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8-01-12 13:32

ㆍIP: 59.xxx.243

소운 放談(글쓰기는 어려워도 훈수는 쉽다)

여러 장르의 문학 영역 중에서 한계가 애매하고 딱히 이런 게 시야! 하기가 어려운 것이

시라고 생각된다. 어떤 시는 산문에 가깝기도 하도, 어떤 시는 너무 간결해 표어 같은 경우도 있다.

음률을 잘 다듬어 시조 같은 시도 있고, 어떤 글은 형식을 완전히 무시해 이런 시도 있구나, 하게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시는 백인 백색의 형태로 그 표현이 다양하기에 한마디로 형태를 정의하기가 어렵다.

글을 오래 쓰다 보면, 쓰는 능력은 늘지 않지만, 보는 입장에서의 안목은 늘게 마련이다.

(되다 만 분들이 잘하는 것이 비판이나 평론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시인에 따라 특색이 있긴 하지만, 초보 시인의 공통적 특성을 들라면 대체로 글이 길다는 점이다.

어느 경지에 다다른 시인의 글을 보면 군더더기가 없이 아주 간결하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인쇄를 해도 한 페이지에 보기 좋게 들어가는 시에는 나름대로 내공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운도 편집하는 분에게서 시가 너무 길어 한 페이지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았다)

언젠가 모 시인이 가능하면 형용사와 부사를 배제하는 글을 쓰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한 것을 보았다.

당시에는 참 건방진 소리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세월이 지나며 그분이 하고자 하는

말뜻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요즘은 시를 읽게 되면, 빼도 될 말을 빼보는 습관이 생겼다.

예를 들자면 풍광이 아름답다는 표현을 할 때,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라고 했다면 그 앞에 여러

미사여구나 감탄은 다 蛇足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넋을 잃을 아름다움이면 그 안에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모든 느낌이 이미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아름다움을 되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시에 너니 나니 하는 인칭 대명사가 꼭 들어갈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다.

-가슴이 아팠다- 라는 말은 나라는 표현이 없어도 당연히 내가 아프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고,

-그리움에 하얀 밤을 새우고- 라고 했다면 당연히 너에 대해 그리움으로 밤을 지새운다는 뜻으로

너라고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 시의 맛깔스러움을 위해 들어갈 수는 있지만,

습관적으로 내가, 너에게 등의 시어는 아껴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시를 쓰고 나서, 빼도 될 말을 빼고 나서도 전하고자 하는 골격은 살아 있어야 좋은 시이다.

사람 형상을 만든다 치면, 우선 골격을 균형 있게 만들고 여기에 살을 붙이고 풍성해야 할 부분,

날씬해야 할 부분을 잘 다듬어야 좋은 형체가 형성되듯이 시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더덕더덕 붙어있는 부사나 형용사, 너나 나를 다 빼고 나서도 공감할 골격은 살아 있어야지

뭐야? 살 떼고 뭐 떼고 나니 남는 게 없잖아, 이러면 읽고 나서 남는 여운이 없게 마련이다.

예와 없는 원칙은 없다고 하듯 나니, 너니를 반복해도 멋진 시가 될 수도 있고.

감탄사나 형용사를 거침없이 써도 내공이 보이는 글이 있다. 이런 분을 보고 배우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저보고 하라면 못해도 훈수는 쉽다고 "너나 잘 하세요" 귀가 간질간질 하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니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다.

이석희

2018-01-13 15:57

박목철 시인님~~~
반갑습니다. 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글을 써보아야겠다는 큰 다짐도 없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서 뒤를 돌아보니 무모한 도전이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글은 짓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덤빈 게 화근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글을 보니 이제야 비로소 마음의 눈이 뜨인 것입니다. 큰 일이 났습니다. 부끄러워서 숨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속앓이를 심하게 앓고 있는 중입니다. 가가자의 몫이라는 소운님의 말씀에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만...


박목철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교훈이 되는 좋은 말씀을 늘 경청하고 있답니다. 사실 이런 글을 올릴 때 많이 망서리긴 했습니다. 누구를 비판하거나 하는 글이 아닌, 한번 쯤 돌아보자는 자성의 글인데 혹 오해 하는 분이 계실까 하는 영려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예전에는 한 번 쓴 글은 손질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꼭 빼도 될 말은 찾아서 빼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 시각에서 보니 옛 글 중에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잘 띄이더군요, 제가 저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이해 바랍니다.	1/14 10:56

백낙은

2018-01-13 20:45

소운 작가님.
작가님의 소운 방담을 읽고 보니 바로 저의 이야기 인듯하여 얼굴이 붉어 집니다.
특히 저는 일평생 설교를 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사족들이 더 많았다고 여깁니다.
말씀하신 대로 시란 가장 어렵고 난해한 장르라 여겨집니다.
종종 요점 정리를 해 주시면 초보자인 이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드리오며 늘 보람된 나날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박목철	위원장님의 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글은 눈에 머믈지만, 말은 귀에 머믈지 않으니 반복하고 강조해야 뜻이 전달된다는 생각입니다. 설교로 다져진 글 솜씨 멋지십니다. 위원잠님께서 스스로 초보자라 하시면 제가 난감해 진답니다. ㅎㅎ	1/14 10:58

김상화

2018-01-13 23:23

큰 교훈을 주는 글인듯합니다
잘 쓰지도 못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쓴 글을 지금 읽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하고 생각하면
오금이 저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제 쓴 글도 이것을 글이라고 썼나 하고 한심하게
생각될 때도 무지기 수입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반성하고 배워갑니다
추위가 대단하네요. 몸 잘 보살피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작가님 글을 읽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답니다. 아주 재미있고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은 했지만요, 누구나 옛글을 돌아보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면서 발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십시요, 열심히 응원 하겠습니다.	1/14 11:01

김종덕

2018-01-17 11:37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많은 것을 듣고 배워 갑니다. 시란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가가 생명이라 생각합니다. 나머지의 형식은 무엇이든 관계없다고도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잘 담아갑니다. 새해에는 생각하시는 대로 이루십시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박목철	사실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일번 카페에 글을 쓰실 의욕이 있으신 분들이 원하는 글입니다. 그냥 이런 소리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넘기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화창한 주말입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1/20 12:11

김경렬 2018-01-19 07:03	자성의 글이라 하셨지만 꼭 필요한 말씀을 어렵게 펼치셨습니다. 군더더기 비만 문장. 중복되는 뜻의 수다. 가지치기가 중요하지요. 저도 수필집을 내려고 글들을 정독 해보았더니, 수정해야할 부분들이 자꾸 눈에 거슬려서 늦어지고 있답니다. 첫시집은 볼수록 부끄러워서 함부로 출판을 하면 않되겠다는 자성을 합니다. 영양제 잘 받아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8-01-20 12:17	세월이 갈수록 눈에 거슬리는 글이 많이 보이더군요, 요즘은 글을 쓰고나면 한참을 불필요한 말을 걸러내곤 합니다. 누구나 한번 쯤은 그런 시각에서 자신을 글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서재에는 이런 글을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반 카페에서 요청하시는 분들이 있어 쉽게 정리는 하고 있습니다. 휴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수필집 기대하겠습니다. 김경렬 작가님,

장계숙

2018-01-27 16:49

좋은 견해와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 또한 소망하는 일입니다.
성격 탓인지 글을 쓰면서
스토리 보다는 이미지나
명확한 메세지를 선호합니다.
겸손하신 맘도 글 속에서 함께 느끼며
배려의 마음도 배움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박목철	서재에 잘 들리지 않다보니 답글도 제때 못달아 드렸습니다. 눈이 불편해 글 읽기가 어려워 자연히 멀리하게 되더군요, 이제 수술도 끝나고 했으니, 적응되면 다시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6/26 16:31

소운 放談(올챙이와 개구리)

橫說竪說 겨울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