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08-03 06:08

ㆍIP: 1.xxx.128

우리나라 문학계의 별 박경리 작가의 문학관을 보면서(소금산 제2편)

우리나라 문학계의 별 박경리 작가의 문학관을 보면서
(기행 수필 소금산 제2편)

루수/김상화

소금산(小錦山)과 구름다리의 산행을 끝냈다. 시간이 남아 토지 작가이신 박경리 문학관을 가기로 한 것이다. 그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본 산악회 본부장인 장선덕 사진작가의 즉흥적인 생각에서 나온 일이다. 또 본 산악회의 수장을 맡은 이상갑 회장도 역시 마찬가지로 쾌히 승낙했다. 두 분의 생각이 일치하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즉 문학관을 간다는 것은 거기에 대한 눈높이와 문학적인 식견이 뒤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또 구성원들이 모두 높은 수준의 문학적인 지식과 열성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훌륭한 회원들이 모여 있으므로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회원들이 하나의 집단을 이루어 운영하는 곳이 해피 산악회라고 감히 힘주어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문학적인 감각과 감성이 뛰어난 회원들이다. 삶의 질을 살찌우는 감성적인 마인드를 갖춘 회원들이 산행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산악회가 바로 이름하여 해피 산악회다

점심을 먹고 문학관을 구경하기로 했다. "토지 옹심이"란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 메뉴는 강원도 별미인 감자옹심이다. 많이 들어본 음식 이름이지만 오늘 처음 맛을 보는 것이다. 역시 생각한 대로 맛이 있는 음식이며 별미라 할 수 있다. 처음 감자옹심이를 먹어보는 회원들은 그 맛에 빠져 연실 아~ 소리를 내뱉는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식사를 끝내고 문학관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식당에서 박경리 문학관까지는 불과 200m 정도 떨어졌다. 박경리 작가의 문학 공원으로 들어갔다. 넓은 공간엔 문학적인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눈길을 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사고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이다."라는 표어 비슷한 스케치가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이러한 교훈을 뇌리에 담고 박 작가의 문학 공원을 샅샅이 보기로 했다. 넓은 공간에는 여기저기 천에 글을 써서 걸어 놓았다. 글을 담은 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초등학생들의 시를 써놓은 작품도 있다. 이러한 작품을 보곤 작가께서 거주하셨던 생가를 방문했다. 글 속에서 보였듯이 소탈한 생활을 하였음이 역력하다. 살아계셨을 때를 연출하기 위해 텃밭에는 상추와 파 등 몇 종류의 채소가 심겨 있다.

선생의 옛집과 정원, 집필실등을 원형대로 보존하였다. 공간을 활용하여 전시실도 만들었다. 작가로서 또한 자연인으로서의 박경리 선생의 삶과 문학을 오롯이 드러내는 공간이다. 그리고 2층은 선생의 평소 소망대로 세미나나 워크샵을 할 수 있는 문인들의 토지 문화사랑방으로 꾸몄다. 선생의 옛집은 원주에서의 문학 활동 자료의 보관과 상설전시, 체험학습 공간, 지역 문화 예술의 산실로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박경리 문학공원엔 책에 등장하는 홍이 동산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소설 "토지" 속의 대표적 아이 주인공인 "홍이"에서 따온 장소로 평사리 마을의 뒷동산을 의미한다. 산 정상의 풀밭에서 맑은 원주의 밤하늘에 뜬 토지의 달과 별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달맞이, 별맞이 동산이다. 또 용두레벌이란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토지에 나오는 간도 용정을 형상화한 주제 공간이다. 기약 없이 고향을 "떠나는 길" 희망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소재로 했다. 해란강변의 일송정, 용두레 우물, 돌담, 돌무더기에서 이국땅, 거친 들녘, 떠도는 삶의 황량함 등을 연상할 수 있다. 이렇게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만들어 놓았다

박경리 문학공원은 이런 곳입니다.
한국 문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土地"를 주제로 선생의 문학세계를 탐방할 수 있는 원주[박경리문학공원]는 소설 "土地"의 산실인 박경리 선생의 옛집이 1989년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어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을 염려한 문학계의 건의에 따라 한국토지공사의 시공으로 1997년 9월에 착공하여 1999년 5월에 완공되었다. 12,059.17㎡ 부지에 꾸며져 있는 박경리문학공원은 박경리 선생의 옛집과 정원, 집필실 등을 원형대로 보존하였고, 박경리 선생의 삶과 문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박경리 문학의 집, 시민과 문학예술인 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조성돼 있다. 더불어 주변 공원은 소설 [土地]의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3개의 테마공원<평사리 마당, 홍이 동산, 용두레벌>으로 꾸며졌다. 특히 박경리 선생의 옛집은 박경리 선생이 1980년 서울을 떠나 원주의 이곳 단구동으로 이사와 살면서 [土地] 4부와 5부를 집필하여 1994년 8월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곳으로, 2층 연면적 211㎡ 규모이며 대지면적은 2,512㎡로 박경리 선생이 손수 가꾸던 텃밭과 나무 등 선생이 생활하시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박경리 선생깨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시도 쓰셨다. 시 3편을 실어보자

*우리들의 시간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딛쳐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뽑내어 본들 徒勞無益
時間이 너무 아깝구나

#(徒勞無益(도로무익)이란 헛되게 애만 쓰고 아무 이로움이 없다는 뜻임)

*눈먼 말

글 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겐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 기둥 하나 붙잡고
여기까지 왔네

*아침

고추밭에 물 주고
배추밭에 물 주고
떨어진 살구 몇 알
치마폭에 주어 담아
부엌으로 들어간다

닭 모이 주고 물 갈아주고
개밥 주고 물 부어주고
고양이들 밥 말아주고
연못에 까놓은 붕어 새끼
한참 들여다본다

아차!
호박넝쿨 오이 넝쿨
시들었던데
급히 호수 들고 달려간다

내 떠난 연못가에
모욕하는 작은 새 한 마리
커피 한 잔 마시고
벽에 기대어 조간 보는데
조싹조싹 잠이 온다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해는 중천에 떴고
달콤한 잠이 온다

문학 공원을 돌다 보니 선생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배어있는 손자들과의 대화를 볼 수 있었다. 이 말은 대화라기보다 금쪽같은 한마디의 말이다. 이 글을 바윗덩어리에 새겨 놓았다. 글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 내용을 옮겨 적어 본다. 지난 일요일이었던가, 닭똥을 경운기로 여덟 번 들여왔다. "할머니, 냄새가 나"
오디를 따다가 둘째 손자가 하는 말이었다.
"우리 아가도 밥먹고 자라지?
닭똥은 나무랑 채소의 밥이란다.
나무랑 채소도 밥을 먹어야 자라요"
"응"
일기예보는 며칠 새 또 비가 온다고 했다. 장마철로 접어들기라도 한다면 온 뜰 안이 닭똥 죽으로 질퍽거릴 판국이다. 나는 몸빼를 입고 고무장갑을 낀 채 밖으로 나갔다. "에라 모르겠다!<<토지>>의 송관수는 맨손으로 인분을 쓸어 담았는데 고무장갑을 끼고 이걸 못해?....
생각해 보면 기막히게 고달픈 작업이었다. 그런데도 외로움이나 한탄이 없는 자신이 이상했다. 자연은 과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내 영혼을 언제 이토록 실하게 치유해 주었을까. 내 뜰은 생명으로 충만되어 있다.

작가님의 글 중 주옥같은 글 몇 군데를 따서 옮겨적어 본다

환상의 새
생명은 아픔이요, 생명은 사랑이다. 아픔과 사랑이 사라져가는 세상, 나는 인간에 대하여 혐오를 느낄 때가 많다. 아픔과 사랑이 없을 때 생명은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생존(生存)도 확약(確約)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거대한 기계문명(機械文明), 그것으로 인한 발전과 더불어 보다 사악(邪惡)하고 전투적이며 미래를 망각한 오늘의 물질적 충족에 급급한 인간상(人間像)을 본다는 것은 하루에도 수차례 절망에 사로잡힌다. 생명은 개성(個性)이다. 생명에 동일한 것은 없다. 다만 동일한 것이 있다면 생명은 생명을 기르는 것뿐이다.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중 <환상의 새,22쪽>]

인간으로 살게 하소서
원주(原州)로 내려온 몇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어떠한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서 남은 생애의 불길을 태워보겠다는 내 문학적 소망이었다.
빈 공간에 생각을 가득 채워놓고 흐르는 시간의 소리를 들으며 한땀 한땀 뜨면서 바느질하듯, 한 조각 한 조각 쪼아내며 조각하듯, 무릇 무엇이든 만드는 처지라면 그런 시간과 공간을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후 좌우 힘겨운 노력이 따라야 하며 노력을 한다 하여도 창작(創作)하는 힘과 유실(流失)되는 힘의 비례가 같은 것이 또한 현실이며 삶의 단면이기도 한 것이다.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중 <인간만으로 살게 하소서, 51쪽>]

한밤의 장대비 소리(에 수재를 생각하니)
우리는 지구를, 땅을 얼마나 생각했을까. 진실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생태계를 얼마나 생각했을까. 지폐보다, 황금보다 우리의 생존을 떠받쳐주는 것은 바로 터전인 것이다
먹을 것도 거기서 나고 입을 것도 거기서 나고 집도 터전 위에 세운다. 무엇이 먼저이며 나중인지 사람들은 그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훨씬 느끼게 될 것이다.
물자는 한정되어 있다.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다. 화훼 농장이 늘게 되면 논이 밭이 줄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 인간에게 부여된 능력이다. 필요불가결한 것이 줄어들고 그렇지 못한 것이 늘어난다는 증거로 땅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지구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생존의 욕망이 생존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욕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의 아픔 중 <한밤의 장대비 소리(에 수재를 생각하니), 219~220쪽>]

선생께서는 지금까지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장편 "토지"는 선생이 43세이던 1969년부터 1994년 8월 완결편에 이르기까지 25년에 걸쳐 전체 5부 16권, 200자 원고지 26만 장 분량이라는 광활한 대미를 장식한 소설이다.
박경리(68)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가 1994년 8월 15일 새벽 2시에 끝났다. 25년 동안 1897년부터 1945년을 평사리에서 서울과 간도, 일본을 넘나들며 흘러와 하구에 다다른 대하의 저 "거대한 마침표"는 소설 속에서도 8월 15일(1945년)이었다. 작가의 소설 끝내기와 소설의 대단원이 8월 15일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지난 8월 15일 새벽,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한국 소설 문학의 산봉우리인 "토지"의 [점안식]을 마친 작가는 무심하게 말했다.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끝났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 배만 살살 좀 아프네요. 작가의 낮 빛은 무표정했는데 온화함이 환하게 번져 나왔다. 그리고 "끝"이라고 쓰인 마지막 원고지를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준다.

필자는 정신없이 문학공원을 돌며 선생의 흔적을 눈에 담기 바빴다. 마지막으로 선생의 작업실에 들려 산더미 같이 싸여있는 원고라든가 선생의 발자취를 뇌리에 주워 담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일행은 아무도 없고 혼자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다. 자신도 깜짝 놀라 허둥지둥 밖을 나왔다. 그때 밖에선 김명순 총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혹여 내가 길을 헤맬까 염려스러웠던 모양이다. 내가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도 미안스러워서 말 문을 열지 못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라도 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말 한마디도 힘들었었나 보다. 글로나마 이제 감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렇게 박경리 선생의 문학 기행도 막을 내린다.

2018년 06월 02일

정찬열

2018-08-08 06:23

루수 김상화 작가님 이무더위에도 별고 없으신지요
제가 장편 소설로는 가장 감명깊게 배독한 박경리작가님의
소설"土地" 였습니다. 전라도 구례며 하동이며 토지의 숨결을
찾아 보았습니다만 원주에 있다는 박경리 문학관은 가보지 못했는데
작가님의 주도 면밀한 "우리나라 문학계의 별 박경리 작가의 문학관을 보면서"
(기행 수필 소금산 제2편)에서 현장을 둘러보듯 감명깊게 배독했습니다.

보아하니 해피 산악회 본부장인 장선덕 사진작가와 산악회 회장 께서도 열정으로
작가의 길을 걷고계신 루수작가님이 계시기에 결정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해피산악회를 통해 작가님의 고결한 기행문을 배독할수가 있어 이기회에
해피 산악회에 감사말씀 전합니다.
계속되는 무더위 잘 이겨내시고 편안한 여름날이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많이 더우시지요. 작가님께서는 박경리 작가님의 土地를 감명 깊게 읽으셨군요 저 역시 꽤 좋아했던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님의 작업실과 농사를 직접 지으며 사셨던 그때의 삶을 상세히 보고 왔습니다 역시 박경리 작가님은 우리의 큰 별이라 칭찬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찬열 작가님 오늘도 매우 덥네요. 작가님께서 해피산악회와 본 산악회의 장선덕 본부장까지 큰 칭찬을 해주셨네요.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팔월의 더위도 무섭네요 건강 잘 돌보시고 무사히 더위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8/9 00:37

김경렬

2018-08-09 00:05

작가님 덕분에 아련했던 토지를 떠올립니다.
좋은 작품도 옮겨주시어 감사합니다.
원주 문학관에 꼭 다녀와야 겠습니다.
멋진 기행문 감사합니다.


김상화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귀한 걸음 해주셨습니다 요즈음은 하도 더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덥다 해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요 작가님 무더운 여름 잘 이겨 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8/9 01:01

백낙은

2018-08-09 10:09

작가님 안녕하세요.
덥기도 하고, 또 여기 저기 다녀 오느라 늦게 찾아 왔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 시대의 김삿갓이라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그리고 여러면에서 복인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답니다.
아직 더위가 기승이니 몸 조심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참으로 덥네요. 우리나라 기후 관측이 생긴 제가 올해가 111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간 오늘날과 같은 더위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살인 더위를 방불케하는 더위 속에 위원장님 안녕하신지요 위원장님 이시대의 김삿갓 이라고 생각 하신다니 영광입니다. ㅎ 당분간은 이렇게 덥다합니다. 불볕더위 잘 이겨내시고 늘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8/9 23:02

고령산 앵무봉으로 소풍을 가자

작은 금강산이라 일컫는 소금산(小錦山)과 구름다리(소금산 제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