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11-05 12:09

ㆍIP: 118.xxx.100

소운의 일요 放談(김장)

소운의 일요 放談(김장)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옥천 면사무소에 자리한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주차장을 가려다 보니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옥천면 일대는 유명한 냉면집이 많아 아마도
지금이 김장하기에 알맞은 시기인 듯 여러 곳에서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김장을 가능한 늦게 담그려 했고, 날짜를 따져가며 택일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김치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김장이 끝난 후 영상의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 한해의 김장을
망치게 되는 낭패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치가 맛이 들어 익기도 전에 물러 터지게 되면
한겨울 두고 먹을 김장을 버릴 수도 없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반대로 김장을 하기도 전에 너무 추우면, 배추나 무가 얼게 되고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씻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제일 좋은 것은 덜 추운 날에 김장을 마치고, 바로 추워지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택일이 쉽지 않아 배추가 얼까 봐 가마니를 동원해서 덮어 주거나 더운물을 데워 손을 녹여가며
김장을 해야 했으니, 김장을 마치고 나면 주부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김장은 큰 행사였다.

대게의 김장 시기는 크리스마스 전쯤에 끝낸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아예 배추와 무가 적당한 크기로 자라면 미리 김장을 해치우니 춥고 덥고 신경을 쓸 일이 없다.
아예 김장하지 않는 집도 많고, 해봐야 스무 포기 내외이니 크게 힘든 일도 아니고, 다듬고
절이고 하는 번잡함을 덜어주려고 절인 배추를 파는 곳이 늘어 집에서 배추를 다듬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이웃 아낙들이 모여 왁자하던 김장 담그기는 어린 시절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한
좋은 행사였다. 노란 배춧속을 양념에 싸서 먹던 추억도, 커다란 배추 뿌리를 깎아 먹던 추억도 지금은
추억 속의 아련한 그리움으로 기억될 뿐이다.

지금처럼 비닐하우스가 없던 시절이니 겨울이면 채소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채소를 빼고 나면 겨울철 반찬은 김치가 유일하다시피 했기에 대식구가 겨울을 나려면 김장 김치
는 넉넉히 장만해야 했고, 봄나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김치는 소중한 부식이기도 했다.
보통 가정은 최소 백 포기 이상, 이백 포기 정도가 김장의 적정량이었으니 그만큼 일도 많았다.
온 식구가 동원되어 우물가에서 배추를 나르고, 김장은 품앗이 전통이 있어 이웃 아낙들의 도움은
필수였다. 김장이 끝나면 배추 몇 포기와 양념을 일한 분들 손에 들려 보내는 것이 옛정이기도 했다.
김장철이면 이집 저집의 김장 맛을 보게 되는데, 집마다 제 고유의 김치 맛이 있기에 김장철이면
혀가 호강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김장에 들어가는 소는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경상도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젓갈을 많이 사용하는 탓에 비린내가 심해서 외지인은 익기 전의
남도 지방의 김치는 입에 맞지 않았다. 지금이야 전국이 평준화되었지만, 고리 원자력 발전소
건설 당시만 해도 부산으로 출장 간 직원들은 경상도 김치의 비린 맛에 식욕을 잃기도 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가난한 집의 김치가 오래 두고 먹어도 시원하고 담백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저것 넣지 않고 소금과 고춧가루만으로 한 김장 김치는 잘 익으면 그 맛이 아주 시원하다.
-가난한 집의 김치가 맛있다- 라고 하면서도 쉬이 하던 버릇을 버리기 쉽지 않은 것이 전통
맛을 지켜낸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젓갈 김치는 잘 익으면 감칠맛이 일품이다)

지금 김치를 두고 일본의 기무치와 우리의 김치가 국제 규격을 선점하려고 다툰다고 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김치의 맛은 김장 김치의 맛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요즘 젊은이들도 김치의 참맛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보통 먹는 평상시 김치로는
김치의 맛을 얘기하기 어렵다. (한국인도 제대로 된 김장 김치를 모르는 분이 많다)
김장독에서 천천히 숙성된 김치를 한겨울에 꺼내려면, 김치를 눌러 논 우거지는 살얼음이 서걱
거리게 마련이다. 우거지를 헤치고 꺼낸 김치는 잎을 제외한 부분이 하얀 백색을 띠고 있다.
김치의 참맛! 사각거리며 입안에 도는 감칠맛 하며 이 맛이 참다운 김치의 맛이다.
(일본인에게 겨울철 김장 김치맛 관광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 맛을 본
일본인은 김치를 일본 것으로 등재하려는 의도를 감히 못 하게 될 것이다)

시골에서 자라지 않은 필자가 이런 김치 맛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라 하겠다.
전쟁통에 이산가족이 된 아버지께서 포항 인근 자그마한 어촌 마을에서 병원을 하고 계셨고
방학이면 형과 나는 아버지 집으로 가서 지내곤 했다.
식사 때면 하얀 쌀밥에 따끈한 국과 곁들여 오르던 김장김치, 이때 김치의 참맛을 처음 알았다.
김장김치가 아니면 이 맛을 재현해 낼 수가 없다는 사실도 알았고. 김치 냉장고에서 익은
김치는 한겨울 땅속에서 숙성된 김치 맛을 흉내 낼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강원도 오지 쪽으로 가면 이런 김치 맛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김치는 퍼런 잎 부분과 하얀 줄기 부분으로 나뉘고, 나이가 든 분이 아니면 줄기 쪽을 선호한다.
필자도 나이가 든 탓인지 파란 잎을 펴서 밥에 싸 먹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김치를 맛보지 못한지 수십 년은 된듯하다. 가까이서 김장하는 정겨운 모습을 본 것도
언제인가 싶기도 하다. 대충 담아서 김치 냉장고에서 익힌(?) 김치를 먹고 자란 아이들은 김치가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일본의 기무치를 김치로 알고 사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전통 사찰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된 김장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절에서 공양해 본 사람은 김치 맛에 반해 밥을 두 그릇씩이나 비웠다고 하기도
한다. 큰 절에서는 수만 포기씩 엄청난 양의 김장을 하기도 하니 냉장고에서 익히지는 못할 것이고
아마 장독에 넣어 땅에 묻을 것이다. 김치 맛보려고 절을 찾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맙게도 부처님께서 한국 김치 맛을 지켜 주실지는 몰랐다. -南無阿彌陀佛觀世音菩薩-

* 종교적 의미가 없는 그냥 글일 뿐입니다. 종교적 해석을 사양합니다.

백낙은 2017-11-05 20:13	소운 작가님.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침을 몇 번이나 삼켰습니다. 요즘은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지 놀랄 지경입니다. 우리 집에도 김치냉장고를 비롯해서 냉장고가 셋이나 된답니다. 갈무리 본능 때문에 저장은 해 두지만 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것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저희도 무 배추를 기르고 있는데 배추에 약을 안 쳤더니 벌레가 많이 먹어 사람 먹을 것이 적어 졌답니다. 옛날엔 김장하는 날은 동리 잔치를 하는 날이 었지요. 올해도 김장하는 날 이웃 친지를 불러 모아 수육 잔치를 해야하겠습니다. 이 멋진 천고마비의 계절에 좋은 일 많이 생기기를 기도합니다. 소운 작가님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김나현 2017-11-05 21:02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우연한 기회 수필 서재에 김장이라는 제목을 보고 단숨에 장문의 글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김치에 대한 해석은 웬만한 주부 9단도 못당하리 만큼 강원도 윗지방에서 아래 경상도까지 얼마나 맛있게 김장을 담그셨는지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여 혼났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옛날 땅속에 묻은 항아리 김치맛은 요즘 시골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요즘은 핵 가족화 되고 하다 보니 그 옛날처럼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본가에서 모여서 한꺼번에 해서 각자 나누어 주거나 아니면 자식에게 바리바리 챙겨주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풍습인거 같습니다 김장철은 다가 왔는데 솔직히 엄두가 안나는 것도 한 이틀 수고하면 한 겨울은 맛있게 잘 먹지만 종일 김장 담그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것 같아서 살짝 꽤가 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김장철이라 겉절이에 보쌈 싸서 먹고 싶었는데 좋은 글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작가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경렬 2017-11-06 15:19	신혼시절에도 둘이 먹는 김장을 30포기씩 했었는데 이제는 귀찮아서 주문해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옛날 시골집에 구수하던 김장김치 맛은 언제나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덕분에 잠자던 김장김치의 추억이 살아나 잠시 즐거웠답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2017-11-07 13:36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김치, 우리의 전통적인 김치는 발효후에 그 맛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맛이라야 김치라는 말을 쓸 수 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김치는 우리의 것지리와 비슷할 것입니다. 젓작ㄹ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발효의 맛이 잇을 수 없지요. 일본 연구소에 있을 때 집에서 담근 김치를 주위에 나누어 준일이 잇읍니다. 저에게 한국김치와 일본김치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하길래, 일본 김치에는 발효의 맛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읍니다. 연구소의 실장은 그 의미를 안다고 했읍니다. 아마도 일본은 상술로써는 앞서 갈 지 모르나 그 고유의 맛은 우리것이어여 김치란 말을 쓸 수 잇다고 생각합니다. 김치, 그 이상의 반찬을 없을것입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석희 2017-11-08 08:10	소운 작가님! 김장! 하면 동네 앞냇물이 떠오릅니다. 제가 살던 고향은 동네 앞에 흐르는 내는 앞냇물 동네 뒤로 흐르는 내는 뒷냇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앞냇물은 자갈 틈으로 흐르는 물이었고 뒷냇물은 모래 위로 흐르는 물이었습니다. 동네 아낙들은 앞냇물에 모여서 배추를 씻었습니다. 일손이 모자란 탓에 일요일에 뽑고 씻었습니다. 12월 말 쯤이었지 싶습니다. 해마다 그때쯤이면 흰눈이 내린 위로 매섭고 찬 바람에 휘날리는 눈발이 몸을 움츠리게 하였습니다. 우리들 개구쟁이들은 짚다발을 연신 날라다가 자갈 위에 불을 피우고 추위에 곱은 엄마 손을 녹여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당시 엄마는 얼마나 추우셨을까 코끝이 찡해 옵니다. 우리집도 엊그제 반김장을 하더군요. 나머지 반김장은 며칠 후에 한다합니다. 텃밭에 심은 배추와 쪽파가 조금 있어서 이리 하고 있습니다. 추억의 길잡이를 해 주신 소운님! 고운 필치로 엮으신 아름다운 글에 감사드립니다.

박목철 2017-11-19 19:44	백낙은 워원장님,김나현 작가님, 김경렬 작가님, 김종덕 작가님, 이석희 작가님, 찾아 주시고 정성껏 좋은 말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행을 다녀오고, 여독이 가시지 않아 서재를 비워 두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답글을 달기가 죄송해서 간단히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님들의 서재를 찾아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본의 운젠 온천 체험기,

가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