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희영
ㆍ작성일	2016-06-20 22:25

ㆍIP: 182.xxx.194

어머니의 계절

어머니의 계절은 언제나 사람이 풍성한 계절이다. 어머니의 삶이 그러하듯 어머니의 일생은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넉넉하면 넉넉함으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콩 한 쪽도 이웃과 나눠 먹는다는 말은 어머니를 두고 나온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언제나 사람과 함께 했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머니는 천사였다.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였고, 그만큼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혹시 내가 소외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여 그 마음을 다독여 주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봄이 되면 어머니의 손길은 바빠졌다. 논으로 밭으로, 그리고 보릿고개에 굶는 동네 분들을 위해 곳간에 남아 있는 고구마, 감자, 콩, 토란 등 먹을 수 있는 곡식은 모두 꺼내었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이제 막 자라나는 새싹 중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구니에 담아 오셨다. 그리고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할 것 같은 동네 어른들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집으로 불러서 한 끼라도 맛있게 먹는 것을 보셔야 마음이 편하신 듯했다. 그제야 어머니는 얼굴에 흘러내린 땀을 닦으시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셨다.

비가 오는 봄날 우리 집은 아녀자들의 사랑방이었다. 들에 나가 일을 할 수 없었기에 집안일을 가지고 와서 온종일 수다와 함께 헌 옷을 깁거나, 양말을 깁고, 한쪽에서는 길쌈을 하며 물레를 돌리고 그러다가 식사 때가 되면 함께 쑥을 캐어다 인절미를 만들고, 진달래꽃을 가져다가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삶의 고단함을 털어내는 것 같았다. 동네 어르신께 인절미나 화전을 가져다 드리는 것은 내 몫이었다. 그러나 그 심부름이 싫지는 않았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어르신들의 말에서 난 어깨가 으쓱해졌다. 어머니를 칭찬하는 말은 곧 나를 칭찬하는 것 같았고, 그때마다 겸손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 고개를 조아리기도 했다.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날엔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무쇠솥에는 하얀 감자를 뚝뚝 썰어 넣은 육수가 끓고 그 위에 밀가루로 된 수제비 반죽을 뚝뚝 뜯어 넣는 어머니의 손길엔 즐거움이 묻어났다. 푸성귀가 가득한 여름이어서 상추와 고추, 그리고 식은 밥만 있으면 한 끼 식사가 해결되는 계절. 어머니는 지나는 객에게도 찬밥을 내어준 적이 없었다. 여름에도 따뜻한 밥 한 끼가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진리처럼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 추수가 끝난 늦가을 쯤 대청마루에 동네 아주머니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서로 밑반찬을 만드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매, 난, 국, 죽을 화폭에 담기도 하고, 열두 폭 병풍에 수를 놓기도 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요즘 말하는 부녀회 모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었다.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감들을 가져다가 함께 모여 일하며 아이들의 손에 오원짜리 용돈이라도 쥐어 줄 수 있게 하려는 어머니들의 고단함도 함께였다. 그 고단함을 잊고 상부상조하며 일할 수 있는 마당을 어머니는 제공하셨던 것 같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군청이나 도청에까지 소문이 났고, 누군가는 상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시상식에 단 한 번도 나가신 적이 없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거절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군청이나 도청에서는 직접 찾아와 어머니께 상을 전달하기도 했다. 거의 매년 이런 진풍경을 보며 자랄 수 있었다.

어머니의 계절은 다른 분들과 함께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유난히 꽃을 좋아하셨기에 대문을 헐고 양쪽에 줄 장미를 심어 아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 년 열두 달, 대문을 향하는 담장아래에서 마당에서, 어머니의 정원에서 꽃은 피었다 지고, 다시 피기를 반복했다. 삭막한 겨울에는 어머니의 정원은 방안에서 꽃을 피웠다. 그리고 밖에는 눈꽃이 만발하기에 어머니의 삶은 꽃향기와 함께 한 삶이었다.

향기는 꽃들이 자신을 태워가는 냄새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태워 바람에 향기를 날리고 꽃이 떨어지고 나면 묵직한 열매를 맺어 선물하는 것. 그것이 어머니의 일생이고, 어머니의 삶이고, 어머니의 사계절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는 일생을 배려와 솔선수범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말을 뱉었으면 실행해야 했기에 어린 내가 보는 어머니는 자신의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셨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엄격했고, 타인에게는 너무나 자상하셨던 어머니.

어머니의 삶 앞에 초라한 내 삶을 본다. 어머니의 삶을 따라가려고 노력하지만 따라갈 수 없고, 조금은 내 삶이 우선이 되기도 하고, 배려한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삶을 살아갈수록 어머니의 즐거움이 배려이고 함께하는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머니는 천사가 지상에서 벌 받는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이라면 한 번쯤 그런 삶이 싫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언제나 밝고 평온하신 어머니의 얼굴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베풀기에 행복해 하신 어머니의 삶을 따라가기 위해 오늘도 어머니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조금은 어머니 삶과 비슷하게 살았다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오늘도 어머니를 좆는다.

김경렬 2016-06-21 10:21	김희영 작가님! 어머니의 계절/ 한자락에 배람하면서 훌륨하신 어머니모습에 감동입니다. 그어머니의 그 따님이십니다. 작가님께서도 어머니의 그림자를 따르시는모습 존경 스럽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작가님! 수필 문학상 축하 드립니다. 수필방의 한식구가 되셔서 기쁩니다. 자주 뵐수있게 되리라 생각하니 아주 좋습니다.

백낙은 2016-06-21 21:08	김희영 작가님. 제가 어머니의 계절을 몇 번이나 읽고 심사평을 했습니다만 다시 읽어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멋진 작품 출산하여 우리 수필서재와 이 사회를 밝혀 주실 것을 기대해 봅니다. 늘 건안하시고 보람되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선목 2016-06-22 00:51	김희영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어머니의 계절 첫 수필을 봅니다 작가님의 어머님을 뵙지 못 했지만 그 따님의 성정을 보아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이글을 보면서 어머니의 모습과 삶의 모습은 달라도 어머니의 사랑은 가장 소중하고 영원한 사랑인 것을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작가님의 모습 어머님을 따른다는 말씀 깊은 뜻을 함께하며 나날이 평안 하시기를 바랍니다.

김상화 2016-06-26 21:56	김희영 작가님! 어머니의 계절 수필 문학상을 축하합니다 작가님의 수필을 읽다 보니 어머님께서 천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고 작가님께서는 어머님을 닮으셔서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올바르고 분명하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현대판 천사가 아니신가 하고 생각도 해봤습니다 작가님께서 수필 서재에 불을 밝히셨으니 이제 수필 서재가 환하게 서광이 비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많이 생산하셔서 읽는 분들께 늘 기쁨이 가득하게 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박목철 2016-07-18 08:44	참 좋은 어머니를 두셨습니다. 소운은 어머니를 잠간 뵌적이 있습니다. 교회일로 하숙 집을 친구들과 찾은적이 있습니다. 골목으로 난 쪽창을 여시고 지금 부재중이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얼핏 이지만, 인상이 참 좋으시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수필방에서 뵈니 새삼 반갑습니다. 좋은 글 많이 기대합니다.

사방천 2016-09-28 10:30	김희영 작가님의 작품 어머나의 계절 옛날 어머니들이 가난에시달려도 서로가 도와가며 사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진정한 마음 고운수필에 추억을 더듬어 봄니다 고운작품감사함니다

황양국 2017-08-11 10:15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종덕 2018-04-14 19:17	김희영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그러게요, 고운교육은 몇갑절의 매로도 맺을 수 없는 고귀한 열내 일 것입니다. 밥상머리교육이 없어잔 지금, 이에 비례하여 청소년들의 비리는 증가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차라리 스승이 매를 낮아 다못한 교육을 바로 잡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졸 때 어머니는 참으로 훌륭한 스승역할을 해온것 같습니다. 꼭 탈무드 처럼요.행복하세요.

김종덕 2018-04-14 19:20	열매 매를 맞아 볼 때

정대수 2020-06-11 12:46	김희영 작가님 등단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머니의 계절" 에 묻어나는 우리시대의 어머니 상이십니다. 모든 수고를 다 하시고도 상을 물리시는 그 마음이야 말로 우리가 본받고 배워야할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시기를 응원합니다. 코로나19가 아직은 비상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6월 되시기 바랍니다.^^

최하정 2024-01-02 21:12	안녕하십니까 김희영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