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05-18 10:26

ㆍIP: 1.xxx.128

강화 화개산(華蓋山)으로 시산제를 지내러 가다(화개산 재1편)

강화 화개산(華蓋山)으로 시산제를 지내러 가다
(기행 수필 화개산 제1편)

루수/김상화

힘이 솟아나는 계절 삼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봄기운을 실은 바람이 불어와 대지를 어루만진다. 양지바른 흙담 밑엔 약삭빠른 풀들의 새싹이 세상 구경하겠다고 고개를 내민다. 봄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은 돋아나는 새 생명체에 힘내라고 자양분과 사랑을 불어 넣어준다. 삼월은 왠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설렌다. 이팔청춘도 아닌데 괜스레 그리움이 밀려오고 고독해진다. 임을 기다리듯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며 사색도 한다. 싱그러운 봄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환하게 웃는 꽃의 매혹적인 향기를 맡아보고 싶어서일까? 첫사랑의 임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빨리 봄이 무르익어 활짝 핀 예쁜 꽃 한 송이 꺾어 사랑하는 임께 바치고 싶다. 희망이 샘솟고 영혼이 불타오르는 계절 3월이다. 그리움과 고독이 밀려온다 해도 오늘은 삼전산악회라는 많은 가족과 함께 있기에 행복하다.

햇살이 곱게 내려앉은 3월 11일 아침이다. 고운 햇살 밟으며 벚꽃이 피어있는 꽃 대궐을 님과 함께 걷고 싶다. 그러나 오늘은 삼전 산악회 가족이 올해 산행할 때 무탈을 위해 산신령께 시산제를 지내는 날이다. 오늘 행사를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치르라고 해님이 방긋 윙크한다. 참으로 고운 햇살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시산제를 지내는 것은 미신이라고 생각도 하지만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하나의 소박한 민속 신앙(民俗信仰)이다. 이승재 총무는 이 행사를 위해 며칠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 인원도 점검하고 행사 날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체크한다. 삼전 산악회는 이렇게 숨어 봉사하는 분이 계시기에 회원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것이다. 이승재 총무는 이 산악회의 자랑스러운 수호천사와 같은 분이라고 필자는 감히 말할 수 있다.

회원들의 사랑과 희망까지 가득 실은 버스는 화개산 연산군 유배지 주차장에 10시 50분에 도착했다. 뿌연 안개가 먼 곳의 시야를 흐릿하게 가렸지만, 연산군 유배지 뜰에는 황금 햇살이 내려앉았다. 몇 군데는 모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내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2월과 3월은 산악인들의 안녕을 위해 시산제를 지내는 달이다. 우리는 연산군 유배지를 잠시 살펴보고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집행부 간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분주하게 제상 차리기에 여념이 없다. 제상은 간단하고 깔끔하게 차려놓았다. 회원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시산제를 지낼 준비를 하고 제상 앞에 쭉 서 있다.

이승재 총무께서 사회를 본다. 사회자께서 시산제를 올린다는 개회식을 선언한다. 순서에 의해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시산제가 진행 된다. 제일 먼저 산악인의 선서다. 신나게(신승식) 산악대장께서 우렁찬 목소리로 선서를 한다. 분향할 차례다. 남자의 품격을 그대로 드러낸 멋이 배어있는 정상춘 산악회장께서 제주가 되어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운다. 절을 3번 하고 술잔에 따아놓은 술을 근방에 3번 나누어서 뿌린다. 다음은 축문을 읽을 순서다. 축문은 영광스럽게도 필자가 읽기로 했다. 가슴을 가다듬고 긴 호흡을 한 다음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절을 하고 예쁘게 웃고 있는 돼지 입에 돈 봉투를 물린다. 시산제를 모두 마치고 술과 떡을 나누어 먹으며 모처럼 만난 동료들과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간다.

시산제의 뒤 마무리는 집행부에서 하기로 하고 우리는 모두 이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화개산은 (259.6m) 강화군 교동도에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평화와 통일의 섬 교동도다. 교동도는 북한과의 거리가 2.6km에 불과한 접경지이다. 한국 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모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 섬이다. 2014년 교동대교 개통 이전까지 오랜 시간 소외된 도서 지역으로 남아 "시간이 멈춘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교동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지자체와 중앙 정부, 민간기업이 협력하여 평화와 통일의 섬 교동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난 교동도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오늘을 즐길 것이다.

정상을 향해 조금 걸으니 화개산성(華蓋山城)이 있다. 화개산성(華蓋山城)은 앙상한 모습으로 터만 남아 있다. 아마도 세월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 금치 못 한다. 화개산성(華蓋山城)은 총 길이 2,168m에 이르는 포곡식 산성으로 내, 외성을 갖춘 산성이다. "포곡식 산성이란 산기슭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계곡을 감싸고 있는 구조를 말한다" 화개산성(華蓋山城)의 남쪽은 산 정상부의 절벽을 성벽으로 이용하였으며, 남쪽으로 길게 축조되어 있다. 축조 시기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으며, 1555년 최세윤이 증축하고, 1591년 이어양이 외성을 철거하여 읍성을 축조하는 데 사용하였으며, 1737년에 개축하여 군창(軍倉)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오솔길 옆에는 화개 약수가 있다. 약수물이 한 방울씩 감질라게 떨어진다. 오가는 사람들 목을 축여주기도 모자라는 물이다. 그러나 감로 수가 되었다. 이 약수터에는 작가 미상의 아름다운 시 2편을 나무 판자에 새겨 놓았다.

*샘터지기

은행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은행나무 한 그루를
화개산 약수터에 심었다던
꼿꼿하고 경우 바르던 추씨 아저씨
악센트가 이북이 고향이라 했다

은행나무가 자라면 키가 장송(長松)처럼
커서, 황해도 연백 뜰 고향 집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고집 하나로 살아왔다며
손등으로 구슬땀을 훔치던 추씨아저씨
늙어 화개산만 쳐다보다
돌아가셨다

앉은 걸음 알아도 꼭 한 번
올라 가 보고 싶다고 하시던 아저씨
정말 은행나무가 되어
고향 집 용마루를 망연히
굽어 보고 계신다.

*화개약수

얼마나 울었길래
그 먼~ 길 돌아
졸졸
쉼 없이 흐르는가

수없이 오갔을
세기의 지층을 밟고
귀뚜리
우는 밤에도
산 주름 굽이치는
돌틈을 비집고
또르르 굴러오는
은빛
맨발의 낙수

똑 똑
청아한 소리
허기진 산비알 길에서
적막을 견뎌온 너
천년 비밀의 갸륵한 맛

약수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효자묘(孝子墓)를 보았다. 효(孝)라는 것이 점점 사라 저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필자는 널리 알리고자 이곳에 써 놓은 것을 토대로 써본다. 이 묘는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고구려, 신라, 백제)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시절 병환 중인 홀아버지를 모시고 청주 골에서 살았던 효성이 지극한 신 씨라는 젊은이가 아버지의 공양식 제공을 댓가로 교동 현의 군사로 징벌된 부유한 집의 자제 대신 화개산성에 모병 되어 종사하게 되자 그 아버지는 아들의 안부에 노심초사하여 고목근현(현재의 고읍마을)으로 이사하여 아들과의 약속을 삶의 목표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그 약속은 아들이 전투에 살아남아 있다면 산성의 북루(北樓)에 해가 지기 전 하얀 적삼을 누대에 달아 아들의 생존을 어버이에게 알리기로 한 것이었다 한다. 그 시절에는 봉화나 수기 신호로 아군이나 내륙과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던 때라 어느 날 이를 수상히 여긴 수장이 적삼 수기를 못 달게 하였으므로 아들이 죽은 줄 알고 상심한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다. 아들을 조사하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장이 어버이의 시신을 산성 내에 안장하고 삼 년 시묘를 허락하여 종사하게 함은 물론 그 효성을 기리기 위해 수장과 병졸의 아침 묘소 참배를 생활화하여 참배 자국이 지워질 날이 없었으며 지금까지도 효(孝)의 근본(根本)으로 그 자취를 보존하고 있다.

단숨에 화개산 정상까지 올라왔다. 정상에서 바라본 강화의 전경은 넓은 평야가 보이고 시원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안개가 희미하게 앞을 가려 안타깝게도 아름답고 시원한 전망을 볼 수가 없다. 1,000평 정도의 넓은 정상은 나무판에 "화개산" 해발 259.6m라고 써놓았다. 초라하지만 이것이 정상을 알리는 표시다. 옆에는 대형 망원경이 1대 설치되어 북한까지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러나 오늘은 그놈의 안개 때문에 먼 곳을 볼 수 없어 부풀어 있는 마음을 상하게 한다. 또 한편에는 힘들면 쉬어가라고 육각 정자를 세워 놓았다. 정상에서 회원들과 한참을 즐기다 하산을 하였다.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외포항으로 향했다. 외포항 부두에 도착하니 갈매기가 떼를 지어 날아와 환영해준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갈매기와 벗 되어 한참을 즐겼다.

이곳 내가면 외포리도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삼별초 항쟁비(三別抄抗爭碑)가 눈에 들어온다. 1993년 6월 1일 강화군민들이 삼별초의 몽골에 대한 항쟁을 기려 세운 비석으로서 강화군 오포리 선착장 오른편의 얕은 산 아래에 있다. 좌별초. 우별초. 신의군으로 이루어진 삼별초는 고려 원종이 몽골에 복수하여 개경으로 환도하자 강화군에서 봉기하였다. 이들은 1270년 6월 1일 강화도에서 전라남도 진도로 이동하여 항쟁하였으며, 다시 제주도로 거점을 옮겨 여몽 연합군에게 무너질 때까지 항전을 지속하였다. 항쟁비는 삼별초가 몽골의 지배에 항거하여 궐기한 유허(遺墟)에 세워졌다. 앞면에는 "삼별초군호국항몽유허비(三別抄軍護國抗夢遺墟碑)" 라고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비석을 세운 취지가 새겨져 있다.

망양돈대(望洋墩臺)도 보았다. 기념물 제37호다. 망양돈대는 조선 숙종 5년(1679)에 축조된 48개 돈대 중의 하나로 해안으로 상륙하는 적군을 차단하기 위하여 설치된 중요한 방어 시설물이었다. 당시 돈대에는 곡식과 땔감을 비축하여 두고 3명이 1개 조로 상주하며 경계 기능을 유지하였다. 망양돈대 윗부분에는 몸을 숨기고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쌓았던 낮은 담장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망양돈대(望洋墩臺)에 들어가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강대국으로부터 침략을 많이 받다 보니 방어할 준비를 매우 훌륭하게 해놓은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강화 화개산 1편을 끝내고 2편에서는 연산군에 대해 집필해보려 한다

2018년 03월 11일

정찬열

2018-05-20 19:26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기행 수필 화개산 제1편' 삼전 산악회가 '연산군 유배지'가 있는
광화군 강화 화개산(華蓋山)으로 시산제를 지내러 가시는 날시군요
역사의 기록으로만 보았던 삼별초는 고려때 최우가 설치 했다고 하지요
기념물제 37호 망양 돈대는 처음 들어본 역사의 장인가 싶은곳
작가님 덕택에 역사관련글 잘 배독하고 갑니다.
한주가 시작되는 주일에 한주도 알차고 행운이 충만 하시길 빕니다.
감사 합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5월도 하순을 달리고 있습니다 아직 좋은 글 한번 써보지도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갑니다 이렇게 시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있네요 허잡한 글 매번 칭찬해 주시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배워가며 열심히 쓰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아직 많이 미숙합니다 작가님 부족한 저를 칭찬해 주시니 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작가님!	5/22 00:57

김경렬

2018-05-21 05:56

강화에 다녀 오셨군요.
저희도 한때 강화도순례를 자주 하였답니다.
지리상 돈대도 강화해변을 빙돌며 만들어져있고
그옛날 침략을 막기위해 축조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2편을 기대합니다.


김상화	안녕하세요. 김경렬 작가님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 들려주셔서 반갑습니다. 작가님 강화도를 돌아보셔서 아시겠지만 강화도는 작은 섬이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것을 시사하는 매우 중요한 섬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초여름의 향기와 함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5/22 01:13

백낙은

2018-05-23 16:18

김상화 작가님.
저도 강화도엘 가 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갔습니다.
그런데 가만이 앉아서 강화 화개산 등반을 하니 좋습니다.
학창시절 때 역사공부를 소흘이 한 것이 후회 됩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김상화	오늘은 초여름의 햇살이 내려 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소풍을 가라고 유혹을 합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안녕하시지요 매번 좋은 말씀으로 가르쳐 주심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쓸 때마다 걱정이 앞서니 말에요 혹여 별 볼일 없는 글로 흉이나 잡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5/24 13:34

연산군의 유배지 강화 화개산은 말이없다(화개산 제2편)

감동적인 전설을 지닌 등잔봉(산막이옛길 제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