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마음에 들어온 봄이 예쁜 꽃을 피워 이제는 사람같이 살아 볼까하고 생각한 적이 언제인데 사르륵 녹아든 봄 꽃 사이로 진한 신록이 스며들었다.

그러고 보니 매말라 있던 산들이 자라 내가 다다를 수없는 모든 경지에서 나를 압도적으로 내려 보고 있다. 사람은 볼수록 정이 깊어지는 것이 이치일 텐데 저 봄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쑥 빠져 나가버렸나 보다. 하기사 정도 나누는 정이어야 빠져 나가는 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봄을 원망하는 것은 아닌데, 그저 어느새 빠져 나갔다는 것이 그냥 서운하다는 이야기다. 바보같이 마음에 봄이 들어 왔을 때 아쉽지 않게 잘 보낼 것이지 이렇게 보내놓고 아쉬워 하는 것을 보면 나도 척추동물임에는 틀림없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여름은 나에게 엄청나게도 힘든 계절이다. 숨쉬기가 힘들다. 또한 연구실이 5층 건물의 5층에 있다보니, 그 복사열이 에어콘 냉기를 집어 삼켜 헉헉거리고 있어 나에게 올 찬 바람은 눈꼽만큼도 못된다. 밖의 온도가 30도가 넘으면, 나 뿐 만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있는 벤자민까지도 주인 잘 못 만난 것을 속으로 삼키고 있는 것 같다.

요즈음은 장마철이라 한 두번 비가 세차게 내려 숨을 돌리고 있다. 오늘은 구름조차 보이지 않는 태양의 열정을 고스란히 받으며 감사해야 할 판이다.

점심을 안 먹고 산지가 꽤 오래되어, 점심먹으러 가지 않는 것만 해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왔다.

허, 여러 동료들이 박혀 사는 나를 찾아와 점심으로 콩국수 먹으러 가지고 한다. 요즈음 스트레스에 머리가 날아갈 정도가 되어 잘 챙겨먹지도 못하고 있는 판국에 좋지 하고 같이 나섰다. 콩국수에는 으레 콩국에다 얼음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게 더 반가웠다.

밖은 햇살이 머리카락 개수보다 더 많이 내려와 앉아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카락에 불을 질렀다. 이런 날 걸어서 움직인다는 것은 지렁이가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를 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차 안 역시 태양의 열정으로 달구어져 있어 숨통을 틀어막는다. 나는 차의 실내가 추울정도로 되어야 숨을 쉴 수 있는데, 동료의 차로 가니 더 세게, 더 세게를 외쳐도 꿈쩍없이 죽어봐라는 눈빛으로 싱그시 웃으며 몰고 간다.

햐 ! 역시 식당은 시원해야 한다. 나 뿐 만이 아니라 식당에 콩국수 먹으로 온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콩국에 얼음은 요즈음 날씨엔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날씨도 더운데, 정치이야기를 한다. 겨우 식어가는 몸에 불질을 한다. 경제가 어떠니, 학생들 취업 문제가 어떠니, 결국은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 문제에 열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일을 해본 사람이 그 일을 잘 한다는 기초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정치 이야기는 왜 그렇게 열을 올리는지.

아직도 사람들은, 아니 위정자들은 왜 태양이 저렇게 뜨거운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 냥 태양이 있으니 뜨겁다는 이론인 것 같다.

태양은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 열정으로 뜨겁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태양은 초당 217Km를 달리며,  서울-부산을 2초만에 도달 할 수 있다. 바람이 이정도로 불면 땅위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태양은 그렇게 빨리 움직이면서도 할 일은 다 한다. 태양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태양이 화가 나서 혀를 삐죽 내밀면 그 크기는 지구를 둘러싸고도 남을 크기이니 사람처럼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영향은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 많다고 다 똑똑한 것은 아닐 터, 태양처럼 조금은 과묵해도 일을 해나가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타툼은 항상 말이 많은 곳으로부터 일어난다. 말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해 없는 바탕위에 떠 있는 말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나는 견디기 어려움 속에서도 태양의 열정을 사랑한다. 나는 죽을 듯 견뎌내면 되지만, 말없는 저 태양은 지구를 살리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 태양은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 스스로가 태양의 열정을 받아들이면서 인내하는 방법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태양은 잠시도 쉬지 않고 주위를 살리는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

1) 태양은 약 217 km/s의 속도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며 공전 주기는 무려 2억년임. 이것을 태양의 1은하년이라고 함(https://cafe.naver.com/skyguide/216615).

2) 지구의 공전 속도 : 29.8 Km

※ 저자가 태양의 공전 속도를 지구의 공전 속도로 착각하여, 바로 잡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