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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은식
ㆍ작성일	2013-05-03 23:08

ㆍIP: 39.xxx.224

동네친구

동네친구
- 김은식

동네 뒷산 용머리 봉, 망바위에서 내가 사는 까치동네를 내려다본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올라보면 첩첩이 넘어오는 산등성이가 멀리 시야에 달려오고 조금은 숨이 차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흐르기 시작하는 아담한 높이의 산이다.
휴일이면 나는 망바위에 오른다.
전망이 오방으로 트인 곳이라 스스로 지어낸 바위 이름, 그렇게 불러주고 싶었던 것은 내 마음의 호감이었을까?
피곤한 몸과 마음에 잠시 평화, 안정과 가슴 트임을 주는 용머리 봉 망바위, 언제부터인가 그가 친구처럼 다가왔다. 동네가 보이는 산자락으로 늘 내 곁에 머물러 있는 믿음직한 모습의 친구.
간편한 옷차림으로 마실 가 듯 부담 없이 오르는 곳, 그곳에 가면 무엇이든 내어주는 친구가 있다.
요즘은 그에게서 아름다운 思索을 가져온다.
친구가 바리바리 싸주는 곶감 같은 생각을 먹어도 보고, 널어놓아도 보고, 고운 손님이 오실 양 남겨도 보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의 내면으로 깃드는 변하지 않는 맛, 그 心象을 가져온다. 그가 주는 마음을 가져와 그것에 젖는다.
친구에게 오를 때는 모든 걸 제쳐두고 가벼운 마음 하나만 가져간다.
그에게 가는 내 마음은 언제나 빈 그릇이 된다.
빈 그릇으로 가기가 무엇한 날이면 한바탕 마음의 넋두리를 담아가고, 웃음을 가져가고, 때론 마음 가득한 울화를 쏟아 부어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빈 그릇으로 오르기가 매양 편한 친구.
이 투박한 박나무 그릇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한 됫박 담아준 그의 송홧가루 그릇이다.
그 이후로 만날 때마다 사색의 마음을 담아주는 그릇은 지금까지 곱게 간직해오는 내 마음의 신주단지, 자연히 내 그릇이 되어버렸다.
그릇을 돌려줄 짬을 주지 않는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 어제는 간다는 말없이 몰래 내려오다 금방 내 자취를 들켜버렸다.
구태여 보지 않아도 덩치 큰 육감으로 그도 내가 없으면 허전해함을 안다.
친구는 굴러 내릴 듯 한 목소리를 질러대며 나를 부른다.
못들은 체 산자락을 내려와 정다운 눈빛으로 올려다보면, 나를 부르다가 지친 걸까?
먼데서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 만고의 세월을 바라보는 시선.
나에겐 보이지 않는 진리가 그에겐 보이는 듯, 세월이 넘어오는 산등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마음을 비우려고 휴일이면 찾았던 친구. 그가 나에게 내어준 마음을 나는 내 것인 양 편안해 했다. 돌려주지 못한 빈 그릇이 인연의 고리가 되어 나는 아직도 그의 곁에 머물고 있다. 각박한 세상 모두가 떠나고 없는 이즈음 나이에 사색의 동네뒷산에 오르면 느즈막이 만난 친구가 산다.
구름을 거느리고, 오월의 들꽃을 뜨락으로 심어 정원을 가꾸며, 새소리 바람소리를 벗 삼아 사는 내 친구 망 바위. 오늘도 나는 그의 체향 송홧가루 내음이 온몸에 배인 채, 사색의 산자락을 내려온다.

윤혜석 2013-05-06 14:52	마음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된 산. 빈 손에 안겨주는 푸근한 마음, 그리고 산을 바라보는 친구의 다정한 눈길... 든든한 친구를 지척에 두셨으니 행복한 분이십니다. 자연과 함께 자연이 되는 작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염규식 2013-05-06 21:47	참으로 님은 행복한 님이십니다- 인간은 수시로 이해를 따져 변하건만-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않고,님의 아픔과 사색을 함께하는 좋은친구가 부럽습니다--고운밤 되십시요

김은식 2013-05-13 22:19	《Re》윤혜석 작가님 , 동네 뒷산에 자주 올라 봅니다.마실가듯 나가 만나는 친구 예전엔 이러한 여유가 우리생활에 배여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치 못합니다 각박해진 세상에 사람아님 다른 곳으로 마음을 돌려야 하는 씁쓸한 생각 마저도 들어요

김은식 2013-05-13 22:23	《Re》염규식 작가님 , 네~ 작가님 자연은 늘 우리에게 배풀어주는 대상입니다 부모처럼, 애인처럼, 친구처럼 고운밤 되십시요

날으는 것들은 생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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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2	admin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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