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7-09-24 04:25

ㆍIP: 183.xxx.219

엄지 왕자 김서한

2017년 8월 27일 오늘,
엄지 왕자 '김서한'의 첫돌입니다.
막내아들 내외는 세 달 전부터,
돌잔치 장소와 사진 촬영, 행사 규모 등을
저희 형편에 맞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노부부 마음은 귀한 손자, 엄지 왕자의 모습을 지인들께 자랑하고 싶었지만,
아들 내외의 극구 만류로 양가의 가족들만 모여서 엄지 왕자의 첫돌을 축하하기로 했습니다.

목동에서 큰아들 가족이 연희동 집으로 왔네요.
딸네 가족은 직접 힐튼호텔 행사 장소로 간다는군요.
노부부는 큰아들 가족과 함께 행사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였지만,
사돈 가족들과 촬영 팀이 벌써 와 계셨습니다.
엄지 왕자 서한은 갑자스러운 변화에 어리둥절한 모습이군요.
첫돌 때쯤 아기들은 아장아장 걷기도 하는데,
엄지 왕자 서한은 11월 말쯤에나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 년 전 오늘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는군요.
10 여일 간의 습기를 머금은 찜통더위가 가시는 듯하던 날,
막내아들의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수경이가 아기를 낳으려고 서울대 병원에 다시 입원했어요."
임신19주 때 병원에 입원하여 29주 될 때쯤 퇴원,
집에서 몸조심하며 임신관리와 태교 중이었지요.
노부부는 출산 때까지 계속 입원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병원 측은 더 위험한 환자가 대기 중이라고 퇴원을 강요하였습니다.
그리고 위급 상황엔 바로 입원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퇴원하여 겨우 2주를 보내곤
막내아들의 급한 연락을 받은 것 입니다.
노부부는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분만 대기실을 찾아 문을 여는 순간
조금 떨어진 분만실에서 아주 여린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우리 서한의 첫울음 소리였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기쁨과 안도의 마음이 드는 순간,
조용한 분만 대기실 한쪽 편에서 안사돈 혼자서 울고 계시는군요.
그동안 마음고생이 크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딸과 아기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가냘픈 아기의 울음소리에
힘들었던 마음고생을 눈물로 표출하시는 안사돈의 모습을
우리 노부부는 죄송한 마음에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2016년 6월 말,
노부부는 2년 만에 미국에서 귀국하여 딸네 가족을 목동으로 이사시키고,
연희동 집 정리하고, 겨우 숨돌리는 중이었습니다.
노부부는 친인척과 귀국 인사도 아직 못 나눴고,
대원외국어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근무 중인 막내아들 얼굴도 한 번 못 보았지요.
입원 중인 막내며느리만 병원에서 몇 번 만났고,
집 반찬을 가져다주곤 되돌아오는 형편이었습니다.
제발!
입원 상태로 아기만 출산 때까지 잘 자라주길 빌며,
하루하루의 날을 세고 있었습니다.
사돈어른들과도 죄송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며느리의 때 이른 출산을 맞게 된 것이었지요.
잠시 후
막내아들이 아기 양쪽 발을 푸른 잉크색으로 찍은 족인과 신생아 증명서를 들고,
인큐베이터에 폭 싸인 아기를 급히 신생아실로 데리고 갑니다.
안사돈이 부랴부랴 쫓아가네요.
노부부는 대기실에서 초조히 며느리를 기다립니다.
31주 만에 출산하는 며느리가 어떤 상황인지 더 궁금했습니다.
한참 후에 며느리가 분만실에서 회복실로 옵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네요.
노부부는 며느리 손만 붙들고 있습니다.
"아가 고생했다. 고맙다."
얼마 후 신생아실에 아기를 데려다 놓고 막내아들과 안사돈이 옵니다.
막내아들 모습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컸고 걱정의 세월을 보낸 티가 온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막내아들이 내놓은 아기의 발 도장이 아주 예쁘군요. 체중은 1.2kg이랍니다.
보통 신생아 체중이 3kg인데 우리 엄지 왕자는 정상 신생아의 1/3의 체중이니.......
그러나 우리 가족은 회복실에서 며느리의 손을 잡고 안도의 마음과 행복함에 젖어 있습니다.
한 시간 후, 며느리는 입원실로 갔습니다.
아기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저 혼자만 입원실에 가는 며느리가 안쓰럽군요.
'얼마나 아기가 궁금하고 보고 싶을까?'
'엄지 왕자는 제 어미의 연결 고리가 끊긴 채 인큐베이터에서 혼자 있어야 하니 얼마나 외로울까?'
천근만근 무거운 마음으로 노부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며느리는 4일을 병원에서 머물다 병원 부근의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합니다.
그리고 매일 한 시간씩 병원에 가서 아기를 만나고 옵니다.
'몸조리가 제대로 될까? 마음인들 편할까?'

이렇게
막내며느리는 몸조리도 못 하고,
엄지 왕자는 엄마의 품을 떠나서 인큐베이터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며느리는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 중, 매일 한 시간씩 아기를 보려고 병원에 갑니다.
모유를 압축기로 20g씩 짜서 봉지에 넣어 냉동 보관했다가 병원으로 가지고 갑니다.
저장해 둔 모유는 하루에 8회 정도 주사기로
아기 코에 연결한 수유 관을 통해 아기에게 줍니다.
아기 체중이 1.7kg이 되면서부터 젖병의 흡입력이 될 때,
코에 연결한 주사기 수유 관을 떼어 내는군요.
그리고
매일 한 시간씩 제 엄마 품에 안겨서 심장 박동 소리를 듣도록 캥거루 보살핌을 해줍니다.
엄지 왕자는 35일간 인큐베이터에서 자랐고
체중이 2kg이 되어 수유할 수 있는 흡입력이 될 때 퇴원을 했습니다.
이렇게 힘든 고비를 잘 극복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무 탈 없이 잘 자랐습니다.
그리고 온 가족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막내 내외는 결혼한 지 3년이 되어도 임신 소식이 없어 본인들은 물론
노부부도 내색은 못 하였지만, 기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근무 중인 배화여자고등학교에 휴직계를 냈고,
1년간 임신을 위한 노력에 전념을 다 하였지요.
그러나 휴직 기간 1년이 지나도록 기쁜 소식이 없어 새학년 2월 초에 다시 복직하였습니다.
3월 초 직장 동료와 학생들과 재회의 기쁨, 활기찬 학교생활이 익숙해질 때 쯤,
기다리고 기다리던 임신의 기쁨을 맞게 되었지요.
노부부는 귀한 소식이라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고,
미국에서 큰아들 가족, 딸네 가족과 기쁨만 나누고 있습니다.
4월 초에 다시 휴직한다는 며느리의 연락을 미국에서 받았습니다.
복직하여 근무 중인 학교에서 크나큰 배려를 해준다는군요.
아주 힘들게 임신하였으며 또 조심해야 할 임신 초기이니 다시 휴직을 권하였고 합니다.
2학년 담임 반과 담당 교과도 기간제 교사와 강사로 대체하겠다며,
마음 편하게 휴직하여 임신과 건강 관리하라는 기회를 준 것입니다.
며느리는 집에서 초기의 임신 관리에 전념을 다 하였습니다.
정기적으로 병원엘 다니며 아기발육 과정을 진료받던 중19 주가 겨우 되던 날,
유산기가 보여 급히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였습니다.
그리고 몹시 어렵게 엄지 왕자는 제 엄마의 뱃속에서 31주까지 견뎌냈던 것입니다.

참을성 많고, 끈기가 뛰어난,
우리 엄지 왕자의 이름은 '김서한' 입니다.
출산하기까지 제 아빠, 엄마를 힘들게 하였지만,
세상 밖에 나와선,
김서한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인지능력이 발달하여 제 엄마,아빠의 마음을 다 휘어잡습니다.
노부부는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가슴에 안고,
매일매일 기도하지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노후의 낙은 무엇일까?
생각은 더 많고 크고,
마음은 자식과 손들을 위해 다 바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함을 하루가 다르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 부모들이 바빠서 남의 손에 커가는 손들이 걱정되고,
가여워서 울컥거리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근 거리에서 손들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도
손들을 보기 위해서 삼각형 모양으로 연신내, 목동, 연희동을 뱅글뱅글 돌고 있습니다.

2017년 8원 29일 연희동 Kimsj

김서한의 첫돌

백낙은 2017-09-24 08:45	김숙자 작가님. 오랫만에 뵙는 듯합니다. 엄지왕자의 돌을 축하드립니다. 온 가족이 마음 고생을 했지만 건강하게 성장해 줘서 큰 기쁨입니다. 옛날 부터 아기는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라고 했지요. 가족들의 사랑과 화기 애애한 모습에 치하를 드립니다. 엄지왕자가 영육간에 잘 성장하여 이 역사에 공험하는 인재가 되길 빕니다.

류등자 2017-09-25 20:03	감숙자 작 가님 엄지욍자의 돌찬치 를 축하합니다 손자가 잉태 하면서 돌이될때까지 예뿌고 규엽지만 고생 많히 하셨 습니다 잘자라면서 집안의 큰대들로 웅장하게 번영 뒤시길 빕니다 영원한 나의손자 할머니의 사랑 듬뿍 행복이 가득하세요

정찬열 2017-09-26 11:54	김숙자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3년의 기다림끝 엄지왕자의 돌잔치를 축하합니다. 그동안 타국생활로 소식이 뜸하셨군요 태어날때는 비록 미달된 체구였지만 무럭무럭 자라난 손자의 귀여움에 얼마나 기쁘고 반갑겠습니까 작가님 내외의 사랑 듬뿍 받고 훌륭한 일꾼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늘 건안 하시길빕니다. 감사 히 배독했습니다.^^

김종덕 2017-09-29 16:44	김숙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엄청난 일을 해 내셨군요. 생명이란 이렇게 소중하고 기쁨을 아겨 주는데 이 기쁨을 왜 요즈음 사란들을 회피할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화적으로 문제는 많지만 이렇게 소중한 생명과 더불어 산다는 기쁨을 왜 피해가려는지는 좀 생각해봐야할 문제 같습니다. 작가님, 이 고운 가을에 고운 추석엔 고운 일만 함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한가위

광탄중학교 제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