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10-29 13:27

ㆍIP: 118.xxx.100

가을 이야기,

하나, 가을이 서러운 까닭,
일 년 중 가장 살기 좋은 계절을 들라 하면 대부분 사람은 가을을 꼽지 않을까 한다.
좋아하는 계절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을이 가장 편한 계절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편하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가을과 대칭점에 있는 봄은 바람이 많이 불고
기후의 변화가 심해서 가을만큼 사람을 편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동양철학에서는 세상만사를 生(나고) 長(자라고) 收(거두고) 藏(저장하고)의 이치로 이해한다.
계절도 이 이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봄에 싹이 트고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이면 잎이 지고 동면을 한다는 순환 원칙에 충실히 순응하고 있고, 땅에 터 잡아 사는
사람의 삶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 아니겠는가,

가을은 여름의 열기도 걷히고, 풍성한 오곡과 과일이 넘쳐나는 풍요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한 가을이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축제의 마당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왁자한 한바탕 잔치가 끝날 즈음이면, 화려하게 채색된 단풍이 가을바람에 날리기 시작한다.
가을비라도 내리고 나면, 땅에 가득 깔린 단풍에서 가을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게 마련이다.
풍요로움과 화려함 뒤끝에 오는 공허함과 허무함에 문득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가을이 왠지 서럽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길가에 피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도 애처롭고, 파란 하늘에 높이 떠 나르는 잠자리도
왠지 갈 곳을 잃은 것 같아 안쓰럽고, 화려하게 단장한 단풍잎마저 떠나기 전에, 하는 절박함이
짙게 밴듯하여 왠지 서럽게 느껴진다는. . .

인생의 봄이나 여름에 해당하는 나이에 있는 젊은 사람은 서러운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좋은 것을 보고도 눈물을 훔치는 사람은 대게 중년의 나이를 바라보거나 훌쩍 넘긴 분이다.
흔히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이는 단편적 해석에 따른 것이리라,
남자는 서서히 늙어 가지만, 여자는 나이 듦이 확연히 느껴지는 단절을 겪어야 하기에,
-아! 내 인생도 이제 지는구나- 하는 좌절을 절실히 느끼는 것은 남자보다는 여자이리라,

가을 산에 올라 보면 중년을 넘긴 여자분들이 화려한 등산복 차림으로 열심히 오르고 있다.
가을 산은 단풍이 화려하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화려한 단풍으로 장엄한 나무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듯, 단풍 나이 여자분들의 화려한 자태가 인생의 가을을 장엄하고 있다.
가을은 단연 여자의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의 가을을 화려하게 꾸미는 여자의 계절이라고,

가을을 남기고 간사랑, 소운/박목철

봉화산 산신당 앞에 간이매점이 있다.
숨이 턱에 차오르면
작달막한 사내가 건네는
오백 원짜리 종이컵 커피 한 잔,
가을이 따사했다.

옹색한 포장 안에는
가을을 훌쩍 넘긴 아줌마들이
초조하다
도시락에 정성껏 담은 반찬도 여럿 보이고,
부러워 흘깃 사내를 봤다
그도 가을이 짙었다.

사내가 트럼펫을 툭툭 털더니
멋지게 불었다
-가을을 남기고 간사랑
겨울은 아직 멀었는데-
가을이 짙게, 애잔하게 가슴에 스민다.

눈시울이 붉어져
가을이 서러운 아줌마들도, 나도,
와!

그래
가을이 진다지만
겨울은 아직 멀었잖아
낙엽이 바람에 날린다 해도
그건, 그저 바람이야,

* 봉화산은 시인의 가슴에 있는 산입니다.
특정한 산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둘, 화려한 가을,

구둔역에서 프리마켓 행사가 있다고 구경 가자는 전화를 체육관에서 받았다.
운동복 차림으로 외출하는 모양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오던 차라 한참을
망설이다 화창한 날씨에 모처럼 나들이, 하고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구둔역에 관해서는 한차례 소개 한 바도 있고,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오던 터라 주차장에
가득한 승용차를 보며 흡족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한가롭던 구둔역 역사 주변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선로가 있는 곳에 아담한 장터가 펼쳐져 있었다.
천막 아래 펼쳐놓은 매대에는 수제(手製)로 만든 물건들이 앙증맞게 진열돼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고 한 편에서는 숯불에 굽는 바비큐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뭔가 축제장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어우러져 -좋은 하루가 되겠구나- 느낌이 좋았다.

가을이 짙은 구둔역은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구둔역이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은 주변에 있는 나무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향나무야, 사철 늘 푸른 나무이니 그렇지만, 거목이랄 수 있는 은행나무와 미루나무가 단풍
으로 곱게 물들어 주변까지 환한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깔린 단풍잎까지 더해 가을이 완연한
구둔역은 한 폭의 동화 속 그림을 보는 듯했다.

이번 행사는 지평 중학교에서 지원하는 공연이 많은 탓인지 화려한 단풍이 무색할 만큼,
풋풋한 생기가 가을의 적막함을 말끔히 거둬낸 느낌이랄까? 더욱 밝아진 가을이다.
옛날 중국 북경 호텔 로비에서 한국 대학생들이 활기찬 모습에 흐뭇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체격도 우람하고 잘 생기고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우리의 젊은이가 중국인들을 압도한다는
기분 좋은 추억을 다시 떠올렸으니,

지평이라면 시골인데, 지평 중학교 애들은 키도 크고 이쁘고 세련된 모습들이다.
사물놀이도 하고, 댄스팀이 춤도 추고, 관악기도 부는 등, 펼치는 공연이 진지했고,
무엇보다 나이 든 사람 시각에서 보면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누가 미래를 걱정하는가? 겁먹어 보지 않고 당당히 큰 우리 아이들의 장래는 밝을 것이다.

낙엽이 날리는 구둔역 간이 의자에 앉아 공연도 보고 옛날 도시락도 먹었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다는 평소의 지론을 다시 확인하며,
어린 시절 피난지 부산에서 친구 어머니가 차려 준 하얀 쌀밥을 먹었을 때의 좋았던 느낌
씹지 않아도 저절로 부드럽게 넘어가든 찰지고 감미롭던 밥맛,
탁자 위로 낙엽이 툭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구둔역의 가을은 노란 행복이 가득했다.

이석희 2017-10-29 19:15	박목철 작가님! [가을 이야기] 참 재미있게 배독하였습니다. 가을은 서러운 계절이라 하시니 꼭 그런 것만 같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저의 경우도 가을 하면 이별이 생각나고 못견디어 떨어지고 마는 늙은 이파리를 생각하면 서럽다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을이면 옆구리에 책을 끼고 고개를 숙인 채 찬 바람 맞으며 공원 길을 산책하였지 싶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화려하다 하시니 어쩌면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하고 또 화려하다가 더이상 화려하지 못하고 숨이 넘어가는 게 바로 가을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얼마나 많던가요. 관광 명승지 기슭에 가면 무슨 식당은 그리도 많은지요. 산 중턱에까지 아주 빼곡합니다. 혼자서일 때에는 어느 팀에 가서라도 젓가락만 들면 알싸한 도토리 묵무침에 걸쭉한 동동주 한 사발 쯤이야 말만 잘하면 공짜인 계절이 이 가을 아니던가요. 침 넘어가는 소리가 납니다. '꼴깍'

김경렬 2017-10-29 21:59	가을 이야기/ 구석구석에서 가을을 흠씬 느끼게 합니다. 가을은 서러운계절 가을은 생각의 계절 가을은 이해의 계절 가을은 풍요의 계절 무엇보다 완성의 계절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좋은 계절에 작가님도 좋은 일만 넘쳐 나시기 바랍니다.

김상화 2017-10-30 01:26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재를 자주 들리지 못해 댓글도 달아드리지 못 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올려주신 가을 이야기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어쩜 그리도 감칠맛 나게 글을 구사하셨는지 반하고 말았습니다 가을을 참으로 잘 표현하셨습니다. 젊었을 땐 그냥 아름다운 가을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으니 나 역시 가을이 되었지 하는 생각에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작가님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네요.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밤이 깊었네요. 행복한 꿈으로 장식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작가님!

정찬열 2017-10-30 06:41	소운 작가님 일전에 몸이좀 불편하다고 들은것 같은데 좀 괜찮아 지셨는지요? 그때 문안이라도 드려야 할건데 이제여 문안 드립니다. 작가님께거 올려주신 가을이야기 마음은 깊게 공감하면서도 표헌력이 부족한 저로써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누구에게는 가을은 좋게만 다가오면서도 또한 뭔가 아쉬운 계절입니다. 요즘에는 각지자체마다 이곳 저곳 행사를 많이 하지만 행사장에가면 자동차의 주차난이며 체증으로 가기가 꺼려 집니다. 어제 낮 부터 찬바람에 세차게 불어와 급변한 계절에 날씨가 차갑습니다. 항상 건안 하시고 행복한 한주 되세요.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7-10-30 10:56	소운님. 안녕하세요. 많은 사람이 넉넉한 가을을 좋아하지만 나이도 그리 많지 않지만 요즘은 가을이 그리 좋아 보이질 않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네요. 즐거운 가을이 되어야 하겠는데 거둘 것이 많지 않아 그런가 봅니다. 무르 익어 가는 이 가을이 행복한 가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늘 건안하십시오.

김종덕 2017-10-30 21:25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세월의 흐름에 따를 생각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특히 가을은 여지의 계절로 지칭하십니 그렇게 마음아파옵니다. 여자분들은 늙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하는데도 그저 가을을 맞아야 하니 그모습또한 애잔합니다. 나이들어가는 남자들은 단풍이 오고 잇다는 것을 인지하고 잇기 때문에, 세월이 온다는 느낌을 확실히 가지고 잇기 때ㅔ문에 가을이 온다고해도 조금은 느긋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다가오는 저 세월을 어떻게 현명하게 다가갈 수 있겠읍니까? 공감가는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11-05 08:50	《Re》이석희 님 , 늘 좋은 말씀으로 댓글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이석희 작가님, 같은 세대를 산 공감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주변을 훌훙 털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가을이 더욱 애잔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거창하진 않지만, 후회없는 삶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만 가득 하시기를 바랍니다.

박목철 2017-11-05 08:52	《Re》김경렬 님 , 잊지않고 찾아 수셨군요 김경렬 작가님, 가을을 정의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입니다. 이가을 작가님께서도 결실이 가득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박목철 2017-11-05 08:55	《Re》김상화 님 , 사실 서재를 찾아 다니면 댓글을 달기가 쉽지 않습니다. 늘 정성어린 좋은 글을 주시는 작가님께 감사 할 따름이지요, 공시인 모임에는 여러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가까이 뵙고 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늘 있답니다. 행복한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박목철 2017-11-05 08:58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이자리를 빌어 축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협회에서 더 이상 오를 자리가 없지 않습니까, ㅎㅎ 정찬열 이사, 작가님의 이름을 보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좋은 모습으로 열성을 다하신 모습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박수 보냅니다. 정찬열 이사님,

박목철 2017-11-05 09:00	《Re》백낙은 님 , 뵈온지도 참 오래된것 같습니다. 행사가 일요일이라 늘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위원장님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박목철 2017-11-05 09:02	《Re》김종덕 님 ,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래도 한번 인사를 드리고 나니 모습이 떠올라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된답니다. 요즘은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가을 많이 타지 마시고 행복 만 가득하세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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