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정근
ㆍ작성일	2015-05-08 09:53

ㆍIP: 183.xxx.242

참외서리 이야기

참외서리 이야기 글 / 박 정근

요즘에 과일은 제철이 없을 만큼 흔한 세상이 되었다.
한여름이 되어야만 맛을 보던 수박이나 참외도 마트에 있는 과일 판매대에 가면 한겨울에도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여자가 임신하고 입덧을 하게 되면 유난히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냉면이나 족발은 그래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을거리에 속하지만 유독 때아닌 과일을 찾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과일이 새콤달콤한 딸기가 아닌가 싶다.

종종 드라마의 소재로 한겨울의 딸기가 등장하고는 했다. 한밤중에 그것도 제철 아닌 딸기가 먹고 싶다고 떼를 쓰며 남편을 곤혹스럽게 만들고는 했지만 요즘은 한겨울이라 해도 마트에 가면 딸기는 물론이고 참외며 수박 심지어 포도까지 있고 조금 비싸긴 해도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열대과일까지 넘쳐나는 세상이니 남편들의 수고가 훨씬 덜해졌으며 편리한 세상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봄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하는 지인 댁에 가서 열기로 숨이 턱턱 막혀오는 비닐하우스를 들락거리며 바구니에 담아 놓은 참외를 선별장까지 날라주는 고된 일을 해본 적이 있었다. 해만 뜨면 후끈 달아오르는 비닐하우스의 열기 때문에 이른 새벽녘에만 참외를 따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참외를 나르던 모습이 생각났던지 올해 처음 수확한 노란 참외 한 상자를 인편에 보내 주셨다.

노란 참외를 한입 베어 물자니 문득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참외는 한여름이 되어야만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다.
하지만 농업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쟁적으로 긴 대나무를 이용한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참외 농사를 짓는 시설재배가 급속도로 퍼져 이곳저곳 비닐하우스가 생겨나고 그 안에는 노지에서 재배하던 참외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는 샛노랗고 달콤한 향을 풍기는 참외들이 나무 상자마다 가득 담겨 출하되기 시작했고 늦은 봄이 오면 참외를 맛볼 수가 있었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뒷산 개울가로 물놀이를 다녀오던 까까머리 녀석들이 소곤소곤하더니 무엇인가 일을 벌일 모양인지 둥그렇게 모여 앉는다. “ 오늘 밤에 참외 서리 하자 ” 그것이 그 녀석들이 모여 앉은 이유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거기에 모인 녀석들은 모두가 참외 농사를 짓는 집안의 아들들이기 때문이었다.

누구네 참외를 서리할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뒷산 개울로 물놀이 가기로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 누나 따라서 서울 간다고 약을 올리던 얄미운 창배네 참외밭을 서리하기로 한 녀석들이 고소한 웃음을 지으며 늦은 밤에 모일 장소까지 정해놓고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간다.

창배네 참외밭은 비교적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신작로 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자동차가 많지 않아서 밤이 깊으면 어쩌다 지나가는 차가 있을 뿐 시골의 밤은 암흑천지 그 자체였다. 오히려 가끔 지나가는 차의 불빛은 깜깜한 밤에 노란 참외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불빛이었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일부러 동네를 멀리 돌아서 녀석들이 신작로가 창배네 참외밭에 모습을 나타냈다. 조심스럽게 여기저기 살펴 가면서 비닐하우스로 들어간 녀석들이 가끔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에 의지해 샛노란 참외를 윗옷이 늘어지도록 정신없이 서리하고 있을 때 비닐하우스 입구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다가서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창배 외삼촌이었다.

창배 외삼촌이 자기들을 잡으러 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체 서리에 정신이 팔려있는 녀석들의 뒷덜미를 낚아채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천만다행으로 뒤쪽의 녀석을 부르려고 뒤를 돌아보던 한 녀석의 눈에 때마침 지나가던 자동차의 불빛에 살금살금 다가오던 창배 외삼촌의 모습이 저승사자처럼 또렷이 드러났다. 너무 놀란 나머지 털썩 주저앉아 버린 녀석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 야 튀어 ”하며 정신없이 반대쪽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참외밭에 익숙한 창배 외삼촌과는 달리 참외 넝쿨에 걸려 나뒹굴고 미끄러져 넘어지며 우왕좌왕 쩔쩔매는 녀석들을 창배 외삼촌이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바로 그때 한 녀석이 또다시 소리를 쳤다. “ 야 던져 ” 그 소리에 녀석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앞섶에 담긴 참외를 쫓아오는 창배 외삼촌을 향해 야구공 던지듯 마구 던져댄다 다 잡은 줄로 여기던 녀석들이 갑자기 거세게 공격을 해오자 창배 외삼촌도 더럭 겁이 났던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그 틈을 타서 녀석들은 무사히 도망치는 데 성공을 했다.

이른 새벽부터 온 동네가 소란했다. 참외 서리를 당했다는 소문은 금세 온 동네로 퍼져 나갔고 녀석들이 던진 참외에 맞아 시퍼렇게 멍든 얼굴로 나타난 창배 외삼촌은 뜻밖에도 시커먼 장정 서리꾼 여섯을 맨주먹으로 다 때려눕혀 쫓아 버렸다는 거짓 무용담을 거들먹거리며 늘어놓고 있었다. 담 너머로 그 모습을 훔쳐보던 녀석들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키득키득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백낙은

2015-05-08 10:04

박정근 시인님.
저는 13살 때 예수를 믿어서 별로 경험이 없습니다만 군에가서 동료들이 서리해온 수박 기뻐하며 맛있게 나누어 먹은 동업자입니다.
작가님은 이런 추억 있어 좋겠습니다. 그 친구들 지금도 친교 나누고 있는지요?
박정근 작가님. 이실직고 하시랬더니 더 신랄한 것 나올까 걱정입니다. ㅎㅎㅎ
웃으며 즐겁게 읽고 갑니다. 좋은 추억의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수필 서재방이 밝아 오는 듯해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박정근	백낙은 작가님 안녕하시죠? 훔쳐먹은 사과가 제일 맛있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ㅎ 소풍을 함께 간 녀석들이 대부분이 공범입니다~ 더 이상의 고백은 하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딸기서리. 복숭아 서리.콩서리 등등 있지만 말입니다 ㅎ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화요일 오후 즐겁게 보내시고 늘 평안하세요 작가님~~^^	5/19 18:08

김경렬

2015-05-08 14:18

여름밤 참외 서리!
여학교때 십리를 걸어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여름방학에 그친구 집에 갔는데,
밤이되자 00 이네(교장댁) 참외 서리를 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죽어도 못한다고 반대했다.
달밤에 망을 봐주기로 하고 겨우 끌려 가다시피 따라갔다.
두개를 따서 살금살금 나온 친구방에서, 그참외는 너무나 맛이 없었다.
밤에 익은것을 고를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잠깐 망보는 사이 얼마나 떨렸던지~~
그래서 더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 였는지 모른다.
박정근 작가님 !
재미 있게 배독하였습니다.
건강 하세요~~~


박정근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시죠? 작가님 연배의 서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집니다.ㅎ 생각해보니 망을 보던 때가 제일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야 할듯 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화요일 오후 맛있는 저녁되시고 늘 평안과 향필의 복 누리세요 작가님~~^^	5/19 18:13

정찬열

2015-05-09 13:51

박정근 작가님 "참외서리 이야기"
즐겁게 배독 했습니다.
서리 하니 생각 남니다.
70년대 군대생활을 경북에서
했습니다. 사단이 포항에 있다 보니 말입니다.
한번은 통신병이라서 훈련을 갔다오던중 105mm
포열에 일병이 포열에 오르더니 길옆 사과밭으로
포열을 돌려 딴사과를 포열에 마구집어넣더니
부대에 들어와 포열에서 빼낸 사과를 먹었던
군대 의배곱음을 달래던 생각 말입니다.
늘 좋은 글 올려주세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


박정근	정찬열 작가님 잘 지내시지요? 색다른 서리의 경험담이 신기할 뿐입니다. 주인 이라도 겁이나서 말리지 못했을듯 합니다 대포를 들이대고 서리를 하니 말입니다~~ㅎ 함께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늘 평안과 향필의 복 누리시길 기원드립니다 작가님~~^^	5/19 18:16

이정희

2015-05-16 09:13

하하하하
저도 서리 기억있어요 박정근 시인님 ~
제가 어릴적 4년간을 아주 시골에서 살았었는데요.
그때의 기억들이 저의 인생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한번도 시골에 살아보지 않았더라면 저는 얼마나 밋밋한 인간이 되었을려나요.

밀 서리를 해보셨어요?
익어가는 밀을 베어다가 모닥불에 끄슬려서 손으로 비벼서 먹으면 얼마나 그맛이 ~~ 아휴..
손이고 얼굴이고 옷이고 다 껌정 꼬장물이 흘러서 그 서리는 들키기 십상이었습니다.
제대로 못하는 저를 싫어하지않고 일일이 데리고 다니며 서리 실력(?)을 키워준
그 어릴적 친구들이 대구에 많이 있어서 가끔 지금까지도 만나지요. ㅋ
그때는 아이들 서리도 대부분 관대히 보아주는 어른들이셨지요.
당신들도 그리 하셨으니까요. ㅎㅎㅎㅎㅎ
즐거운 기억에 웃고 갑니다 ~~


박정근	이정희 시인님 반갑습니다~~^^ 시인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시골 생활은 정서적인 면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각박한 도시에서 자란 사람과는 확실히 다른 정서가 있으니 말이지요~ 밀서리... 보리서리와 비슷할듯 하네요~ 입 주위며 손이며 온통 깜장이가 되서는~ 그래도 오돌오돌 씹히는 고소한 그맛은 일품이지요~~ㅎㅎㅎㅎ 동지를? 만난듯 반가움에 실컷 웃어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사때 반갑게 뵐수있기를 바라며 시인님의 평안과 향필을 늘 기원드립니다~~^^	5/19 18:24

김선목

2015-05-20 23:54

박정근 작가님 안녕하세요
수필 서재를 잊고 있었네요 죄쏭 죄쏭합니다
사실 시간이 부족하네요
뭐좀 하려면 밤샘해야 하니까요
참외 서리 이야기 방학때면 원두막서 하루종일
참외 수박만 먹으며 지낸적도 있지요
밤이면 동네 형들이 어느새 서리해간 것을 나이들어
이야기하다 알게되지요
저는 서리를 못 해봤는데 친구들은 복숭아 자두 닭 계란 밥 서리얘기로 밤을 샙니다
정겨운 이야기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글 많이 많이 쓰시고 즐거운 나날 되십시요


박정근	김선목 시인님~~ 누추한 곳 까지 찾아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제와서 말씀드리지만 낯선 시상식때 옆에 시인님이 계셔서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ㅎ 인자한 미소에 큰 위안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인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듯 합니다. 밤샘.... 그 힘든 작업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20년이 넘는 영화인생을 밤촬영만 했으니 말입니다. 모쪼록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 바쁜 시간속에서 이리 찾아와 마음 나눠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니 더 정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새 주말입니다 행복한 일 가득하시고 늘 평안과 향필의 복 누리시길 기원드립니다 시인님~~^^	5/23 10:15

서수정

2015-06-10 13:33

ㅎㅎㅎㅎㅎ
박정근 작가님 참외서리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항상 향필하시길 소망합니다^^


박정근	서수정 시인님 시인님도 서리에 관한 추억 있으시지요? 시원하게 한번 털어놔 보시지요~~ ㅎㅎㅎ 편안한 밤 보내세요~~^^	6/16 20:07

맛집을 찾아서

수박서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