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은식
ㆍ작성일	2013-05-19 11:51

ㆍIP: 39.xxx.224

오월의 평화

오월의 평화
- 김은식

오월이다.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교외로 발길을 돌렸다. 일상의 피로를 날려버리기 좋은 오랜만의 여유로운 휴일. 그간 찾아뵙지 못한 집안 아재를 찾아뵐 목적으로 교외로 향한 걸음. 오월은 부서져 내리는 햇살로 성급하다.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따가운 햇볕아래 이마에 맺히는 땀을 연신 닦으며 채 준비하지 못한 짧은 소매 옷이 오늘따라 아쉽다...
오래전에 접한 아재의 예견치 못한 발병소식에 문안도 제대로 하지 못한 터라, 오늘은 마음먹고 늦은 안부라도 여쭈어볼 양 집을 나섰다. 제법 푸르기 시작하는 오월의 녹음을 바라보며 슈퍼로 향하던 나의 걸음 앞에 깃털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어린 새가 도로가에 기운을 잃고, 오무작거리고 있었다. 자동차들이 쌩쌩 지나치는 도로가에서 어린 새는 날 수 없어, 파닥거리기만 여러 번 되풀이 하다가 그냥 숨을 할딱인다.
에고... 불쌍한 거.
저절로 내입에서 새어나온 동정 어린 한마디.
허리 굽혀 어린 새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만, 평온했던 내 마음은 일순간 다급해졌다. 우연히 마주친 어린 새의 사투를 목격하고, 내 손안으로 들어온 작은 생명을 보호해주고 싶은 동정심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가슴은 작은 생명의 방황 앞에 콩닥거렸다.
아름다운 오월, 평화의 여왕이 왕림한 계절, 세상 모두가 화평해 보이는 휴일정오. 결국 내 생각만으로 평화를 노래한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본 세상은 곳곳에 위태로운 일들이 얼마나 널려 있을까 싶다. 오월의 새 푸른 날, 내 눈앞에 펼쳐진 시계는 다급했다.
어린 새는 어미 새의 보호를 벗어나 삶과 죽음의 문턱을 오가고 있고, 도로 위의 따가운 열기에 숨을 할딱이는 앙증스런 모습에서 어린 생명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내 손에 들어온 생명체의 안식처가 무척 고민되었다.
야생의 날짐승을 기르기란 어려운 일이고 준비도 전혀 되어있지 않은 터라 집으로 데려갈 수도, 그렇다고 어미 없는 풀숲에 두고 갈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왕성한 생명의 오월에 어린 새는 푸른 하늘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돋움하다 추락하였을까, 앞선 형제들이 차고 나간 창공에 닿지 못한 어린 날개라 생각해 보니 애처롭기까지 했다. 손의 열기에 죽을까 싶어, 하는 수 없이 와이샤쓰 가슴 주머니에 넣어 보았다. 그 앙증맞고 귀여운 생명은 일순간 평온을 되찾은 듯 꼼지락거리다 조용해진다.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 본 어린 새의 모습은 평화롭다.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듯했다. 너무 조용해도 내 가슴은 또 콩닥거린다. 혹시 죽지는 않았나 싶어...
우연히 다가온 무방비 상태의 나약한 호소 앞에 세상은 다급했지만 따뜻했다.

구원은 어디에서나 있을 아름다운 오월이여. 나는 다시금 오월의 명예를 회복시키려 한다. 내 마음의 소용돌이에서부터 펼쳐질 어린 생명의 구명작전. 당숙어른 집 입구에 도착하여, 정문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분은 할아버지가 거처하시던 작은 시골집을 단장하고, 고운 뜰을 조성하시여 부지런한 손길로 예쁜 집을 짓고 사신다. 주위 친척들의 길사를 수용하기도 하고, 모이기 힘든 시간을 배려해 만남의 장으로 쓰이는 이곳, 그만큼 다듬어 놓으신 정성에 뜰 안 경관이 참 아름다운 집이다.
집안 곳곳에 공들인 모습, 화려하지 않으며 평화가 깃든 집이란 걸 확인한 순간, 아~ 하늘이여,
나는 경이로운 세상을 보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가슴에 품고 온 어린 새에게 구원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우연히 마주친 어린 새와의 만남에서 생명에로의 고심,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당숙 어른 집 정원까지 이어진 경이로운 일치에 감동하고 말았다.
정원에는 작고 예쁜 산새, 들새들의 둥지가 참 많았다, 아침이면 새들이 정원에 날아와 지저귐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그 곳.
당숙 어른은 어린 새를 보자 황급히 수돗가에 가셔서 물을 먹인다. 신기하게도 물을 잘 먹는 어린 새를 보고 또 다시 안도했다. 아재는 두엄 속에서 잠자는 매미 애벌레를 잡아서 잘게 나누어 어린 새에게 먹인다.
그리고는 정원 한쪽에 있는 예쁜 빈 둥지를 골라. 먹이와 함께 넣어주고 “이놈은 산다, 날개만 돋으면...” 하시면서 특유의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안도감, 그리고 한 생명이 있기까지 세상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함을 느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이 아름답게 펼쳐졌는가...
생명이 살고 죽는 일은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또 생명을 위한 일에는 선행이 따로 없다는 말도 있다. 평화의 오월이 작은 생명에게 내린 큰 은혜에 머리 숙이며, 왕성한 생명들의 날갯짓을 보았다.
어린 새는 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둥지를 차고 올랐을 것이다. 아직 때가 이른 깃털의 한 치 모자람으로 추락한 어린 새를 오월은 시련과 함께 구원했다. 다시금 기회를 준 걸까? 냉혹한 야생의 세계에 태어난 어린 생명.
지금은 잘 있을까?
하얀 둥지를 박차고 창공을 날 수 있는 힘찬 날갯짓을 떠올리며 싱그러운 오월의 생명력과 함께 어린 새를 응원한다.

염규식 2013-05-22 16:10	`김은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5월에 님의 고운 마음을 엿보는 고운글 잘 다녀갑니다 님의 사랑으로 구원을 입은새는 아마 잘 자라고 있을겁니다 복받으실거예요-새봄을 터치하고 어린새의 과정을 잘 살리신 글 잘 보고갑니다 좋은글벗 되기원합니다

윤혜석 2013-05-25 21:33	`김은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5월의 명예를 회복하셨습니다^^ 어린 새가 살아나듯 남은 5월 봄기운 가득한 날들에 아픔에 놓여 있던 모든 생명들도 아픔에서 회복되는 5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리신 글에 머물러 갑니다. 기쁜 5월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주응규 2014-02-20 18:57	`김은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가슴에 아늑히 번지는 좋은 글 가슴에 담습니다 봄향이 스물스물 불어 오는 듯합니다 작가님의 글 향도 봄꽃같이 향기를 더하기를 소원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김은식 2013-05-22 21:22	《Re》염규식 작가님 , 염규식작가님, 안녕하세요 오월이란 계절은 참 바쁜 절기인걸 느꼈습니다 한때, 꽃들의 고통이 지나간 들녁 겨우내, 나목들은 새푸른 잎을 짙게 갈아 입느라 수선했고 산짐승들 역시 어느새 탄생의 기쁨에 이어 성장과 도전의 나날로 저마다의 삶에 분주한 오월이였습니다. 때로, 자기의 의욕만으로 성급히 결정하다, 삶에서 뜻하지 않은 낙오로 불행에 빠진 생명들을 위해 깊은 상념에 빠져 보았습니다 우리들의 얼굴과 똑 같은 세상. 나약한 생명들을 응원하는 불행한 이웃을 응원하는 오월이면 보이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않을까요 항상, 오셔서 용기 주시는 작가님. 찬연한 오월의 평화를 즐기시길 바랄께요.

김은식 2013-05-26 00:39	《Re》윤혜석 작가님 , 오월의 봄숲에는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세상 모든 아픔이 회복되는 5월이면 좋겠습니다 늘 관심어린 글 주심에 용기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윤혜석 작가님

허욱도 2014-05-14 07:20	안녕하세요 수필서재엔 처음 들어와 보았습니다 어찌 댓글을 달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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