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9-22 17:38

ㆍIP: 168.xxx.229

앞서가는 석양(夕陽)

물 길 / 김 종 덕

세월은 굶주린 하마가 수박 먹어 치우듯 맛도 없는 내 육신을 먹어 배를 불리고 있다. 여러 수십 번의 가을이 지나갔지만, 그 가을이 눈에 잡히기는 최근의 일이었다. 태양도 그 때처럼 발고 밝지 못해졌고, 내 걸음 걸이가 이상해 졌듯이 모두가 똑 바로 서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뭐 그리 치타 먹이 좇듯이 그렇게 달려 왔을까. 애써 잡은 먹이조차 그렇게 탐이 나지도 않고 식욕도 없다.

태양이 아침에 밝고 뚜렷이 떠오를 때, 나의 시작도 세상처럼 밝았다. 해가 빨리 넘어갈까 뜀박질하여 맞추어 가기도 했고, 힘이 부칠 때는 태양에게 좀 천천히 달리자고 애원도 해보았다. 달리다 넘어진 상처는 곧 바로 회복 되지 못하여 태양을 따라 갈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 나고, 아픈 몸을 이끌고 달리기에는 너무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안 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달빛 별빛을 등에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혹 가다가 물이 있어 마실 때는 더 뛸 수 있는 희망과 웃음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생각을 잘 못한 것도 있지. 조금 늦더라도 우물이 있는 곳도 찾아서 여유있게 물울 손에 들고 띌 수도 있었을 것이고, 꼭 태양이 있을 때가 아니더라도 달빛 속에 달려도 가능 했을 것인데, 그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내일 태양이 뜨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돌아보고 얼마쯤 왔고 얼마쯤 남았는기를 계산해보기도 했다. 더 갑갑해져 왔다. 돌아서 보니 해둔 것은 없고, 앞으로 보니 너무 깜깜함에 또 다시 드러누울 수밖에 없다. 지나다 보니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던 태양도 비웃기나 하듯이 웃음을 머금고 떠오르고 있었다. 이 일을 알기까지에는 거의 에너지를 다 소모하고 난 뒤였고, 다시 뛰어 볼까하는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괜히 빨리 뛰었나, 내일도 태양을 뜰 텐데, 좀 쉬어 가며 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둘러보니 손에 잡힐 듯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누구나 그러듯이 한번쯤은 잡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그게 아닌 줄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시장은 파하고 배고픈 사람만 남은 것을 인지하는데 도 많은 세월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나만의 일은 보이지 않는 신이 뒤에서 갈 자리를 옮겨 놓아 아예 갈 길을 헤매게 만들고 있었다. 이 때는 머리도 영양실조가 걸려 생각해 내지 못하고 손발은 저려 움직일 수 없게 되었으며, 그 바라보고 싶었던 하늘은 현기증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것만은 아지랑이 처럼 피어올라 기어가더라도 가야한다는 집념만이 지렁이처럼 움틀 대고 있었지. 땅속에 편히 살던 지렁이가 갑갑해서 좀 더 나은 곳으로 움직여 볼까하다가 밖의 따가운 태양에 짓이겨 그 자리에서 말라죽는 것을 보면 , 쓸데없는 희망은 단지 욕심일 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우치게 된다. 그토록 희망과 욕망은 구별 없이 이토록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욕망은 생명을 요구하지만 희망은 노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태양이 젊게 끓어 오를 때에는 몰랐다. 태양처럼 뜨겁게만 살려고 했지 저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고, 때에 따라서는 비에 의해서 식혀 진다는 것도 해가 중천에 있을 때는 챙기지 못하였다.

해가 절반을 넘어서고, 나무 그늘을 만들 때쯤에 머리를 식히고, 빨리 달리는 것 보다는 주위와 같이 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미치게 되고, 그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하게 된다. 시간은 누구에게도 꼭 같이 주어진다는 사실도 인지하게 되고, 혼자보다는 함께 달리는 것이 덜 피곤할 수 있으며, 물도 나누어 마시면서 가면 재미있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달리는 것은 같으 되 목표 지점이 다 다르다는 것도 무조건 달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한 사람에 따라 체력도 다르다는 것도 같이 달리면서 알게 된 것이고 보면, 정신없이 달려온 것은 체력을 비축했다는 이야기 밖에 될 수 없어, 복잡한 사회구조에 대하여도 생각하게 된다. 차츰 달리는 속도는 늦추어지게 되고 많은 선택의 범위를 찾게된다. 그렇게 달릴 때 힘이 들었던 것도 체력이 향상됨으로써, 숨을 조절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둘러보게 되었다.

참으로 여기까지 달려 온 것에 너무 감사하고, 자신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못 해낼 것만 같았던 달리기도, 한 개 밖에 없을 것 같았던 태양도, 계절의 절반이 지나가는 이 가을에 챙겨 볼 수 있다는 것도 참 고맙다. 그 혹한 달리기 속에서도 둘러보아 몇 가지는 해결된 것에 안도의 큰 숨을 쉬기도 한다. 그래서 삶이란 처음부터 치타 같은 달리기가 아니라는 것도, 나를 마구 집어 삼켜 살을 찌웠던 세월도 이제는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 경주에서 확실한 것은 이제사 느끼는 것이지만 석양은 항상 나를 앞질러 가버려, 체력이 달리는 나에 비하면, 자신의 길을 찬찬히 가면서도 뒤따라 오는 나의 길을 비춰주고 있었음에 또 감사하게 된다.

백낙은

2017-09-22 21:18

물 길 작가님,
시와 수필 모든 부문에서 왕성한 활동에 감격입니다.
"석양은 항상 나를 앞질러 가버린다."는 말씀과
"빨리 달리는 것 보다는 주위와 같이 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저도 그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해야 하겠습니다.
이 가을이 알차고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김종덕	백낙은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이 가을에 뭔가는 좀 손에 잡히는 것이 잇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하도 정신없이 씨를 뿌리고 가을을 맞기는 맞앗는데 손이 텅비어 있으면 참 황량한 일년을 보낸 것같아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 이번 가을의 고운 추석에는 고운 일과 더불어 잘 쇠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9/29 15:55

김종근

2017-09-23 08:55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앞서가는 석양~
감사히 배독합니다. 젊어서는 그렇게 더디만 가던 날들이
요즘 들어서는 왜 이토록 빠르게 지나가는지요. 하루하루는
주저주저 지나지만 한 주 한 달은 왜 그리도 빠른지요.
짧게 지나버릴 가을이지만 잘 붙잡으세요.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날 되세요.


김종덕	김종근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흘러가는 계절 중에서 가을을 맞게되어 떠한 기쁩니다. 아을이라면 항상 뿌린 씨앗이 생각나 좀 잘 거두어 들였으면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작가님, 이 고운 가을의 추석에는 고운 일들이 함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9/29 15:57

이석희

2017-09-24 16:26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앞서 가는 석양' 편안한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저도 지난 날에는 그저 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이루어 지니까 그러면 되는 것으로 알고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남이야 어찌 되든 자신 관리나 잘하고 도덕적으로 하자만 없으면 손가락질이야 받겠나 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랬어도 지금 빈 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도 없습니다. 지금 밖에는 벚꽃 나무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도 '저렇게 아무 힘도 없이 떨어지는구나.' 하면서 나 자신을 보게 됩니다. 글을 쓰는 것도 자신이 없습니다. 가족들은 나의 말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 작가님의 글을 배독하면서 더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마운 교훈의 글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작가님, 평소대로만 지내시지요. 요즈음 마음이 많이 약해지신것을 뵈어 많이 아픕니다. 작가님은 항상 활발하시고, 그렇게 해 오셨는데 이렇게 마음약한 말씀을 하시니 송구한 마은이 듭니다. 아마 가을이라서 그런가 학고 넘어각=렵니다. 작가님, 이번 고운 가을의 고운 추석에는 고운 일만 함께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9/29 15:59

박목철

2017-09-26 09:35

군대 생활을 마친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지요,
"모르니까 얼덜겹에 했지, 다시 하라면 못한다"
인생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다시 태어나 살라 하면? 참 지겨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반환점도 돌고 저만치 종착지가 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생각했는지,
작가님의 좋은 글에 쉬어갑니다. 평안한 시간 되세요,


김종덕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자각님께서는 아주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니 그렇게 평온해보이시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제 가을인데 무슨 그렇게 큰 욕심이 필요하겟읍까? 저의 마음도 작가님과 같이 쉬어 갈 수 있는 삶을 찾아보겟읍니다. 이번 고운 가을의 추석에는 고운 일만 함께하시도록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9/29 16:03

세월 따라잡기

바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