 군데를 썼다. 시험 당일 날 어디에서 시험을 치를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두 곳을 놓고 어디가 겉과 속이 같을 것인가를 두고 밤을 새어서도 결정을 못하고 당일 날 공대는 정문에서 가깝고 약대는 거의 꼭대기에 있었다. 물이 고여 얼어 있는 얼음을 깨어 머리를 적시고, 눈을 닦고 하다가보니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버려서 약대에서 시험을 쳤다. 시험을 치루고 나서도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엄청난 자책을 했다. 차라리 떨러져 버리면 좋겠다는 오심을 갖기도 했다.

지금도 돌배나무의 심정을 모른다, 무엇을 했어야 더 나았는지도 모른다. 단지 돌배나무를 마음에 심고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돌배나무의 뜻을 따라서 이렇게라도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를 생각하고, 고맙다고 생각한다. 이렇기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두 가지로 생각해본다. 내가 무엇을 선택했다하더라도 지금처럼 살고 있을 거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지금 쯤 정년에 걸려 퇴직했을 거라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현직에 몸담고 있으니 더 할 말 것 없이 돌배나무의 뜻이 나에게 전해진 것은 아닌가하고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도 이렇게 밤 늦게 마감을 해 본다.

정찬열

2017-11-04 20:37

물길 작가님 사소성을 떠나 성찰에 글'돌배나무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이 대나무로 안테나 삼아 광석 라디오를 만드셨다니더욱 애저이 깊어집니다.
저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산골에서 숯불에 인두를 달구어 청강수를 바르고
납땜을 하고 독학으로 통신강으록을 거울삼아광석라디오를 만들고 하다
겨울날 문을 닫고작업하다 그만 까스중독에 구사일생으로살아났습니다.
가정형편에 중학교을 검정고시로 건너뛰어 가고싶은 이공계를 가지못해
집에서 자전거통학할수있는 농업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결국 취미따라 전파사에 취직하여
69년도에 자영업으로 전파사를 차려 그무렵 학고식 트랜지스터며 진공관식 전축도
조립하요 군대를 제대후 짭짤한 부를 누린 공학도였기에 작가님의 공학 예기가 번뜩
띄여 감명으로 배독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좀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작가님께서는 하고 싶은 쪽으로 진로를 택하여 가셨군요. 참으로 장하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 때의 꿈을 잊지 못하여 컴퓨터를 사용하고 전자기기를 실험에 사용하고 있으며 스스로 고쳐가며 사용하고 잇읍니다.요즈음은 LED를 이요ㅕㅇ하여 하는 실험을 하고 있읍니다. 참 한번 꽂혀진 생각은 잘 버릴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섬진강에 발전기 가지고가서 녹조를 이용하는 그런 연구도 하고 잇읍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전기, 전자를 생명공학에 접목하는 일을 하고 있읍니다. 많은 부분은 다른연구자가 할 수 없는 분야를 하고 있읍니다. 그게 재미잇으니까요.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2:20

김나현

2017-11-05 00:18

물길 작가 시인님
늘 시인 서재에서 시인님의 좋은 글을 감상하다
이렇게 수필 서재에서 시인님께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에 영광입니다
매번 시인님 글을 읽을 때 마다 직업이 과연
무엇일까 너무 궁금하던 차에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어 놀라움과 기쁨에 가슴 벅찹니다
매우 죄송한 말씀이지만 살짝 앞 짱구이셔서
분명 명석 하실거란 예감은 했지만 중학교때
광석라디오를 만들어서 전화기처럼 사용하셨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또한 먼산 위에 있는 돌배나무를
통해서 보는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에
큰 공감과 아울러 교훈을 배우며 똑같이 느꼈던 기억에
추억이 잠시 스쳐갑니다
어린시절 부터 지금까지의 걸어오신
작가님의 모습에서 공학도든 약사든 양자택일
어느쪽을 택하셔도 돌배나무를 마음에 심고
택하셨기 때문에 후회는 없으실것 같습니다
작가님 소중한 글에 혹여 경솔한 댓글이
누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혜량하여 주시길 바라며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약사님인걸 알고 나니 늘 건강하시라는 말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ㅎ
늘 행복하세요~^^


김종덕	김나현 시인님, 안녕하십니까? 화아고, 여기까지 진출하셔서 판도라의 살자를 열고 계셨네요. 수필은 그 내용이 자신의 주위 일들을 글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일이라 신변잡기가 노출되곤합니다. 돌배나무의 뜻을 따라 약사는 되었지만 지금은 약국은 않고 다른일을 하고 잇읍니다. 옇든 재미있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읍니다. 그 중에 글을 쓰는 것은 참 좋은 휴식이 되곤합니다. 머리를 쥐어 짜야하는 일이 대부분이긴하지만요. 시인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2:23

박목철

2017-11-05 09:3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분들의 정서가
문학을 하기에는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돌배, 지금은 과실주 담근다고 귀한 대접을 받는답니다.
그리고 공대 전자공학과를 나오셨다면 이른 나이에 정년퇴직
하고 뭘 해서 노년을 먹고사나 하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약사는 면허 아님니까? 자격증과 면허증은 쓰임새가 딴 판입니다.
저도 자격증은 몇 있는데, 먹고 사는데 도움이 전혀 입니다. ㅎㅎ
이 가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김종덕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예, 그런데 하고 싶은 것릉 했더라면 좀 더 나은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전기,전자를 많이 응요하고 잇읍에 옛날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읍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2:25

백낙은

2017-11-05 19:51

물 길 작가님.
돌배나무의 교훈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이 창조하실 때는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관리하지 않은 과일나무는 퇴화를 하는 거지요.
그래서 하나님과 인간이 합작을 해야 좋은 결실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집에 개량종 배나무가 있는데 아기 머리만 하답니다.
작가님의 전자공학 기술로 더 좋은 과일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늘 보람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김종덕	백낙은 위원장인, 안녕하십니까? 아마도 그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사랑을 주지않고 무괌심하고 돌보지 않으니깐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곳에는 사랑이 있어야 ~다워지는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2:27

이석희

2017-11-06 00:58

김종덕 작가님 ~~~
제가 젊었을 적에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죄우한다]는 광고 문구가 크게 유행을 탔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전자제품이기에 그렇지 진로는 10년이 아니라 평생을 좌우하지요.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은 크게 다르다 하신 지혜는 정말 일품입니다.
저도 돌배를 먹어 보았습니다.
요즘은 효소를 만들어 건강식품으로 사용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지 싶습니다.
지식과 지혜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세상이 온통 지혜의 밭이군요.
좋은 교훈 잘 받았습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평안하십니까? 멀리서 볼땐 뭐 저렇게나 아름다운것이 있어? 하는 생각이었읍니다. 그토록 예쁘고 아름다웠읍니다. 저에겐 큰 사건이었읍니다. 지금은 그 뜻을 바탕으로 살고 있읍니다만, 저도 세상의 물이들어 아주 깨끗하게는 살지 못하고 잇읍니다. 답답한 일이되고 잇읍니다. 좀 더 자신을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2:29

김경렬

2017-11-06 15:29

속깊은 멋진나무가 바로 작가님이십니다.
어릴때 깊은뜻을 헤아리던 그 나무가 작가가 되어서 이렇게 서재를 밝히고 계시군요.
늘 서재를 밝히시는 작가님께 더 멋진 작품으로 문운도 활짝 피어나길 기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김경렬 작가님, 잘 지내십니까? 워낙 큰 나무이시라 그 그늘만 빼어먹고 사는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제한된 머리로 글을 만들어 갈려니깐 머리에서 톱니바키가 끼억끼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언재나 글스럽게 쓸 수 있을 언지 마음만 바쁩니다. 작가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2:32

들국화 벌판

갈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