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17-10-09 14:37

ㆍIP: 61.xxx.75

한로(寒露)

한로(寒露) [글/정 찬 열]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긴 연휴 끝 무렵 북한산 국립공원이며 설악산에 단풍 소식이 들려오는 한로(寒露)가 지나니 60년대 초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회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한로(寒露)는 해마다 양력 10월 무렵이면 24절기의 열일곱째로 추분 다음에 오며 찬 이슬이 맺히는 때인데 서리가 내리기 전에 곡식을 거둬들여야 하기에 농부들은 눈코 뜰 새가 없다. 한로가 지나면 다음 절기인 상강(霜降)이 오는데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이슬이 서리로 변한다 하여 서리 상(霜)자에 내릴 강(降)을 써서 상강(霜降)이라 한다. 요즘 농촌의 농사짓기는 농사만 잘 지으면 벼가 누렇게 익어도 크게 걱정할 것 없는 좋은 시절이다. 물론 농사짓는 가운데 제초나 병충해가 있어도 고성능 방제 기술이 동원되거나 한 걸음 더 나가 무인 항공 방제를 하며 농장에서 직접 탈곡하고 말리는 것까지 벼 건조기로 말리거나 물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농사를 짓는 농업의 발달도 편리해진 현실에서 굳이 옛날 농사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줄 모르지만, 현실이 발전되어가는 것은 또한 원천(源泉)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본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을 장려하는 말로 오직 농사를 중히 여기던 시절 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풍요로운 삶이 발달한 것이다. 배롱나무꽃이 세 번 피어야 벼가 익는다는 예전에는 모를 심고 벼가 뿌리를 내리면 초벌 메기 김매기를 했다. 그리고 두세 번을 김매기를 더하여 잡초를 제거했다. 지금처럼 농사일이 기계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모심기에서부터 수확하여 쌀이 되기까지 88번의 손이 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쌀 米자를 파자로 하면 八十八이 되기 때문이다.

추분(秋分) 다음에 오는 절기는 올해에는 10월 8일에 들어있는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다. 세계의 기상이변은 지구온난화로 한로(寒露) 일인 10월 8일에도 이곳 남부 지방에 낮 기온이 28~29도로 초여름 날의 낮 온도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이 어간은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가 되기 직전의 시기라 할 수 있는데, 상강(霜降)에는 기온이 더 차져 이슬이 서리로 변한다. 한로에는 추분보다 기온이 더 떨어져 무더위는 완전히 가시는 데다 날씨는 더 청명하고 대기는 더 삽상하여 나들이나 야외활동에 가장 적당한 철이고 실제로 운동회, 야유회, 등산, 여행 등이 연중 가장 많은 철이기도 하다. 이때가 하늘은 더 푸르고 높은 추수철이라서 먹을 것도 많아 말도 더 살찐다 하여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 것이다.

최근 들어 기상 이변은 낮 기온이 한여름을 방불케 하기도 하지만 들에는 노랗게 피어나는 들국화를 비롯하여 구절초 쑥부쟁이 등 국화과 식물이 향기를 피워낸다. 봄여름 화려하게 많은 꽃이 대부분 사라진 대신 머지않아 북쪽에서부터 내려오는 형형색색의 가을 단풍이 짙어지기 시작하여 남쪽으로 산야를 물들어 갈 것이다. 단풍이 곱게 물들기를 하려면 뜻하지 않은 기상이변으로 갑자기 찬 서리가 내리지 않기를 소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마지막 이 가을을 곱게 물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고 어렵게 지은 농사도 깔끔하기 때문이다. 요즘 산행을 다녀오면서 가을의 진미 시골 장터의 추어탕을 즐겨 먹고 온다.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서민들은 시식(時食)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하였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한 듯하다. 추어(鰍魚)의 추(鰍)자는 고기 어(魚) 변(邊)에 가을 추(秋)를 쓰는 것이 흥미롭다.

추분(秋分) 무렵부터 피기 시작하는 억새와 갈대꽃 역시 가을이 짙어 가면 따라서 절정을 이룬다. 이 계절이 되면 생각나는 옛날 가요가 생각난다. 김능인 작사 고복수 씨의 노래 “짝사랑”의 가사 대목 말이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 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지러진 조각달…!” 이라는 노래 가사에 으악 새가 가을이면 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노랫말에 나오는 ‘으악새’ 는 왜가리를 뜻한다는 말이 있지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으악새’는 경기도 방언인 “억새”를 뜻한다고 되어있다. 억새는 줄기 끝에 꽃술 가지가 여러 갈래 솜털이 많이 붙어 자주색 꽃으로 피어 열매가 익으면 씨에 붙은 털이 부풀어 꽃이삭이 하얀 털 뭉치처럼 피어나 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한다.

아무튼 한로(寒露)가 지나고 상강이 돌아오면 이 시기가 농촌에서는 벼, 조, 수수, 콩 등 오곡백과의 수확과 타작이 한창이어서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는 말처럼, 한로(寒露)에 보리 파종을 해야 하며 늦어도 상강(霜降) 전에는 파종을 마쳐야 한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속담은 이때의 추수와 보리 파종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촌의 사정을 두고 한 옛날 말일 것이다. 갈대꽃과 억새꽃이 피어나는 가을의 정취는 아무래도 가을이 좀 더 깊어져야 절정에 달한다. 아무튼, 이 가을에는 이상기온으로 늦가을의 비가 자주 오는 것이나 뜻하지 않은 추위에 이른 서리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1009 기(記)

백낙은

2017-10-09 20:16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한로에 대한 글 잘 보았습니다.
옛날에는 절기가 잘 맞았고 또 의미도 깊었지만
요즘은 음력 절기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저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기상이변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한로(寒露)인 어제가 여름처럼 더웠답니다.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는 말씀 대로
늦었지만 내일이라도 추어탕 한그릇 해야겠습니다.
한계령 단풍 구경이나 갈까 하는데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향필 하세요. 샬롬입니다.


정찬열	황우 백낙은 분과 위원장님 김연휴 중추절 잘보내셨지요 얼마남지 않은 8순 겸 출판 기념 행사관계로 마음이 분주하시겠습니다. 바쁘신중에도 서재를 챙겨주심에 용 백배 합니다. 가을철의 보양식 추어탕드시면서 편한 시간 되시길 빕니다.	10/10 19:24

김경렬

2017-10-09 20:24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즐거운 추석은 잘 보내시고
유래없는 긴연휴 뜻있게 보내셨는지요
한로/
한로에 이어 자세히 상강까지 펼치셔서 공부 잘했습니다.
억새와 갈대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 늘 관심과 사랑으로 흔적을 남겨주심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절기도 무시된채 한낮으로 무더운날입니다. 조석으로 기온차가커서 감기에 유념하시고 편안하세요	10/10 19:25

이석희

2017-10-11 06:56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올려 주신 옥고 한로(寒露).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음력 세대였다면 우리는 양력 세대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런 편입니다.
저야 농업이 주업인 적은 없었으니 절기에 대하여 특별한 상식이 없더라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저 기본적인 절기 몇 개 정도나 알고 삽니다.
더누나 양력은 24절기의 날짜고 매년 거의 고정되어 있으니까 다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살다보니 절기에 대하여 자연히 무식하게 되었습니다.
상강은 서리가 내리는 절기이니 고추나 호박등은 그 전에 수확해야지.
처서는 땅에 더운 기운이 숙지는 때이니 이제 가을 채소를 심어야지.
이 정도만 겨우 알고 삽니다.
한로야말로 생각도 못하였지요.
좋은 글로 알려 주시어 생각해 보니 참 의미 깊은 절기이군요.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정찬열	이석희 작가님 긴연휴 잘보내셨지요 귀염둥이 손자손녀 재롱에 시간가는줄 몰랐을 것입니다. 부족함이 많은글 배독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는 기상 예보입니다. 늘 편안 하시고 알찬 가을날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10/11 21:23

김종덕

2017-10-11 12:30

정찬열 작가님, 추석은 고이 잘 쇠셨는지요? 참으로 오랜만에 수필서재에 들어와보니 시강이 그토록 흘러가 버렸읍니다. 이 가을에는 무슨 할일이 그리 많은지 동서남북 눈코뜨새가 없어 농땡이를 좀 쳤읍니다. 오늘 내일은 부산, 다음날은 서울, 그 다음주에도 서울, 많이 다녀야 하는 시간이 되었읍니다. 그 중에 한로를 이야기하시니 없던 상식에 떠 탑을 하나 올리게됩니다. 참 좋은 말들과 절기가 이렇게 잘 맞아들어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선조들은 지혜로웠다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읍니다. 지금쯤은 그 지혜가 묻히고 잇어 안타깝습니다. 글 쓴 ㄴ사람이라도 이러한 것을 이어가야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님, 항상 소리 안나게 갈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정찬열	김종덕 작가님 긴연휴에 바쁘게 시간가는줄 몰랐다니 다행입니다. 전 평소에 하지 못한 걷기운동에 여러날을 소일 했습니다. 아들이 여행지를 예약 해놓고 가자고 했지만 복잡하고 보잘것없는 곳에 고생보다는 건강을위해 시간소일 했지요 寒露에대해 새롭ㅈ게 알았다하니 감사합니다. 기온이 내려가고기온차가 심해지나봅니다. 늘 건안 하시고 편안한나날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10/11 21:28

야박한 세상

꽃무릇 축제로 유명한 영광 불갑사를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