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동물 중에 새끼와 어미의 생김새가 다른 것을 들라면 올챙이와 개구리가 아닐까 싶다.
올챙이는 개구리 새끼라는 사실을 알고 보니 그렇지 올챙이의 모습에서 개구리를 떠 올리기에는 어느 것 하나
닮은 점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생김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올챙이는 아가미로, 개구리는 허파로 숨을 쉰다니
올챙이와 개구리는 새끼와 어미가 다른 점이 너무 많은 동물이라 하겠다.
이에 비해 생김새로만 치자면 사람은 아기나 어미나 외모상 별로 다른 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렇게 닮은 모습의 사림이지만 나이에 따라 생각하는 점이나 지향점이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간에 성향이 많이 달라 세대간 대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서로 간에 이해의 폭이 좁다는 사실이 나라의 앞날을 우려하게 만드는 과제이기도 하다.
세대 간에 차이는 자연적 현상으로 극복의 대상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도 세대에 따라 빠르고 늦고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인체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바라는 일들이 많아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게 된다.
명절도 기다려지고, 방학도 기다려지고, 생일도 기다려지고, 무더위에 물놀이, 한겨울의 스키 타기 등
기다리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인체의 시계는 빠른데 현실의 바램과 시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시간이 늦게 간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반대로 나이 든 분들은 인체의 시계가 느리게 가고, 별로 바라는 일도 없는 덤덤한 삶을 살게 된다.
무심코 생각 없이 살다 문득 달력을 보면 인체의 느린 시계와 달리 현실의 시계는 정신없이 흘러간 것에
놀라게 된다. 아니 벌써? 인체의 느린 시계로 세월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 사이에 현실의 시계는 쏜 살
같이 흘러가는 것이고 주름진 얼굴을 보고 빠른 세월을 한탄하게 되는 것이 노년의 삶이다.
세대 간의 의식 차이는 너무나 당연한 경험의 결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변화를 원하지 않거나, 현실을 이해하고 타협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이 든 분들은 회사로 치면 경영하는 분들, 나라로 치면 다스리는 분들을 이해하려 하거나 웬만하면
문제 삼지 않으려고 한다. 세상을 살며 나도 해보니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더라는 체험에서 온 이해심도
생기고 변화에서 오는 번거로움을 본능적으로 꺼리게 되는 것이 나이 든 분들의 속성이라 볼 수 있다.
젊다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것만큼이나 주변 상황의 변화를 원하게 된다. 이런 변화 본능이 세상을 발전
시키고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선 기능을 하는 것이다.
생각의 다름도 자연적 현상이니 슬기롭게 받아드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변을 살펴보시라, 나이 든 분들은 대부분이 머리숱이 듬성듬성하게 마련이다.
멋있게 보여 좋은 이성을 만나 우수한 후손을 남겨야 하는 용도로 쓰려고 아까운 단백질을 소비하던
머리털의 용도가 끝나면 이게 빈모(貧毛)이고, 기름진 중국 음식을 좋아하던 청년 시절을 지나 배나 나오기
시작할 때쯤이면, 담백한 일식을 즐겨 찾게 되다가 더 나이가 들면 덜 씹어도 되고 위에 부담도 적은
곰탕이나 설렁탕을 즐겨 찾게 되지 않던가?
신문을 봐도 제목이나 보고 세세한 일에 머리 쓰지 말라고 눈이 나빠지는 것이고,
듣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면 들어서 열받지 말라고 귀도 나빠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돋보기도 모자라 노안 교정 수술까지 감수하거나, 하나라도 더 듣겠다고 보청기까지 끼고 세상일에
간섭해 봤자 건강만 해치게 될 뿐이니 소곤대는 얘기까지 들으려 하지 말라는 이치이다.
옛말에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얘기가 있다.
사실 잇몸으로 씹을 음식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옛 보양식은 흐물거리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이가 빠지면 이를 해 넣거나, 임플란트, 혹은 틀니를 하는 분들도 없지 않다.
이런 분들이 매사에 나서는 모양이 젊은 세대의 눈에 거슬려 -틀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는 누구나 올챙이를 거쳐 개구리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젊다는 것, 나이 들었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정일 뿐 세대 간 대결이니 하는 얘기는 당치도 않다.
국가를 수레라고 치면, 젊은 세대, 노년 세대, 혁신, 보수, 모두가 수레바퀴라고 생각해 보자,
역사를 돌아보면, 어느 한쪽에 치우친 판단이 나라를 망친 경우가 숱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체 시계가 빨라 현실적 변화가 너무 더디다는 젊은 세대의 입장만으로 세월이 쏜살같이 빠르게 느껴
지는 노년 세대에게 더 빨리 빨리는 무리이고,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외면하는 것도 바른 처사는 아니다.
서둔다고 어느 바퀴만 혼자 빠르게 갈 수도 없고 가기 싫다고 주저앉을 수는 더더욱 없는 것 아닌가?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올챙이가 뭘 안다고" 라거나, "개구리가 올챙이 적 모른다더니"
올챙이와 개구리가 서로 상대를 비하해 봐야, 개구리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고 올챙이도 슬슬 꼬리가
사라지며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게 자연의 순리이다. -개구리가 싫다고 올챙이에 머물 수도 없고
개구리가 다시 올챙이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무술년 한해는 적당한 속도로 네 바퀴를 같이 굴려 덜컹거리는 일이 적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청개구리, 소운/박목철
제 새끼 낳고 길러봐야
눈물의 의미를 안다
비 오면 청개구리 우는 사연
그게 자기 얘기라는 걸,
받고 주는 야박함
내리사랑이라는데
준 것보다 받은 게 넘쳐
돌아보면 이미 가시고 없는 悔恨,
자식은 늘
제 새끼 낳고 길러 본 후에야
눈물의 의미를 안다.
갚을 수 없는 빚 멍에 되고
輪廻 속에 인연 아득하기에
비만 오면 청개구리 되어 운다. -시집, 세월에 실린 나그네 발췌-
백낙은
2018-01-26 16:07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가까이 계시면 못 먹는 막걸리라도 한 잔 앞에 놓고 대화라도 했으면 합니다만...
어떻게 보면 나는 아직 앞다리도 덜 나온 올챙이 같은데
나이 먹었다고 개구리로만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다른 면에서 보면 나 자신이 아직 꼬리도 덜 떨어진 올챙이면서
젊은이들을 보고 한심해 하는 덜 떨어진 늙은이라 여겨집니다.
다만 완성을 향해 투쟁할 뿐이랍니다.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 고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건강유념하시고 복된 나날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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