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10-04 13:09

ㆍIP: 118.xxx.100

달하 노피곰 도다샤,

일 년 중 가장 멋진 달을 보게 되는 날이 한가위가 아닌가 한다.
달 문화권에 사는 우리의 삶은 달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고, 달의 주기를 모르면 농사도 어업도
가능하지 않았으니 달에 대한 의존은 물론이거니와 정화수를 떠놓고 달에 비는 신앙의 대상으로
까지 달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도 했고 친밀한 대상이기도 했다.
서양과 달리 해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지만,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얘기를 비롯해 달의 얘기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노상 듣고 자란 얘기 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됐다는 백제 향가 정읍사나 신라 향가 처용가도 달 얘기를 빼면 성립하지 않는다.
처용가에, -동경 밤 깊게 노닐다가- 란 얘기는 보름달이 환하지 않으면 나들이가 어려우니 분명
보름달이 환한 즈음이었을 테고, 정읍사에서 남편이 밤길에 혹 다칠세라 걱정하는 아낙의 노래도
달님이시여 높이 떠서 멀리멀리 비취 오시라 했으니 환한 보름달이 아니었겠는가?
오늘날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옛 얘기가 달 얘기인 것을 보면 달은 우리의 곁을 지켜 온 고마운
존재였다는 인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명칭이나 시기는 다를지 몰라도 추수가 끝나고 나면 감사함을 전하는 풍습은 어느 민족이나 비슷
한 것 같다. 서양에서의 추수 감사절도 내용을 따지면 한가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추수한 곡식의 양이 부족해 봄이 되면 보릿고개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우선은 풍성한 수확의 기쁨
에 가장 행복한 시기가 한가위 즈음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기후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장 복된 시기이고, 어둠을 밝히는 달까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옛 분들의 소박한 소망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요즘이야 모든 게 풍족해서 명절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는 맛있는 음식과 용돈이나 새 옷을 얻어 입을 수 있는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명절이라야 설날과 추석이 고작이지만, 새 옷이나 신발, 더해서 어른들이 쥐여주는 용돈은 일 년을
기다려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보상이기도 했다. 더구나 멀리 돈벌이 나갔던 형이나 누나가 선물
보따리를 안고 오는 날이 명절이기도 했다. 지방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어 대부분 젊은이는 도시로 나가
돈벌이를 해야 했고, 쉬는 날도 없어 추석은 가족 상봉의 기쁜 날이기도 했으니,

지금도 한가위만 되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분이 고향을 찾는다.
아마도 이런 풍습도 언젠가는 스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아이를 산소
에 데리고 가지 않는 것 같다. 평상시 찾지 않던 서먹한 분의 산소를 아이들은 찾지 않을 것이고,
더구나 제사 음식은, 이 담에 자신의 혼이 먹을 음식이라고 한다면 손사래를 칠 게 분명하다.
예전에는 그런 음식들이 당시 제일 귀한 음식이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익숙지않는 음식들이니,
제사 음식과 절차도 시대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가을만큼 감정의 단락이 큰 계절은 없는 듯하다.
오곡이 풍성하고 나무마다 과실이 익어가는 풍요의 계절이 가을이고, 단풍이 빨갛게 물들면
환상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정경에 넋을 잃게 되기도 한다. 언젠가 설악산 금강굴에서 바라본 절경에
아름답다 보다는 처연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의 감정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풍요와 화려함이 가득하던 산야가, 추수가 끝나고 나면 제 임무를 끝낸 남루한 허수아비가
소슬한 가을바람에 떨고 있는 빈 들만이 남을 뿐이고, 화려하던 단풍이 가을비에 지고 나면 앙상한
가지만이 매서운 동장군 맞이에 몸을 떨고 있는 공허함을 보게 된다.
가을이 서러워 보인다는, 코스모스가 애잔해 보인다는, 가을의 의미이다.

올 추석에도 환한 보름달을 모두가 봤으면 좋겠다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었다는 사실은 잊자,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고 그 나무 아래 옥토끼가 절구에
떡을 찧고 있을 것이다. 한가위지만, 아직 떡을 맛보지 못한 가난한 이들을 주기 위해 옥토끼가 열심히
방아를 찧고 있을 것이다. 달은 우리를 지켜온 고마운 빛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희망을 빌어 보자,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_

* 달에 빈다는 말에 종교적 의미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가 믿는 절대자라고 생각하시면 합니다.
불교 신자는 부처님, 기독교 신자는 하느님, 무당은 귀신님,

달하 노피곰 도다샤, 소운/박목철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스름에 눈 비비고 나가면
해가 지고 달이 돋고
冥府殿의 명경은 까맣게 잊었지만
뒤돌아보면
가슴 아린 자국들,

비워야 넓어지고, 버려야 가볍다는데
안식일도 잊고 쌓은 바벨탑
空手來空手去
짐 벗어 어디에 둘꼬?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귀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귀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도리- * 정읍사 일부 구절 인용,

백낙은 2017-10-04 20:13	소운 작가님. 추석 명절은 잘 쉬셨는지요. 멀리 있던 자녀들이 어버이를 찾아오는 것이야 말로 큰 기쁨이 아닐까 합니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귀한 글 주셨습니다만 제가 워낙 문외한이라 이해 불가입니다. 공부를 좀더 해야 하겠습니다. 어름푸시 옛날 동리사람들이 모여 강강수월레 하는 장면이 상기 되네요. 이 멋진 계절 온 가정에 신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박목철 2017-10-06 12:02	《Re》백낙은 님 , 사실 옛 향가에 대한 해석이 아직도 구구합니다. 지금 내놓은 해석도 나름의 그럴거다 수준이라는 생각입니다. 고교 시절 국문학을 담당하신 선생님이 하도 재미있게 강의 해 주셨기에 지금도 옛 기억이 생생할 뿐입니다. 우리 고전 문학을 대하면 빈약함에 놀라게 됩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깊이나 양적 면에서 초라하지요, 고운인가 하는 시인이 노벨 문학상 후보니 하지만, 난 그분 시 본적도 없습니다. 출판 기념회 하신다는 공지글을 보았습니다. 팔순 잔치에 더해서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포항이라는 위원장님의 연고지도 처음 알았답니다. 오래도록 우리곁에서 좋은 글로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원장님,

이석희 2017-10-06 13:11	소운 작가님! 언제나 느끼는 생각이지만 정말 안목이 높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아는 부분이 많을까 감탄사를 연하여 보내 드립니다. 오늘은 정읍사에 처용가까지 두루 섭렵하시니 열린 입이 닫혀지지를 않습니다. 아무튼 어제의 명절과 오늘의 명절이 다른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순서에 맞추어 차례를 지내고 나면 땀에 얼굴을 적시며 묘소 찾아 성묘를 하였지만 명절 전에 벌써 해외 여행지에 도착해 있기 일쑤이고, 고속도로에서 차 세워놓고 라면 끊여 먹고 다음 날 새벽에야 집에 오던 시절은 전설이 된지 오래입니다. 인심이 바뀔 수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멋진 글에 공부도 많이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운님! 행복하세요.

정찬열 2017-10-06 13:25	소운작가님 팔월 대명절 잘 지내셨는지요 떨어져 살던 가족이 함께 하고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익어가는 중추가절의 의미깊은 글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백제 향가 정읍사나 신라 향가 처용가도는 아직 알지 못했던 중추절의 달에관한 의미깊은 글 배워갑니다.^^ 아직 남아 있는 연휴에 늘 건강 하시고 보람있는 시간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소운의 일요放談(도시락의 추억)

이삭줍기의 浪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