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정근
ㆍ작성일	2015-05-28 10:37

ㆍIP: 183.xxx.242

맛집을 찾아서

맛집을 찾아서 글 / 박정근

지난 사월의 어느 오후였다. 보기 드문 맛집을 찾아냈다며 얼른 준비하고 나오라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싱글벙글 웃고 있는 모양새며 사뭇 들떠있는 모양새가 뭐하나 찾아내기는 찾아낸 모양이었다.

친구는 문경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올해 문경에서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 관련 업무로 근래에 들어서는 얼굴을 통 볼 수가 없었는데 오랜만의 만남에 저렇듯 들떠있는 모습을 보니 오늘 저녁은 뭔가 그럴듯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그간의 회포를 풀겠구나 싶었다.

친구의 차로 옮겨 타고 도착 한 곳은 잠깐의 기대조차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는 지극히 평범한 아니 어쩌면 평범 이하일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한적한 길가에 자리한 조금은 오래된 듯한 식당이었다.
한적한 길가에 웬 차들이 저렇듯 길게 늘어서 주차를 했는지 이상하다 생각 했는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이유를 금방 알 수가 있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넓은 식당 안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무엇인가 특별한 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만 식당의 메뉴는 보리밥 단 한가지 뿐이었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단출한 밥상 차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맛있게 먹는 모습이 신기할 뿐이었다. 작은 뚝배기에 보글보글 된장이 끓고 있고 콩나물 무침과 무생채 그리고 상추가 들어간 겉절이와 나물 한 가지가 둥그런 접시에 골고루 담겨 나오고 참기름과 고추장 그것이 상차림 전부였다.
기대에 부푼 얼굴로 음식을 기다리는 친구가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때 그 표정을 사진으로 남겨 놓았더라면 두고두고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인데 그러지 못했으니 아쉬울 뿐이다.

큰 기대 없이 조금도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보리밥에 나물을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비고 있는 나와는 달리 익숙하게 비벼놓은 보리밥 한 숟갈을 게걸스럽게 입에 넣은 친구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를 연발하며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끝도 없이 보내지만, 그저 성의 없는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비교적 식성이 비슷한 친구라서 메뉴 선택을 할 때도 별 이견이 없었고 어쩌다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내면 서로 불러내 먹을 수 있는 입맛이 닮은 친구인데 이번 보리밥에는 서로 생각이 확연히 다르니 말이다. 가게 앞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빼내 들고 허름한 평상에 걸터앉아 도대체 어째서 무엇이 그렇게 맛있는 것인지 친구에게 웃으며 물어봤다. 친구의 대답은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간단명료 그 자체였다. 친구 어머니가 해주시던 보리밥하고 똑같단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시골집에 가면 앞마당 평상에 차려주시던 그 보리밥과 정말 똑같은 맛이란다.

사람의 입맛만큼 까다롭고 주관적인 것이 없다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다. 그래서 흔히 밥장사라고 하는 것이 힘이 많이 들고 노력과 비교하면 성공확률이 적은 업종이라고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맛을 상대로 음식을 만들고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 중 한 가지가 음식에 맞는 분위기를 실내장식을 통해 연출해서 음식 맛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음식을 먹는 건 단순히 식욕을 충족시키는 행위만은 아니다. 입맛은 어떻게 보면 혀끝에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 기억되는 것이다. 맛도 물론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맛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닌 감정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음식을 매개로 한 연상작용 때문이다. 보리밥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보리밥을 내어 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보리밥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것 그중의 하나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손맛이 아닌가 한다.

눈치 없는 남자들의 실수 중에 하나가 바로, 번번이 아내의 음식과 자기 어머니의 음식을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음식은 이렇고 이렇게 해줬다는 둥 끊임없이 아내의 음식과 비교해서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정말로 미련한 실수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아내가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준다 해도 아내가 어머니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내도 기분 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음식이 그녀의 자녀 에게는 평생을 그리워할 세상 최고의 음식으로 기억될 것이니 말이다.

김경렬

2015-05-28 12:06

그 친구는 그리운 어머니를 보리밥에서 만났으니 그리도 행복했습니다.
박작가님은 매일 아내의 사랑을 잡수셨나봅니다.
혹시 매일 보리밥 잡수시지 않는가요?
저는 글을 읽으면서 친구 만큼이나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맛있는 보리밥 제가 좋아하거든요.
즐거웠습니다.


박정근	김경렬 작가님 오늘 하루도 무척 더웠는데 무탈하게 잘 지내셨지요? 저도 보리밥을 꽤 좋아합니다~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잘먹는 편인데 그날의 보리밥은 친구만큼 맛있지는 않더군요~ㅎ 음식 맛 역시 지역적인 특성이 있으니 말이지요 다녀가심에 감사 드리며 목요일 오후 편안히 보내세요~~^^	5/28 17:19

백낙은

2015-05-28 14:10

박정근 작가님. 부지런도 하십니다.
"보리밥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보리밥을 내어 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보리밥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것"이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릴 때 보리밥을 하도 많이 먹어 눈길도 안준다는 사람이 있지만 저도 보리밥 많이 먹었으나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이웃 보리밥집엘 더러 찾는답니다.
작가님. 그리고 흉허물 없는 친구 두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더 그리워지고 더 필요한 것이지요. 잘 감상했습니다. 건필하세요.


박정근	백낙은 작가님 오늘도 무척 더웠습니다 더위에 어찌 지내셨나요? 대구는 대프리카, 대집트란 신조어로 더위를 표현하고 있다는걸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대구와 아프리카, 대구와 이집트를 합성해서 대구의 더위를 표현 한듯 합니다 같은 경북권역이니 이곳도 더위가 만만치 않네요~.작가님의 댓글을 보다가 소쿠리에 담아 하얀 광목천을 덮어 시렁위에 얹어놓은 보리밥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까칠까칠 해도 참 구수하고 맛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님이 가까이 계시면 얼마전에 찾아낸 보리밥집 모시고 가면 좋은데 말입니다 ㅎㅎㅎ 언잰가 뫼실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다려 봅니다 목요일 오후 편안한 쉼 누리시길 바랍니다 작가님~~^^	5/28 17:31

이정희

2015-05-29 12:11

어머나.. 저도요 그런적이 있었습니다 ~
이상하게 시인님 시나 수필에서 제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몇년전에 한국에 갔을때,
맛집을 엔간히도 찾아다니는 작은 오빠가 정희야 ~ 너를 꼭 데리고 갈데가 있다 하더군요.
그래서 어딘고 하고 점심때 멀리 김해까지 갔더니
정말 허름한 할머니 식당이었는데 사람이 무지 많았어요.
커다란 찌그러진 함지박 같은데 담긴 반찬이 서너가지,
끓고 있는 국이 한솥,
그리고 밥이 들은 밥통이 서너개있고
긴 식탁에 벤치같은 의자만 놓여져 있는 식당이었어요.
근데 벽에는
맛있게 먹고, 남기지 말고, 돈 있는 사람은 두고가고, 없는 사람은 그냥 가십시오 라고 써 있더군요.
그래서 먹을 만치만 덜어서, 식탁에 끼어 앉아서 오빠가 시키는 대로 비벼서는 한숟갈 먹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겁니다..
에구.. 이 글을 쓰니 그때가 생각나서..또.. 에휴 진짜.
그 맛이 어릴때 먹었던 어머니 손맛이었어요.
지금은 하도 입맛이 변해서 그맛을 기억을 하리라고도 생각을 못했어요.
입에 비빈 밥을 넣고 다 넘기지도 못하고 잉잉 우니깐..
작은 오빠가 니 그럴줄 알았다.. 하면서 따라서 눈시울을 붉혀서..
식사시간이 눈물 바다가 되었어요. ㅠㅠ
감사히 하나도 안남기고 다 먹고는 도저히 그냥 갈수가 없어서
부엌에 계시는 주인 할머니께 가서
할머니 꼭 저의 어머니 손맛같은 점심 감사히 먹고 갑니다 라고 했더니
글터나? 하시면서 토닥 토닥 해 주시는데.. 또 눈물이..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속주머니에서 동전을 몇개 꺼내 주시면서 커피 뽑아서 마시고 가거라 하시잖아요. 손사레를 치면서 아닙니다, 아닙니다 해도 손에 꼭 쥐어 주시길레.
할머니가 주신 돈으로 커피까지 마시고 온 집이 있어요.
그게 그런 겁니다..
근데 저는 보리밥은 싫어합니다.
입안에서 떼굴떼굴 구르는게 영 싫어요..


박정근	이정희 시인님 고운 발걸음에 감사드립니다~~^^ 오빠가 그 집을 찾게된 연유도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까닭이고 시인님을 모시고 간 이유도 그리운 어머님의 손맛을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진한 정를 느낄 수 있는 시인님의 댓글이 더 감동입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늘 평안하세요~~^^	5/30 22:19

정찬열

2015-05-31 08:29

박정근 작가님 "맛집을 찾아서"
보리밥 만큼이나 맛있는 글 잘 배독했습니다.
누구나 어릴적부터 엄마 손맛에 길들여진
음식맛이 설령 아내가 특별한 음식의
匠人이라해도 길들여진 맛을 따를 수가 없겠지요
참 작가님 고향이 문경시내 이신가요
금년 봄에 그곳 문경시 농협조합장 아드님과
저희 여동생 딸 그러니까 생질녀 가 그곳 문경
예식장에서 치루어저 난생처음 아담한 문경시를
가보았네요 사통팔달 좋은 곳이드군요
댓글이 뚱딴지를 쳤네요
새롭게 맞이하는 초여름의 문턱에서
늘 건안 하시기를 빕니다.


박정근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고운 걸음 하셨는데 이제사 인사를 드려 송구합니다. 작가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은 본능적인 중독 같습니다~ㅎ 그런 인연으로 문경을 다녀 가셨군요~ 점촌과 문경읍이 합해져 문경시가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곳은 문경새재 입구인 문경 IC근처입니다. 문경시내라 불리는 점촌과는 대략 20여분 거리에 있습니다. 대전이 고향이고 집은 서울에 있습니다. 문경에는 사무실과 조그만 공방을 겸해서 머무는 곳이랍니다~~ㅎㅎㅎ 오늘도 무척 더운날이 이어집니다 건강 잘 돌보시며 평안하세요 작가님~^^	6/2 14:53

서수정

2015-06-10 13:58

박정근 작가님 "맛집을 찾아서"
눈물이 날만큼 맛나게 잘 배독했습니다
어릴적 까실한 보리밥 정말 싫어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추억을 먹는다 생각하고 먹기 시작했는데
어머니의 된장맛이 나는 집이 있었습니다
시장안의 작은 보리밥집이었는데 꼭 제 어머니를 보는 듯해
가끔 어머니가 그리울때 찾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입맛이 아닌 정으로 먹는 맛이지요
유월의 더위속에 열무김치에 고추장 넣고 참기름 한방울
쓱쓱 비벼 먹고 싶네요
더위 타지 않도록 건강 조심 하세요


박정근	서수정 시인님 시인님의 댓글에서 보듯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어머니 손맛임을 확인하게 됩니다~ㅎ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모든것에 배가 고파옵니다... 맛있는 저녁드시고 편안한 쉼 누리세요~~^^	6/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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