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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장춘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장춘희
ㆍ작성일 2015-08-23 13:53
ㆍIP: 121.xxx.149
첫경험

   
소백산 아랫동네, 경상북도 영주에 수식이란 마을이 있다.
마을에서도 뚝- 떨어진 외딴 도예가 집,
오래전 이른 아침에 그 댁을 방문 한 일이 있었다.
우리가 만나러 간 도예가는 고요한 자연을 보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 집 안주인도 남편과 닮아있었다. 수녀 같기도 하고 비구니승 같기도 한 정갈한 분위기의 여자였다.
집도 주인들과 닮은 소박한 옛날 흙집이었다. 방은 두 칸을 양쪽에 두고 가운데 부엌이 달린 일자집이었다. 우리는 사랑방 듯 한 곳으로 안내되어졌다.     잠시 후에 그 집 안주인은 뜻밖에도 이른 아침과 어울리지 않게 막걸리 상 을 들고 들어왔다. 작은 소반위에는 막걸리 주전자와 김치 한 접시만 달랑 놓여 있었다.
 방 한 가운데 상을 내려놓고 단정하게 앉은 부인은 처음 만나는 손님 앞에  내놓인 소박한 상차림에 조금도 어색함 없이 덤덤했다.
그리고는 그 지역은 물론 가까운 근방까지의 막걸리에 대한 해박한 품평을 차분차분 들려주었다.

맑게 생긴 부인은 글을 아주 잘 쓰는 서울 사람이었다. 목욕탕 가는 길에 도예가가 끄는 손을 잡고 목욕탕 바구니를 든 체 로 내려와 부부로 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당연하게 아침밥을 먹을 것으로 기대하고 장보기도 몇가지 해   서 갔었다. 그러나 아침밥 대신, 이른 아침 겨울 햇살이 창호지 문살로 부시게   비껴드는 방에서 빈속에 아침술을 마셔보는 첫 경험을 했다.
그 집을 떠나올 때 끝없이 펼처진 눈쌓인 들판을 도예가는 오래도록 우리 일행을 따라 나왔다.
한참을 따라 나오던 도예가가 제자리에 서서 점점 작아져 작은 점이  될 때까지, 떠나오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슴 닮은 도예가의 눈이 더 이상 우리 뒤를 좇지 못할 즈음해서다. 그게 그리 웃어댈 일도 아니건만 우리는 아침술이 주는 유쾌함에 들판이 흔들리도록 웃어댔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8-23 15:13
회원사진 		장춘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백산 아랫동네 영주에 있는 수식이란 마을에 저도 한 번 들려 보고 싶어 지네요.
외딴 도예가를 만나 막거리 맛을 한 번 보고 싶어 집니다.
아침 일찍 도예가를 찾아 가셨던 소기의 목적은 이루고 오셨는지요.
아침 술이 그 때 취기가 오른 건 아니겠지요.
어떻든 들판이 흔들릴 정도로 웃으셨으니 속병이 다 나으셨겠습니다.
늘 건안 하시고 승필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8-27 15:08
회원사진 		장춘희 작가님 어떤일로 방무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경북 영주의 수식이란 마을에서
생의 풍성한 첫 경험을 하셨나보네요
잊지못할 아니 잊혀지지않은 빈속에 아침일찍
마셔둔 막걸리 를 드신 일화 말입니다.
가깝다면 한번쯤 찾아 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경험 축하드립니다.
늘 건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이름아이콘 노복선
2015-09-05 21:04
 빈속에 막걸리 안주는 달랑 김치 한접시
그러나 도예가님 부부의 정이 다른 안주보다
더 맛갈 스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소주가 아니라 막걸리니
아마도 그분들은 곡주니 그걸로 아침상이라 생각했으리라
생각하니 저도 글을 읽으며 웃었습니다
참으로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셨구요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떠오르면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소중한거 같아요
재미있는 추억을 들려주신 장춘희 작가님!
읽는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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