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자기의 능력 위에 있는 일들에 대해서 자신의 능력을 뒤돌아보지 않고 그 위에 있는 일들을 탓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참 맛있게 보이는 포도가 있는데, 여우는 자신의 키보다 높이 있는 포도를 어떻게 하면 따먹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자 그 포도를 신포도 라고 소문을 낸다. 자기가 갖지 못하면서 남에게 내어주기는 싫은 심보이다. 이런 마음이 여우에게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레스토랑에 여럿이 가서 메뉴판을 보니 맛있을 것 같은데 가격이 너무 높다. 이럴 땐 한 번씩 저것은 지방덩어리라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지 않아?라고 한 적은 없을까. 이것은 채소도 많이들어 있고 다이어트에도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이것을 같이 먹은 적은 없을까.

백화점에 가서 내 맘에 꼭 들지만 생각보다 훨씬 비싼 옷을 보았을 때 어떻게든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을까. 그리고 나서, 그 옷이 눈앞에서 맴돌고, 꿈속에 나타나서, 결국 이 옷을 사게 된 경우는 없을까? 사고 나면 무언가 보상 받은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던가.

동료가 나보다 먼저 진급을 하였을 때 진정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생기던가, 아니면 내가 저 친구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은데 하며 고개를 흔든 적은 없었던가.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의 생각 중에는 자신에 순종하고자 하는 면이 있어 자신의 방어에 한 부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을 맡아서 처리하는 곳이 편도체인데 자신을 남으로부터 지키려는 굳센 의지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편도체가 시키는 경우가 많다.

편도체의 지시를 무시하면 스스로가 맨 땅을 기며 사는 지렁이 같은 모습으로 될 수도 있다. 최대한 자신의 이익이 되도록만 지시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여우와 같은 르상티망에 대해서도 나 자신을 매몰차게 나무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르상티망의 최고의 본질은 자기만족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한다. 자기만족은 자신이 어려울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자신을 깨울 수 있는 방아쇠가 되기도 할 것이다. 비난받은 일이 아니라면 자신을 이끌어 나가는 데도 자극이 되지 않을까.

부(富)를 경멸하는 프란시스 베이컨[아는 것이 힘이다]처럼이 아니라, 부는 신포도의 개념이 아니고, 내가 지향 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한 가지 첨언하면, 고가의 제품이 잘 팔리며, 광고 없이도 잘되는 것은 사람들의 르상티망을 이용하는 상술이다라는 것도 생각해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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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상티망(ressentiment) : 원한, 증오, 질투 따위의 감정이 반복되어 마음속에 쌓인 상태

* 저자 : [시기심]으로 번역함

프란시스 베이컨Bacon· Francis :영국의 철학자․ 정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