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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수미
ㆍ작성일	2005-04-11 20:10

ㆍIP:

개사초 하는날
개사초 하는날

글/ 淸幽 김수미

삐리릭~삐리릭~ 자명종이 울어댄다.
밤새 음식 만드느라 어설픈 선잠에 온몸이 져리다.

서둘러 가족을 깨우며 시골 성묘 길을 재촉하였다.
새벽길이라 거리의 차는 그나마 한산하고 마음은
벌써 시골 선산에 도착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차 뒷자리에서 휴대용 이불을 덮고 잠이 들어있고
간밤 업무로 지쳐있는 남편도 곤히 잠을 잔다.
혼자 거리의 불빛과 나란히 운전을 하며 점점 늘어나는 차들을
바라보았다.

'저들도 한식이라 성묘를 가는 것이지...'

어릴 적 한식 때면 산소에 가서 새 잔디를 입히는 개사초를
본적이 있다.

개사초란, 산소에 사초들을 제거하고 새로이
잔디를 입혀 손질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도 40~50평의 잔디를 입힌다고 하셨다.

개사초하는 날은 일꾼 아저씨들께 후한 대접을 하며
말끔히 단장된 산소 앞에서 조상님들께 제를 올렸다.

오늘 내려가는 이 길은 시아버님 산소에 개사초를 하고
주변 환경을 정리하려 가는길이다.
아버님 산소 근처엔 오래된 소나무들로 가득하다.
먼 신작로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어 돌아가신 후에도
자손들을 내려다보시며 살펴달라는 우리네 마음도 들어있는 것이다.

3시간너머 걸린 고향에 도착하니 정겨운 분들이 두 손내밀며 품에
안아주신다. 아이들도 코끝에 은은하고 깊은 사랑의 향기를 맡았으리라...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선산에 오르니
햇살 가득히 안고 있는 아버님산소가 보인다.

가져온 낫과 삽, 그리고 전기톱으로 주변의 고사목들을 제거하고
오르기 힘든 불편한 길을 불도저로 밀어 판판히 다지고 다져진
선산 길에도 새 잔디를 입혔다.

벗겨낸 묵은 잔디를 털어내고 새 잔디를 켜켜로 입히며 꼭꼭 눌러
다지고 산소주변을 정리했다.
일하시는 어르신께 대접할 음식을 선산 한구석에서 여자들은 준비하여
시원한 술 한잔과 함께 대접하였다.

일하시는 어르신은 깨끗한 수건으로 구슬땀을 닦아내시며
얼굴 가득 환한 웃음으로 덕담을 해주셨다.
조상을 잘 모시는 집안은 자손도 복을 받을 거라시며 등을 다독여주신다.

일을 다 마치고 예쁘게 단장된 산소 앞에서 제를 드렸다.
제를 드리는 동안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해본다.

"아버님 자주 오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하지만, 늘 마음은 다녀간답니다.
멀리 보이는 신작로 길에 저희의 모습이 보이면 어여삐 보아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세요. 아버님을 찾아올 때 저희 마음에 근심을 가지고
오더라도 그 마음 다스려 풀고 갈 수 있도록 아버님 늘 살펴주세요."

뉘엿뉘엿 넘어 가는 해가 내 마음을 알았는지 홍조 띤 얼굴로 나를 비추고
내 아이들과 내 가족의 바쁜 하루도 어느덧 행복으로 곱게 물들고 있었다.

2005. 04. 05

南周熙: 좋은 隨筆 잘보고 갑니다 ... 詩와 隨筆 두가지를 하시니 바쁘시겠습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세요 .. -[04/12-05:41]-

김수미: 남주희 작가님..에긍...정겨운 발걸음 감사하네요. ^^*
시와 수필..하나더..낭송도 있겠지요? ㅎㅎㅎ
늘 열심히 사는 모습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
오늘도 행복하세요. -[04/12-09:19]-

녹제(鹿蹄) 조연상: 한식이라 함은 우리네 4대 민속 명절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만큼 의미가 깊은 날 중의 하나이겠죠.
조상이 있기에 우리가 있음을 돌이켜 생각케 함으로써
우리는 물론 아이들 한테 까지도 조상의 은덕을 기리게 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음은 아닐까요?
옛부터 효행사상이 민족의 기본이념이 되어 왔기에 정과 덕이 흐르는
우리문화가 이루어져 온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정이 흐르는 김수미 작가님댁 가정에 늘 환한 웃음이 넘치시길 기원 합니다.... -[04/12-17:47]-

엄동화: 읽는 동안 가족이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넉넉하셨을 것 같은 어르신, 착한 며느리, 때를 잊지 않고 조상을 찾는 가족들...
함께 떠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잘 뵈었습니다... -[04/15-05:40]-

류상진: 개사초 라는 뜻을 잘 몰랐었는데 깊은 뜻이 있었군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05/22-21:33]-

김흥성: 효행 이란.자신 뿐 만 아니라 온 가족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05/24-11:01]-

김수미: 찾아주신 귀한 마음을 감사히 간직할께요. ^^* -[05/31-15:21]-

장강현: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시인님의 역활을 한 번 열거해 볼까요?
시인이자 낭송가에 수필가에 효부에 婦에 母에 女에 = 1인 7역이군요.
아니 운전수를 빼먹었네...
대전에서 뵈올 때 제가 1인8역이라고 부르면, 손을 높이 치켜드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06/08-02:10]-

김수미: 장강현시인님~세상에 어쩜 이렇게 글마다 정겹게 꼬리를 달아주시는지
...제가 감탄합니다. ㅎㅎㅎ 시인님을 늘 기억 할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06/11-09:17]-

감문주 : 참 온갖 재주를 다~갖추고 사시는분 , 정말 부럽습니다 . -[07/24-20:32]-

Blaze: http://ecb7fb8f764f5d083a9643a45a96d71a-t.dqqrmm.org <a href="http://ecb7fb8f764f5d083a9643a45a96d71a-h.dqqrmm.org">ecb7fb8f764f5d083a9643a45a96d71a</a> [url]http://ecb7fb8f764f5d083a9643a45a96d71a-b1.dqqrmm.org[/url] [url=http://ecb7fb8f764f5d083a9643a45a96d71a-b2.dqqrmm.org]ecb7fb8f764f5d083a9643a45a96d71a[/url] [u]http://ecb7fb8f764f5d083a9643a45a96d71a-b3.dqqrmm.org[/u] 9ba993c3af94b6ba0b1516b9a4c1bdc7 -[06/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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