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7-12-08 06:50

ㆍIP: 61.xxx.57

겁없는 산행
겁 없는 산행

긴 추석연휴가 끝나기 전에 광교산 등반을 하기로 했다. 간단한 요기 거리와 따끈한 차를 보온병에 준비한 배낭을 양 어깨에 걸머지고 길을 나섰다. 저수지 길엔 몇몇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름길은 의외로 한가했다. 늘상 완만한 산행길인 백년수정상(해발 270m)에서 둘레 길로 하산하여, 경기대 뒤 길로 빠져나와 집에 도착하면 4시간 소요되었다. 이날은 광교산정상까지 가볼 요량으로 등산로 입구 공영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갔다. 집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백년수정상에서 형제봉 둘레 길이 보였다. 처음 걷는 낯선 길이라서 어디가 어딘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등산길에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 물어보지도 못하고 마냥 걸었다. 드디어 마주 오는 일행이 있어 물어보았다. 엉뚱한 방향인 동쪽으로 가고 있었다. 되돌아가야 한다.
광교산 정상인 노루봉(해발522m)을 가기 위해서는 형제봉(해발448m)정상에 올라서 남서쪽으로 넘어가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한 시간여 되돌아서 형제봉을 오르기 위해 수백 계단을 가파르게 올랐다. 다리근육이 부르르 떨린다. 형제봉에서 반대쪽으로 수백 계단을 더 가파르게 내려갔다. 몸이 지치기 시작하며, 힘이 부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토끼재에서 잠시 쉬는 동안,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나이든 사람은 우리 부부 뿐이다.‘힘들지 않으세요? 대단 하십니다’걱정 어린 인사를 받으며, 돌아갈 걱정을 했더니 지름길을 알려 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눈앞에 노루봉 정상이 보였지만 봉우리를 두 개나 넘어가야 한다기에, 아쉽지만 하산하기로 했다. 오솔길을 벗어나자, 아뿔사! 앞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어 명이 잠깐 쉴 수 있는 벤치가 더러 있을 뿐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단! 오십 중반에 감기몸살로 포기하려다 떠났던 금강산! 거기를 오를 때의 힘겨웠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는 회복이 되지 않은 체 무리한 여행으로 온 몸에 진땀이 나고 어지러워 십여 분 걸린다는 정상을 포기를 하고 그냥 내려왔을 정도였다. 그 때 보다 다리는 더 힘이 들었다. 중간 중간 쉬면서 뜨거운 차라도 마시면 좋을 것 같은데, 무엇에 이끌리듯 뒤도 보지 않고 까맣게 앞서가는 남편이 호응을 하지 않아 더 힘겨웠다. 괘심한 생각에‘사람살려’ 소리를 지르고 계단에 앉아 버렸다. 그제서 한 모듬 올라와 쉼터로 내려오라고 한다. 쿠키와 차를 마시며 다리를 풀고 나니 한결 가벼웠지만 한참을 내려가니 또다시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수천 계단을 오르고 내린 것 같았다.
드디어 땅을 밟고 걷자니, 다리가 덜렁거리고 허퉁허퉁 넘어질 것처럼 불안했다. 벤치에 주저앉았다. 다리를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한 뒤 따끈한 차를 마셨다. 살 것 같았다. 한참을 더 걸어 버스 종점에 다다랐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주차장에 있는 승용차 안에 젊은 부인이 죽었다는 것이다. 119구급차가 달려오고 경찰차가 달려왔다. 일행들이 승용차문을 부시고 여인을 끌어내고 있었다. 산행을 하면서 마신 술이 깨기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에 올랐을, 가여운 영혼에 명복을 빌어주며 버스에 올랐다. 그 여인도 건강관리 차 산행을 하였을 터, 아무리 현명한 사람일지라도 한치 앞을 모르는 미욱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가족들이 얼마나 황망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승용차가 기다리는 공영주차장에 도착했다.
총 여섯 시간의 힘든 산행이었다. 등산을 싫어하는 어떤 분이,‘죽기 살기 올라가면 되돌아 내려오면서 그 고생을 왜 하느냐’고 했던 말이 그 날 만큼은 식언이 아니었다. 이제는 체력이 많이 딸리는 것 같다. 아니다. 계단이 너무나 가파르고 많았다. 갑자기 정상을 탐내, 멋모르고 들어선 겁 없는 등반이었다. 젊은 분들의 걱정어린눈빛, 그들의 염려가 적중했다. 이틀째 사우나로 헬스로 몸을 풀어 조금은 부드러워 진듯했으나, 걸음을 땔 때마다 단단하게 뭉쳐 있는 종아리가 당기고 엄청 아프다. 근육이 돌덩이처럼 뭉쳐있어서 며칠은 고생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이제야 체력에 맞는 산행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런 모습을 위로 하는 듯, 물들어가는 단풍은 오색을 자랑하며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위로 파뿌리 가 오버랩한다. 선들바람이 불어와 슬그머니 낙엽을 쓸고 간다. 흰 머리 그림자도 불타는 단풍과 함께 노을 속으로 사그라져 간다. 먼 산위로 먹구름이 떼 지어, 서늘한 바람을 몰고 왔다. 가을을 재촉하는 빗물이 추적추적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린다.

백낙은

2017-12-08 09:21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겁없는 산행이라는 제목을 보고 급하게 달려 왔습니다.
어떤 모험을 하셨는가 하고요. 역시 여장부 십니다.
그리고 또 험한 광경도 보셔서 마음 언찮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도 고속도로를 한 번 달려 주면 성능이 좋아지듯이
작가님이 고생은 하셨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만큼 좋아지셨을 겁니다.
저도 산이 좋아서 산이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만 이제는 무용지물처럼 되었습니다.
적당한 산행 자주 하셔서 활기찬 여생 되시기를 바랍니다.
늘 좋은 소식 주시기를 바라고 년말 총회 때 뵈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경렬	잉크도 마르기전에 달려와 주셔서 황공합니다. 걷기는 대여섯 시간이라도 잘 하는데 계단이 수백계단이 넘는지라 그게 고생이었답니다. 한 대엿새 무지 고생을 했답니다. 감사합니다. 수필방 식구들이 모일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사때는 시간이 촉박하고 모일시간도 없어서 유감입니다.	12/8 19:30

김상화

2017-12-08 13:36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모처럼 부부 산행을 하셨군요
글을 읽다 보니 많이 힘이 드신 것으로 느꼈습니다
자주 산행을 하지 않으면 그런 현상이 옵니다
앞으로 가까이 있는 뒷동산이라도 자주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몸의 건강은 중요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지만 제일 주요한 곳이
다리입니다. 그래서 죽기 전까지 팔팔하게 사는 길은 다리에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그럼 다른 병도 모두 사라진다고 봅니다
저는 아무리 높아도 정상을 꼭 밟고 오려고 노력합니다
재미있게 집필하신 글 잘 배 독하고 갑니다
많이 춥네요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대전행사 때 뵙고 싶었는데 부득이 이번에도 참석을 못 합니다
잘 다녀오세요


김경렬	김상화 작가님 어서 오세요. 계단이 경사가 가파르고 셀수 없이 많아서 그날은 고생을 좀 했습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완만한곳으로 다닐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운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12/8 19:34

정찬열

2017-12-08 23:25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불편한 팔때문에 이제야 인사 짧게 올리렵니다.
세월만 보냈지 나이드는건 망각하셨군요
이제는 가급적높은곳을 피해야 되지 않을까요
고새많이 하셨겠습니다. 늘 건안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겨울 행사장에서 인사 올리겠습니다. .


김경렬	불편하심에도 긴 댓글 감사합니다. 행사장에서 뵙겠습니다.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12/9 21:12

이석희

2017-12-09 07:23

김경렬 작가님~~~
20대 팔팔하던 시절 6학년 졸업식을 마친 다음 동학년 교사 8명이 특휴를 얻어 1박 2일짜리 노고단 여행을 갔습니다. 여교사 2명과 함께였지요. 오후 2시에 도착을 하여 바로 산에 올랐습니다. 마침 다리가 아픈 남교사 2명은 남고 6명이 올랐어요. 2월이라서 해가 일찍 진건지 어둑어둑해 질 무렵 하산길에 길을 잃었습니다. 왔다 갔다 하다보니 점점 더 어두워졌습니다. 숙소에서 기다리던 일행이 부르는 소리가 나요. 그러고 보니 다 내려와서였던가 봅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금세 회신을 보냈고 불을 밝히고 올라온 동료의 도움으로 살아난 기억이 납니다. 산은 무섭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면 누구라도 겪게 되는 일입니다. 자칫하면 큰 일이 날 수도 있고요. 작가님께서는 고생하셨지만 재미있게 배독하였습니다.


김경렬	노고단 산행에서 고생을 하셨습니다. 일행이 찾아 나서서 다행이었습니다, 하마터면 작가님 못뵐뻔 했습니다ㅎㅎ 행삿날 뵙겠습니다.	12/9 21:16

김종근

2017-12-09 08:37

김경렬 작가님 오랜만에 인사 여쭙니다.
안녕하셨습니까. 겁없는 산행 감사히 배독합니다.
참 고생하셨습니다. 마음은 앞서지만 몸은
따라가지 못 하지요. 준비 되어있지 않으면 사고가
따릅니다. 저도 20대부터 산과 같이 하여왔습니다.
어떠한 산이라도 얏보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가벼운 운동으로 늘 건강하십시요.


김경렬	네 맞아요. 이제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답니다. 계단이 문제였지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행삿날 뵈어요.	12/9 21:18

박목철

2017-12-10 14:41

늘 다니던 산행이 아니면 무리입니다.
저도 문학세계에 산행기를 올리려고 무리하게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시 무릅이 아파서 기어 내려오다시피 한적이 있습니다.
저 때문에 버스가 15분 기다려야 했습니다. 남들이 늦는것을 흉 보던 저인데
그날 이후론 아예 정상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작가님의 등산기, 곤혹스런 상황이 눈에 선 합니다.
세월엔 천하장사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젠 조심 할 때이지요,
등산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김경렬	계단은 다리에 힘을 가해 내 딛어야 하기에 힘이들었습니다. 완만한 산이나 평지는 6시간 걸어도 끄떡 없답니다. 이제는 아끼며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행사에 뵙겠습니다.	12/10 21:25

장계숙

2017-12-10 18:29

아름다운 계절에
의미 있는 산행을 하셨습니다.
그 정도면 건강하신 거예요.
전 2년째 산행을 못 했습니다.
아마 전 올라가기 전에
몸도 마음도 후들거릴것 같습니다.
뭐든 과신하면 큰 일 나지요.
젊은 부인의 이야긴 넘 놀랍습니다.
몸이 원하는 만큼
즐거운 산행을 하였으면 합니다.
아직도 대단한 체력과 열정으로
겁 없이 용기를 내시는 걸 보면
왜 그리 동안이신지 알 것 같습니다.
멋진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늘 홧팅 하셔요. 작가님~


김경렬	오랫만입니다. 그래서 더 반갑습니다. 12월엔 주말마다 경사와 행사로 바빴습니다. 요즘엔 감기 몸살로 집안에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빨리 추스려서 대전 행사에 뵙기로 하겠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12/10 21:30

김종덕

2017-12-11 18:09

김경렬 작가님, 잘 지내십니까? 젊으실때의 기운이 꽤 많이 생각 났셨을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고함을 지르며 이것이 내다라고 역설하셨을 것 같으신데, 심한 고생을 하셨군요. 아마도 또 돌아서면 가보고 싶으실 것입니다, 구생 많이 하셨지만 낭군님하고 같이가셨다니 더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 이번 겨울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경렬	김종덕 작가님! 함께하지 않았다면 도중에 내려왔을 겁니다. 부르도져처럼 앞서서 가버리니 따를수 밖에요. 나중에 하는말이 무엇에 홀렸던것 같았다 하더이다. 아무튼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었지요. 이후 평지만 서너시간 걸으며 산에 오르지 않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감기가 극성이라 저도 쬐금 휘둘리고 있습니다. 잘 추스려서 대전에서 만나길 기대 합니다.	12/11 20:33

박재도

2017-12-13 10:47

이곳 아침나절 작가님의 서재에서
이국 나그네는 벌과 나비가 예쁜 꽃에 앉자 꿀을 따듯이
작가님의 향기 있는 글에 머물다 갑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국땅에서


김경렬	찾아주시니 무지 반갑습니다. 북극 지방의 한냉전선이 우리나라에 머물어 이렇게 춥다합니다. 삼한사온은 옛날 얘기가 되었답니다. 온가족이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12/13 21:02

오피스텔에 살다

당숙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