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세훈
ㆍ작성일	2014-08-16 23:15

ㆍIP: 27.xxx.242

그리운 모국이여

솔낭 임세훈

바쁜 일과를 보내고 오랜만에 쉬는 일요일인데도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차일피일 미루던 무궁화 나무 전지를 해 주기 위해서다.
마당에는 4월의 온순하고 따뜻한 햇살의 가득 들어차 새로운 생명들의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는 무궁화 전지를 해 주려고 마당으로 나온 것도 잠시 잊어버리고,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았다.
작년에 꽃이 피고 졌던 자리에 열매 주머니가 올망졸망 열린 것을 보니 올해도 많은 꽃이 피어날 조짐이 보인다.
전지만 잘 해주면 7월부터 찬바람이 부는 가을까지 우리 집 마당은 그야말로 무궁화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쉬움에 허전한 마음 달랠 수 없다.
지척 가까이 우리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무궁화가 좀 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마당에 무궁화를 심게 된 계기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친구가 일제의 만행과 무궁화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 이후였다.
20여년이 훨씬 지났지만 피를 토하듯 열변하던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친구는 무궁화가 우리 국민들로 부터 외면을 받게된 이유는 일본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민족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우리들의 무궁화를 없애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무궁화꽃에 손이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고 '부스럼 꽃'이라고 선전했으며, 진딧물이 많이 생긴다고 '진딧물 꽃'이라 하여 무궁화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그 것도 모자라 무궁화 나무를 뽑아 불사르게 했으며 한민족의 정신을 끊기 위해 국민들의 관심을 멀게 했다는 것이다.그 이유는 우리 국민들의 상징인 무궁화가 그 어떤 나무보다 겨울을 이겨내는 내한성이 있었고, 생식력과 생명력이 강해서 각종 병해충을 이겨냈기 때문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친구들은 침략자 일본의 만행에 분노하며 주택을 가진 친구들 만이라도 무궁화나무를 심어 나라꽃을 널리 알리자고 약속했다.
나는 이를 계기로 백의민족인 한민족을 상징하는 배달계와 투철한 애국혼이 담긴 단심계, 두 종류의 무궁화나무를 여러 그루 심었다. 무궁화나무는 역사학을 전공한 친구의 주장처럼 추위에 잘 견디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사실 올해는 눈코 뜰 새없이 바쁜 일로 인하여 무궁화나무 전지를 해 줄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먼 타국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에 서둘러 전지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후배인 A는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 살만하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런데 먹고 살만하니까, 문득, 고국이 떠오르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집 마당에 심어놓은 무궁화 꽃이 생각나서 안부 차 전화를 했다고 했다.
A는 이민까지 와서 세상의 낙오자가 될까봐 두려워 술로 세월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포집을 방문해서 화려한 꽃을 피운 무궁화를 보게 되었는데, 울컥 눈물이 솟아 참을 수 없었단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갉아 먹고 있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그날 부로 술을 끊고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식당 접시닦기 아르바이트, 마트 점원, 막일 등을 거쳐 지금은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먹고 살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교포에게 어렵게 무궁화나무 한그루를 구해 화분에 심었는데 기온이 맞지 않아서 그런지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후배는 그리운 모국, 그 한마디 가슴에 새기는 것이 어찌 그리 사무치도록 아픈 것인지 모르겠다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라고.
노래를 부르던 A는 그의 이기심이 뿌려진 이국땅엔 무궁화나무 한그루 심을 정토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나는 대뜸 '한국에 한번 나와라, 우리 집 무궁화나무 죄다 뽑아줄게' 우스겟 소리로 후배의 아픈 마음을 위로했다.
모국이 싫어서 조국을 등진 사내가 꽃인 무궁화 한그루 심을 정토가 없어서 눈물을 흘린다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하지만 나는 A의 눈물이 그리움인 것을, 조국을 등진 후회의 눈물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제의 핍박과 억압 속에도 굳건히 지켜온 우리의 얼, 그 얼이 무궁화로 피어 금수강산을 물들이지 않았는가.
이처럼 A도 무궁화를 통해 뜨거운 조국애를 느꼈을 것이다.
나는 따뜻한 담벼락을 벗어나 서둘러 전지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애국심과 후배A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생각하며 올해는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더 실한 열매를 맺으라고, 남은 가지가 다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전지를 끝냈다.
우리 민족의 고귀한 얼이 담겨있고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이며 후대에 널리 전해야할, 우리 민족의 상징인 무궁화가 더욱 번성하도록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았다.
4월의 붉은 노을 속에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 후배의 활짝 웃는 모습이 무궁화 꽃을 배경으로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전지를 마치고 몸은 노곤했지만 큰일을 끝낸 것처럼 마음은 풍요롭고 뿌듯했다.
'나의 무궁화여, 어서 활활 타올라 너의 당찬 기개를 맘껏 펼쳐다오'

정찬열 2014-08-17 21:44	솔낭회장님 마음은 바쁘신데 자꾸만 문인방을 노크하심에 아마도 4월에 습작을 올리셨나보군요 지금 한창 무궁화꽃은 꽃으로 열변을 토하고 있습니다. 가진 수모로 버텨나온 우리나라꽃 무궁화에 사연 잘읽고 갑니다. 저역시도 지금 9월하순까지는 서재 방문을 자제하고 뜻하는 시험준비를 해야 하는 데 자꾸 들려지는걸 내자신 이해하기 힘드네요 솔낭작가님 논문준비 열심하시고 승필하세요

박목철 2016-01-09 14:26	무궁화에 대한 많은 정보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무궁화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꽃은 이쁜데 가지가 가지런히 규칙적이지 않은것이 싫고 늘 진 꽃잎이 지저분하게 달려 있는것이 보기 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디물이 새까맣게 달라붙은 잎도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무궁화가 우리 국화가 맞는가에도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일본 나오시마에서 활짝 핀 무궁화를 보니 너무 반갑더군요, 작가님의 글을 보며, 무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은 품종이 개량되어 진디물이 붙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천덕꾸러기 무궁화, 우리가 아끼고 잘 보존해야 할것 같습니다.

황양국 2017-08-10 12:01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상훈 2019-01-01 21:35	임세훈 작가님, 1년을 넘게 비운 작가 서재에 들어와 새해인사드립니다. 건강은 필수, 원하는 소망도 필수인 만큼 건강을 필두로 올해는 소망 한 가지라도 꼭 이루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서재에서 다시 뵙기를 기다립니다.

이정연 2019-02-28 14:39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글 읽으면서 반성합니다. 베란다에 여러 종류의 식물을 키우고 있지만 무궁화를 키워 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동백나무, 감나무도 있지만 대부분이 화원에서 판매하는 외래종입니다. 앞으로 무궁화를 키워 봐야겠습니다. 교훈적인 글 잘 읽고 나갑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정연 올림.

최하정 2024-01-02 21:03	안녕하십니까 임세훈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