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6-03-01 08:17

ㆍIP: 71.xxx.205

마무리

연희동 김숙자

젊었을 때는 '마무리'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하였다.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하였으며,
더 좋은 일을 시작할 때는 하는 일의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가 마음속에 담겨 있었다.
'마무리'는 끝이 아니고 새로 시작되는 밑바탕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참 좋다.
그러나 이제는 내 생애에 새로운 시작은 없을 것이고, 요즘은 2년간 힘에 버거운 일상의 일에서 끝 '마무리'를 잘하려고 최선을 다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덧 나이 70이 넘었다.
요즘은 일상의 일이 힘에 부칠 때마다 죽음의 나이를 헤아리게 된다.
열 손가락 안에서 죽음의 언저리를 엿보곤 한다. 신변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종종 고민도 한다.
뿌리내린 내 신변의 인연들을 생각하면 그들과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손들이나 자식들은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연결고리가 더 소중할 텐데 노부부는 혼자서 그들과 그 고리까지 짝사랑하며 울고 웃는다.
한없이 인연의 고리를 더듬어 쥐고 내 의지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제 어미들이(며느리와 딸) 손들의 음식과 의복을 소홀하게(내 생각) 하여 학교에 보내고,
그런 날 학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손들의 모습을 보면 왜 이렇게 안쓰럽고 속이 상할까? 노부부는 그 길로 백화점에 가서 5명 손의 겉옷, 속옷, 양말 등을 바리바리 사서 두 집에 들여놔 주고 온다.할아비는 필요 이상의 간섭이라고 귀가 따갑게 잔소리를 하지만,
내 나이와 체력으론 감당도 못 하여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남편을 꼭 대동한다. 남편의 잔소리가 야속할 때도 잦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상대는 이 할아비뿐이라고 생각하면 잔소리가 싫지는 않다. 할아비가 운전하고, 손들의 생활용품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60년 전통의 The Habits에서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고, 노부부는 손들을 보살피는 노욕을 채우는 것에 만족해한다.

이런 세월을 2년간 미국에서 노예 생활(내 생각)하듯 보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하면 남편과 둘이서 편안한 노후 생활이 기다릴 것으로 알았다.
아이들(삼 남매) 교육하여 짝을 지어 둥지 틀어 내보내면 그것으로 끝이 될 것으로 알았다.
자식들과 그 자식들의 고리까지 거듬어 쥐려는 이 욕심은 언제 끝이 날까?미국 오기 전,
나이 70이 넘도록 도시락 싸며 자식의 고시 뒷바라지와 손들의 유학 뒷바라지가 이렇게 힘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다.
2014년 8월 8일에 미국에 온 4세, 7세의 손자는 지금, 7세, 9세가 되어 미국 초등학교 1학년, 3학년(공부를 잘하여 월반하였음)이 되었으며 작은 손자는 미국놈이 다 되었다.아이의 능력을 발굴하여 능력별 수준으로 이끌어주는 미국 교육제도에 감탄한다.
서부법원의 판사인 딸은 뉴욕 포댐대학교에서 법과의 석사과정을 마치고(서울 대학교 법대 대학원 수료함),
5월 23일에 있을 영광스러운 졸업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나이 40세가 넘은 두 아이 엄마가 그것도 영어로 뉴욕 변호사 자격시험에 도전하여 합격을 기대하며 뉴욕 변호사의 선서식도 기다리고 있다.
손자들은 6월 말에 학년 종업(수료)식이 끝나고 8월, 서울에 가면 1학년, 3학년의 초등학생이 된다.이 아이들은 2년간 많은 색다른 경험을 쌓은 기간을 토대로 그들의 푸른 꿈이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딸네 가족은 8월부터 한국의 또 새로운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며 의대 교수인 큰아들 가족도 2015년 8월에 코넬대학교, 뉴욕 메디컬센터에 연구원으로 와서 6개월째 잘 지내고 있다. 큰 손녀(4학년), 쌍둥이 손자(1학년)도 학교생활에( 영어 수업)잘 적응하며 목표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며느리의 고생이 크지만, 제 남편, 자식들 뒷바라지에 당연한 것이 아닐까?
간 큰 시어미의 생각을 한다.

노부부는 앞으로 어떠한 상황도 생각지 말고 이곳 미국 생활만을 잘 정리하자고 다짐한다.
많은 변화를 가져온 미국생활 2년을 잘 마무리하자고 서로 다독인다.
그러나 왜 심적으로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늙고, 병들고, 허약해져서 앞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도 없건만,
현 생활의 '마무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눈을 감아야 끝이 되는 것일까?
죽기 전까지는 내가 선택한 노예 생활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2016년 2월 29일 뉴저지에서 Kimsj
생일 날 가족 모임

외손자의 수업 공개 모습

루스벨트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작품 전시회에 입상한 손들의 미술작품

뉴저지 River Edge의 겨울풍경

백낙은 2016-03-01 08:46	김숙자 작가님. 안녕하세요. 나의 열 손가락이란 제목을 올려 놓으시고 오래도록 잠잠하셔서 무척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마무리를 올려 주셔서 안심입니다. 말씀하신 그 노예생활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하나의 꿈이랍니다. 그리고 아직 죽음의 나이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마세요. 그 때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백세시대인데 아직 30여년이 남았잖아요. 그리고 자녀 손들이 작가님의 노예생활? 을 자양분으로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님이 부럽습니다. 미국 생활 마무리 하시고 오시겠다고 하시니 반갑습니다. 한국에 오셔서 그 멋진 주택(전에 사진으로 모았습니다)에서 조용히 창작활동 많이 하셨으면합니다. 그동안이라도 몸 건강히 향필 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가님의 평안을 빕니다.

김숙자 2016-03-01 18:53	《Re》백낙은 작가님 , 고맙습니다. 늘 그자리에서 한결 같은 덕담과 격려 말씀으로 용기를 주시니 부족한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김경렬 2016-03-02 13:16	김숙자 작가님! 안녕 하세요? 자녀들을 훌륭히 키우셨습니다. 우리 시대는 아직 바라지에 희생을 감수하지요 공감하며 같은 세대이기에 더 동감 합니다. 귀국 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자주 뵐수 있어서 더 반갑습니다. 건강하시고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2016-03-07 20:36	김숙자 작가님! 안녕하세요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신만큼의 자녀들에대한 노예생활이 크지 않으셨을까 하고 내심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고생하신보람이 오늘날 느끼시는 보람이겠지요 머지않아 귀국하신다니 그때행사때라도 자주 뵐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늘편안하시고 100세를 바라보는 행복한 시간 되세요

박목철 2016-05-11 20:03	나이가 들면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실 정정한듯 보이지만, 노인의 건강은 순식간이기 때문이지요, 저도 나이가 들고보니, 매사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며 동병상린, 다 공감입니다. 건강하십시요, 미국 생활을 정리 하신다는 말씀 저라도 그러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흔 살의 混亂

나의 열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