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10-07 10:57

ㆍIP: 118.xxx.100

소운의 일요放談(도시락의 추억)

소운의 일요放談(도시락의 추억)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지금도 우리가 쓰는 일상어 중에 일본어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어 잔재 청산하기로 일상에서의 일본어는 많이 정리됐지만, 기술 쪽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봉제 관련 가게에는 아직도 -나나 인치- 라고 내 건 단어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되고, 건축 자재 대여
하는 곳에는 삿보도(Support의 일본식 단어)니 오비끼니 하는 용어와 마주치게 된다.

지금은 도시락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벤또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같이 간 지인이 -오재미-란 단어를 듣고 "한국말도 오재미인데?" 하길래 그거
일본 말이야 하고 알려 준 적이 있을 만큼 알게 모르게 우리가 쓰는 말에는 일본어의 뿌리가 상당히 깊다.

벤또라 불리우던 도시락은 양은이라고 불리던 합금(구리와 아연 니켈)으로 찍어낸 제품이다.
양은이라는 단어도 뜻을 알면 재미있다. 녹이 나지 않고 반짝이는 게 은과 비슷하고,
서양에서 들어 온 은이라 해서 양은이라고 불렸다. 이와 비슷한 경우의 단어가 양잿물이다.
양잿물 하면 젊은이들은 생소한 단어이지만, 옛 여인들이 자살하려고 할 때 가장 손쉽게 구하는 독약이
양잿물이다. 양잿물은 비누가 일상화되기 전에 때를 빼는 요긴한 세제로 여인들이 다루던 일상품이라
구하기 쉬워 독성을 자살에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옛 분들은 볏짚이나 콩깍지를 태워 그 재를 물에 가라앉혀 비누 대신에 썼는데 이게 잿물이다.
재를 태우는 번거로움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산화나트륨 결정체를 서양의 잿물이라 하여 양잿물
이라고 했는데 강 알칼리 성으로 마시면 식도와 내장이 상해 목숨을 잃지만, 고통이 대단하다고 한다)

도시락 얘기를 하려다 보니 주변 얘기가 많아졌다.
지금이야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우선 여자들이 도시락 반찬을 신경 쓰기 싫어
하는 탓도 있지만, 사방에 널린 게 먹거리인데 구태여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피하는 탓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지금처럼 식당이나 편의점이 주변에 없어 점심은 도시락이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웠다.
밥 외에는 먹을 게 귀하던 시절이라 그렇겠지만 옛 도시락은 깜짝 놀랄 만큼 밥이 많이 담긴다.
나중에는 반찬 통이 따로 분리됐지만, 원래는 도시락 한쪽 구석에 작은 반찬 통을 밥 위에 눌러 넣었다.
문제는 반찬의 국물이 밥에 흘러 밥의 반쯤은 반찬 국물에 불었고, 책보나 가방에까지 반찬 얼룩이 지는
것도 예사로 당시에는 이런 것이 흉도 아니었다.
(후일 병에든 외제 식품을 먹고 병을 반찬 통으로 아껴 쓰며 국물이 새지 않아 신기해했다)

커다란 도시락통에 가득 담긴 밥 한쪽에 작은 반찬 칸에 담긴 반찬은 빈부차를 들어내는 척도였다
우선 도시락 반찬은 국물이 없어야 한다. 부잣집 아이들은 고기 장조림이나 달걀부침, 등 고급 식자재
를 담았고, 중산층 아이들은 멸치 볶음, 콩자반, 감자볶음 등을 싸 왔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보리밥에
김치가 도시락의 주메뉴였다. 김치가 먹을 때는 맛 있지만, 도시락의 경우 냄새가 심해 모두가 꺼렸다.
점심을 먹을 때 비슷한 메뉴의 도시락끼리 모여서 먹어도 가난한 아이들은 외톨이인 경우가 많았다.
펼쳐놓은 도시락 반찬 중, 김치를 반기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는 이들이 많아졌다.
소운도 점심이 마땅치 않거나 그렇다고 거르자니 그럴 때 편의점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학교 옆 편의점에는 꼬맹이들이 밖에 펼쳐놓은 간이탁자에서 왁자지껄 점심 먹는 것을 보게 된다.
대게의 경우 컵라면이나, 떡볶이에 삼각 김밥을 먹는 것 같다. 햄버거를 먹는 아이들도 종종 보인다.
도시락도 여러 종류가 보여 몇 번 사 먹어 보았는데, 소시지나 햄 종류가 주메뉴이고 맛도 별로였다.
우선 도시락 반찬은 국물이 흐르는 것은 피해야 하고, 무엇보다 밥이 맛있어야 한다.
일본을 도시락의 천국이라고 하듯 종류도 많고 특히 밥이 찰지고 맛있어서 반찬이 필요치 않았다.
편의점 도시락의 밥은 뜸이 덜 든 맛이거나 쌀이 좋지 않다는 식감이 금세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왜 나쁜 것은 빨리 배우면서 좋은 것은 외면하는지 딱한 노릇이다.

일전에 구둔역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다.
시대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폐역을 이용해 문화 공간으로 가꾸려는 젊은이들 이야기였다.
구둔역 간이 카페에서 옛 도시락을 소개하는 반가운 문구를 보았기에 언젠가 먹어보고 소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삶은 달걀과 사이다까지 더해, 옛 정서를 자극하는 반가운 메뉴가 도시락이다.
먹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지금, 새삼스레 무슨 도시락 타령이냐 하실지 모르지만 어렵던 시절에 먹던
음식은 쉬이 잊기가 어렵다는 게 사람의 정서이다. 시골 장터에 가면 아직도 올챙이 국수나 메밀전병이
팔리고 있고 간이 탁자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터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옛 추억으로 먹는 음식도 있고 그 대표적 음식의 하나가 도시락이다.

구둔역의 도시락은 정성의 손맛이 느껴진다는 평이다.
한국 음식이 세계화, 표준화되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손맛이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같은 재료를 써서 만들어도, 만든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맛이 다른 것이 한국의 음식이다.
구둔역 도시락은 구둔역을 문화공간으로 가꾸는 주역이신 분이 손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신다.
좋은 음식에 길든 요즘 입맛을 만족하게 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지만, 힘들고 어렵던 시절을
이겨낸 우리의 정서가 담긴 옛 음식을 맛본다는 추억의 가치는 맛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계로 대량 생산한 음식이 아닌, 하나하나 손수 만들어 담아낸 음식에서 소박한 옛 추억을 돌아
보는 것도 보람된 일이라 하겠다.

-년 중 가장 먹거리가 풍요로운 한가위,
긴 연휴까지 더해 기름진 음식에 식욕도 많이 떨어지셨을 것이다. 오히려 소박한 음식이 입을
개운하게 하지 않을까? 이 글은 구둔역 문화 공간이 활성화되기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쓴 글입니다.

백낙은 2017-10-07 14:04	소운 작가님. 옛날 우리가 어릴 때를 다시 회상하게 하는 글입니다. 사내지만 놀이가 변변 찮은 때라 오재미도 많이 했고, 공기놀이도 했습니다. 벤또도 싸가지고 다닌 기억이 납니다. "볏짚이나 콩깍지를 태워 그 재를 물에 가라앉혀 비누 대신에 썼던 잿물" 이런 이야기는 요즘 사람들이 모를 이야기지요. 오염 걱정없는 안전한 세재였지요. 말씀 하신대로 명절에 기름진 것 많이 먹고 보니 느끼한 감이 있어 소박한 음식이 없을까 하다가 지역이 포항인지라 물회를 한그릇 먹었더니 개운하더이다. 이쪽 포항지방으로 오시면 물회 한그릇 대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박목철 2017-10-08 09:04	《Re》백낙은 님 위원장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포항은 저도 약간의 인연이 있습니다. 전란통에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고 한참 후에 아는 분이 아버지가 포항인근 도구라는 곳에 계시다는 전갈을 듣고 찾아갔었습니다. 바닷가 작은 마을이었지요, 그곳에 병원을 열고 계시더군요, 개가하여 이복 동생도 한 명 있었고요, 방학이면 그곳에서 물놀이, 썰매 타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동해 국민학교 뒷 뜰에서 열리던 오일장은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모래 사장에서 훈련하던 해병대 아저씨들을 미군 교관이 지도하던 광경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울타리 마다 걸어 말리던 오징어들도 생생히 기억됩니다. 물회, 저는 회를 무척 좋아합니다. 포항이면 고래고기도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기회 되면 위원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위원장님,

이석희 2017-10-08 10:27	소운 작가님! 맛깔스런 글 솜씨가 입맛을 자극합니다. 도시락 하니 옛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 납니다. 저희 고향에서는 벤또 하면 양은 그릇이고 도시락 하면 가는 싸리나무로 엮어 만든 것으로 기억납니다. 양은 도시락 구석에 김치 반찬을 담아 가방 속에 세워넣으니 이건 완전히 김치비빔밥이지요. 교실은 온통 김치 냄새로 진동을 합니다. 그런데 배가 고프니 쉬는 시간에 다 먹어치웁니다. 그러고는 점심 시간이면 교문 앞 풀빵집이 문전 성시이지요. 하지만 용돈이 없는 아이들은 수도물로 배를 채우기 일쑤였지요. 하숙을 하는 아이는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을 높이 들어 좌우로 흔들고 나서 뚜껑을 열어보입니다. 밥이 적다고 시위를 하는 겁니다. 저는 도시락 반찬으로 멸치 볶음이나 오징어포를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상상이 되지 않는 오늘날입니다. 잠시 추억에 젖게 해 주신 소운님! 감사합니다.

김경렬 2017-10-09 10:44	덕분에오십년 후반기로 되돌아 갑니다. 김치국물에 삭은밥이 싫어서 차라리 고추장을 넣어 달랬던 기억이 납니다. 고추장 쏟아넣고 흔들어 비비면 꽁당 보리밥도 맛있었지요. 보리짚 잿물에 머리도감고 빨래도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무공해 시대였지요. 명절 즐겁게 잘 보내셨는지요. 긴 연휴도 오늘로 끝이 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2017-10-09 13:09	소운 작가님 추석절을 낀 명절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 소운의 일요放談(도시락의 추억)"을 배독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하며 의미있는글 잘 보았습니다. 요즘 세대들이야 일본말이 전수되어온것이나 그 옛적에 초등 5~6학년이 되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를 가야했던 일들이 생소 하겠지요 전 오늘 여러휴일날이 무래 하여 회사에 나가 이 댓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 조간 신문에 벌써 국립공원 설악산의 단풍소식이 눈에띱니다. 항상 건안 하시고 좋은 글 기다립니다. 감사 합니다.^^

박목철 2017-10-10 08:16	《Re》이석희 님 , 이석희 작가님, 추석연휴를 잘 보내셨는지요? 예전 직장에 다닐 때는 연휴가 너무 좋았는데 백수가 되고나니 긴 연휴 보내기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깜박 빼 먹은게 오징어 채 무입니다. 가늘게 채 친 마른 오징어를 볶거나 무침이 중간 계층의 도시락 반찬의 대표였지요, 저는 콩자반과 멸치볶음, 오징어 채, 를 주로 먹었습니다. 장조림이나 계란말이가 늘 부러웠지만, 김치 한가지 만 늘 싸오는 애들도 많았으니 나름 어머니께서 신경을 써 주신 덕입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반찬이 어떻든 늘 배가 고팠으니 꿀맛이였지요, 긴 연휴 끝이라 건강 잘 추스르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박목철 2017-10-10 08:20	《Re》김경렬 님 , 음식도 궁합이 있다고 하는 말이 있듯 꽁보리 밥에는 고추장이 아주 제격이지요, 고추장을 넣고 남은 반찬 털어넣어서 참기름 한 방울이면 정말 환상의 맛이였지요, 옛날에는 그렇게 비빈 꽁보리 밥을 커다란 양푼에 담아 숫가락 만 가지고 다 같이 먹었습니다. 말 그대로 한 양푼 밥을 먹은셈 입니다. 지금도 입맛이 없을 때 그렇게 먹으며 옛일을 회상합니다. 고생이였다는 것 보다는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가득하십시요, 김경렬 작가님,

박목철 2017-10-10 08:26	《Re》정찬열 님 ,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저도 긴 연휴가 너무 지겨워 나름 소일거리를 찾았답니다. 미리 사 둔 목재을 이용해서 탁자와 작업대를 만들고, 남한산성 영화 관람도 하고, 영화 내용의 오류도 있어 직접 남한산성에 가서 돌아보며 사진도 찍었습니다. 길이 막혀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답글을 올리고 나서 -남한산성 - 얘기를 쓰려 합니다. 그래도 나갈 사무실이 있으시니 부럽습니다. ㅎㅎ 충전도 하셨으니 좋은 일 많이 쌓으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김종덕 2017-10-11 12:49	박목철 작가님, 그간 안녕하십니까? 도시락얘기기 너무 엤날을 자극하여 몇가지를 덧붙혀 보려고 앉아잇읍니다만 모두 같은 일을 경험한 터이라 더 붙일 거리가 없네요. 비좁은 시골버스에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서 잇는 학생들의 가방을 무릎위에 받아 주곤 했는데 도시락 국물이 여학생의 치마에 흘러 난감했던 기억이 있읍니다. 그 예쁜 학생을 더는 쳐다보기 무안해서 가까가 더 가보지 못하고 학창시절을 끝낸 아픔이 다가옵니다. 그래도 그 땐 웃을 수가 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남한산성(丙子胡亂 다시 보기)

달하 노피곰 도다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