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은식
ㆍ작성일	2013-05-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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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월드컵

고교 월드컵
- 김은식

중학교 시절 나의 꿈은 축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우리 학교의 교직에 몸담고 계셔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몸가짐을 소홀히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운동에 대한 나의 꿈은 꺾지 못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운동에 자질이 있는 혈통이었던지 아버지께서는 학창시절 육상선수(장대높이뛰기)였고 큰형님은 럭비구락부 출신이다. 막내가 또 운동을 한다니 어머니께서는 기어코 만류하셨다.
고교 진학 시, 나는 어머니 몰래 인문고에 진학하지 않고, 축구부가 있는 실업고에 진학했다. 그 사실은 식구들을 놀래었고 끝내 큰형님의 만류로 운동선수의 꿈은 무산되었지만 축구에 대한 나의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교에 진학하고 처음으로 교내 체육대회가 열린 것은 새로운 친구들과 제법 익숙해질 무렵인 1976년 가을이었다.
하루 만에 치러지는 운동회가 아니고 체육대회에 앞서 일주일 전부터 예선전이 치러진다. 예선전을 거쳐서 결승전에 참가하는, 꼭 국제대회를 연상케 하는 룰이며 대진방식이다.
우리 1학년 4반을 대표하는 11명의 선수가 가려지고 담임선생님은 감독역할을 하셨다. 그 선수들 틈에 나 역시 한자리를 차지했다.
나는 라이트 윙 포지션에서 수비까지 가담하는 수비형 공격수다. 담임선생님께서 나의 빠른 발과 지구력을 보시고 제안하신 것이었다.
그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나의 詩가 입선된 후 담임선생님은 나를 특별히 기억하시고 많이 이뻐하신 것 같다. 학급친구들이 선생님께 제안할 일이 있으면 나에게 미뤘을 정도였다.
예선전 첫날 첫 경기에서 우리 4반 친구들은 의외로 마음이 척척 들어맞아 단시간 연습으로 발을 맞출 수가 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친구들은 축구라는 매체로 가까워졌다.
선수로 참가하지 않는 친구들은 매미체로 플래카드를 만들었고 농악단과 인디언 복장의 응원단으로 한 학급이 일체가 되었다.
한마디로, 우리 반은 선생님 이하 학우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젊은 패기의 담임선생님께선 제자들과 소통이 잘되셨고 그에 힘입어 학급 친구들은 모두 자신감에 차있었다.
전반전 시작부터 두 학급의 경기상황은 고무줄같이 팽팽했다.
그 긴장된 분위기가 쭉 흐르다가 전반전이 끝나기 십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우리는 오른쪽 수비가 뚫려 상대 공격수의 헤딩골로 선취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목은 바짝바짝 타들고 숨은 목까지 차오르며 몰아쉬는 호흡에 복부가 아파왔다. 손등은 까져 피가 맺히고 무릎은 복숭아처럼 벌겋게 벗겨져 무척 아팠다.
이윽고 전반전 경기종료 호각소리가 들렸다.
풀 죽은 선수들의 귀환에 학급 응원팀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드러누운 친구들의 다리를 주무르고 주전자 부대는 선수들 머리에 물을 부었다.
“극복하는 한 번의 소중한 찬스가 왔다. 혼자서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위기를 기회로!”
친구들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 어떤 작전 지시보다도 우리의 심금을 울린 그 한 마디에 친구들은 또 다시 하나로 뭉쳤다.
이제 남은 후반전의 극적반전이 우리들의 목표, 그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후반전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양쪽 팀의 공방전이 진행되고 우리 반 친구들은 한 꼴을 만회하는데 혼 심을 쏟았다.
30분쯤 지나 경기가 5분 정도 남았을 때 나와 전후 발을 맞추던 종혁이가 경미한 부상으로 교체되고 후보로 출전한 지치지 않은 동진이에게 담임선생님께서 라이트 윙의 포지션을 맡겼다. 그와 발을 맞추는 나에게 뒤에 쳐진 포지션을 주셨다.
5분 정도 남은 운명의 시간, 지친 몸에 오줌이 나올 것 같이 긴박했다, 괴로웠다.
양쪽의 공방전은 치열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담임선생님께서는 흥분하셔서 교단위에 올라 응원하셨다.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 열성적인 응원이 기적을 부른 것일까?
후반 3분을 앞두고 새로 교체한 동진이가 오른쪽 윙을 파고들어 넣어준 롱패스가 상대선수의 몸에 맞고 튕겨 나오는 볼이 굴절되어 처져있던 나의 포지션으로 날아들었다. 그 치열했던 선수들의 틈바구니, 먼지 속에서 튕겨 나온 볼이 나의 오른발에 걸려들었다.
행운이었다. 경기를 하다보면 느낌이 온다는 걸.
공의 위치와 골대의 위치, 나의 찬스상태의 몸의 균형, 그 느낌으로 나의 오른발 바깥쪽에 걸려든 볼은 작렬되었다.
천금 같은 찬스의 슛을 뛰어들면서 오른발 발등과 발목 바깥쪽에 예리한 각도로 정확하게 걸려들었다.
통한의 슛이 골문을 갈랐다.
그물이 철렁하는 것이 멀리에서 느껴졌다.
골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는 순간, 친구들의 함성이 귓전에 울리는가 싶더니 주위가 하얗게 변했다.
몸이 공기 중에 부양되는 느낌의 감동, 전율 속에서 잠시, 멍~
눈물이 핑 돌고 사방이 고요했다. 친구들의 환호소리가 다시 들렸다.
사십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때의 골 맛을 잊지 못한다.
2, 3초 사이 주위가 하얗게 변했던 고요의 시간, 이어서 들려오던 선생님의 젖은 목소리...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오십이 넘는 나이에 웬 유년시절 이야기로 흥분하느냐는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처녀출전이 그렇게 어려웠던 그 시절, 우리 학창의 가슴에는 벌써 고교 월드컵이라는 꿈같은 대회가 있었다고, 나라가 못하고, 어른들이 못하던 일을 그 시절 우리는 이미 월드컵 꿈의 구장을 누비고 있었다
모두가 못 먹고 어렵게 살던 시절 이야기는 영영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의 다정한 얼굴들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 그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가 축구스타, 수십 년이 지나온 밤하늘에, 그 시절 빛나던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별이 되어 그날의 추억으로 깜빡이고 있다.

염규식 2013-06-13 20:24	작가님의 지남 시절 회상의 글 이제 봅니다- 저도 스포츠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축구이고-청소년시절엔 주경야독하느라 운동할 사이도 없지만 늘 조기축구로 마음을 대신 합니다 내발끝에서 오는 골맛은 영원히 잊을수가 없죠--체험해보지않으면 아무도-- 낙시의 손맛에 비할 수가 없죠- 그골맛은 영원히 갈겁니다 고운글 잘 머무르다 갑니다--수고많으셨어요

김은식 2013-06-17 01:15	《Re》염규식 작가님 , 학생시절 딱히 공부 말고 할게 그리 없던 시절, 운동으로 많은 친구도 사귀었습니다 한때 우리들 마음을 사로잡았던 권투와 축구, 대중적 인기운동으로 우리들의 체력을 책임졌던 효자운동이였어요, 그렇게 준비도 필요없이 공하나면 친구를 사귈 수 있던 시기였지요 . 요즘 청소년들의 체력이 그때처럼 강인하지 못하지요. 운동으로 꿈을 키우던 시절, 어린 학생시절로 되돌아 가 보았습니다 작가님,글로써 스포츠로서 취미로써 공감해 주시니요, 감사합니다 늦은 밤 편히 주무세요^^

오월의 평화

날으는 것들은 생각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