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2014-04-15 11:50

ㆍIP: 220.xxx.26

수필을 시작하는 분들께

수필, 소설 분과 회장직을 맡고서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조금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아직 바쁜 일정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나는대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할 것 같아.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셨으면 하고 몇 글자 적어봅니다.

수필을 시작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수필은 형식이 없이 자유롭게 팬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형식이 없다 하여 무턱대고 쓰는 것은 아닙니다. 무형식의 형식이 더 어려운 법입니다. 형식이 없지만, 독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정확하게 읽혀야 합니다.
독자가 읽기 편하고, 쓰고자 하는 목적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방법을 알아야 제대로 된 수필을 쓰실 수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 무엇을 쓸 것인가.
- 소재를 찾아야겠지요?
수필의 소재는 주변에 아주 많습니다. 숨 쉬는 것. 쓰고자 하고 주변을 살펴보면 참 많지요? 꼭 누군가에게 계몽적인 내용일 필요는 없습니다. 화려한 봄의 감상일 수도 있고, 어느 한 가지에 대한 내 느낌일 수도 있고, 사회 현상에 대한 피력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커피를 마시면서 느껴지는 여유가 수필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주제가 명확해야 글 쓴 목적이 드러나겠지요?
소재를 찾았는데 그냥 나열만 한다면 낙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일기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하나의 수필이라는 장르로 만들려면 주제가 있어야 합니다. 즉 그 글을 쓰는 목적이겠죠?
아주 사소하게 지금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감정을 수필로 승화시킨다면 어떤 목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커피는 여유입니다. 물론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커피에 관련된 글을 쓰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 기억하고 그 주제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커피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죠? 쓰디쓴 맛이지만 자꾸 생각나는 것도 그렇고, 커피에 관련된 일화도 있을 테고, 커피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많은 것 중에 딱 한 가지에 목적을 두고 쓰시면 됩니다.

주제가 둘 이상이 되면 글은 얼른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독자는 한 가지의 주제를 가졌을 때 간결하고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거든요.

2. 어떻게 쓸 것인가
- 문장 호흡은 짧고 명료하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문장백과사전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가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은 18자에서 25자이다. 부득이한 경우 이외에는 33자를 넘기지 마라.”
문장호흡은 글을 시작해서 마침표가 있는 곳까지를 이야기합니다. 같은 뜻, 같은 문장이지만 호흡에 따라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의과대학의 고된 과정이 힘에 부쳐 때려치우고 싶을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현금의 얼굴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되었는지 상상이 안 되는 건 딴 초등학교 동창들과 마찬가지였다. 알아볼 만한 단서도 떠오르지 않았다. 현악기를 타고 있을 것처럼 여긴 적은 가끔 있었다.]

박완서 소설가님의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는 장편소설의 한 문장입니다. 이 문장도 호흡이 짧은 건 아닙니다. 이 문장의 호흡을 길게 해 보면

“의과대학의 고된 과정이 힘에 부쳐 때려치우고 싶을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했는데 현금의 얼굴을 떠올릴 수는 없었고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되었는지 상상이 안 되는 건 딴 초등학교 동창들과 마찬가지였고 알아볼 만한 단서도 떠오르지 않았으며 현악기를 타고 있을 것처럼 여긴 적은 가끔 있었다.”

문장 호흡을 길게 해 놓으니 앞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얼른 생각나지 않을 것입니다. 문장이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문장이 부득이하게 길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짧게 끊어 쓸 수 있다면 문장호흡을 짧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과감하게 넣지 마세요
가끔 수필을 읽을 때 대책 없이 길어지는 글들이 많습니다. 물론 길이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한 주제를 가지고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까지 넣는 경우입니다. 이런 것을 군더더기라고 하지요?

가장 쉬운 예로 “어머니”에 관해서 글을 쓴다고 한다면, 어머니란 소재는 할 말이 참 많죠? 그래서 주제를 “어머니의 정원”이라고 했다면, 그 정원에 관련된 이야기만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머니의 정원을 이야기하면서 어머니의 일생을 다 넣으려고 한다면 대책 없이 길어지고 한 편의 소설이 되겠지요? 그럴 때는 어머니의 일생이 주제가 되어야겠지요.

다만 어머니께서 그 정원을 만들게 된 계기, 아니면 젊은 날엔 삶이 고달파서 꽃을 모르고 사셨다가 연세가 드시니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계신다는 일화는 넣어도 괜찮겠지요. 하지만 어머니께서 유년시절에 힘드셨던 이야기, 결혼해서 아이 낳고 가난해서 굶기를 밥 먹듯 했었다는 이야기. 자상하시고 아름다우신 마음 이야기 등등. 물론 소개는 할 수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실 만큼 여유와 마음이 고우신 분이시라는 피력은 할 수 있으나, 그게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주제가 헷갈린다는 이야기이지요.

어머니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어머니” 라는 주제로 여러 편의 글을 쓰시면 됩니다. 소주제는 하나씩. 그것이 더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요.

-서론 본론 결론을 생각해 보세요
수필은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 맞지만, 도입부, 하고 싶은 말, 맺는말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독자에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처음 서론(도입부)에서는 내가 지금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해 암시를 주어야겠지요?

“화창한 봄이다. 오래간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집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어머니의 정원이 보인다.”
이 세 문장으로 더 많은 서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 문장만으로도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알 수 있겠지요? 어머니의 정원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것이 주제가 될 것임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씁니다.
“어머니의 젊은 날 꽃이 아름다운지 모르고 사셨다. 그만큼 삶이 고달팠다. 노년에는 꽃이 예뻐 보인다. 작지만 앙증맞고, 그 생명 자체가 귀해 보인다. 이 작고 초라한 정원에서 꽃피우는 생명이 아름답다며 웃으신다.”
대충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하고자 하는 말이 되겠지요?

그리고 마지막이 결론입니다. 가장 중요합니다. 글 쓴 목적이 확실하게 밝혀지는 곳이거든요.
“어머니도 이제 하늘로 돌아가는 날을 생각하시는 것은 아닐까.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엿보인다. 하지만 사시는 날까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시며 행복한 웃음으로 사셨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식의 내용이 들어가겠지요? 만약 결론에서
“어머니는 정원에 서 계실 때 가장 아름답다. 젊은 날 생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이제야 찾으시는 것 같다. 정원에 꽃씨를 심으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머니의 정원은 어머니를 닮았다.”
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글 쓴 목적이 전혀 달라지겠지요? 이렇듯 결론에서 어떤 글을 쓰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론, 본론보다 결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제목은 곧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제목을 정하는 방법은 먼저 정하고 내용을 쓰기도 하고, 내용을 쓴 뒤에 제목을 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목을 정해 놓고 쓰는 것이 내용이 흐트러지지 않고 주제에 맞게 쓰게 되겠지요?
제목은 곧 주제라고 독자는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목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지요. 만약 어머니의 정원에 대해 쓰고 있으면서 제목을 단순히 “고향”이라고 한다면 고향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전혀 다른 느낌으로 글을 읽게 되지요. 그리고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하겠지요?

그래서 제목을 정하는 것에 신중해야 합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독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문장을 사용하세요.
독자는 이제 글을 배우는 유치원생 일 수도 있고, 연세가 많으신 분일 수도 있고, 문학 평론의 전문가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올리는 곳, 내가 발표하는 문예지의 독자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문장은 정확하게 어휘 선택을 해야 하고, 문장호응에 맞게 써야 합니다.

“만약”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면 끝은 “ ~할 것이다.”로 끝나는 것이 문장호응이 맞는 문장이 되겠지요? 이렇듯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또한, 독자의 신뢰감을 저버리는 가장 큰 요인은 철자법 및 띄어쓰기입니다. 시는 사투리 표현이나 그 지방의 특색, 환경, 또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고, 철자법과 무관한 표현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수필은 대화체를 제외한 모든 서술문에는 사투리를 사용해서도 안 되고, 부득이하게 사투리를 사용할 경우 각주를 달아서 독자에게 설명을 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철자법 및 띄어쓰기는 정확하게 사용하셔야 합니다. 또한, 어려운 단어이거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아닐 경우는 꼭 주석을 달아서 설명해 주는 친절함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단어의 선택을 할 때, 쉬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는 꼭 문장에 정확하게 맞는 단어인지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확인하셔야 합니다. 물론 요즘엔 스마트폰이나 온라인에 국어사전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될 수 있으면 국어어문학회에서 나온 표준국어사전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철자법과 띄어쓰기는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를 사용 하시되 아래에 설명되어 있는 도움말을 꼭 읽어보시고 내가 의도하는 내용인지 아닌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수필은 쉬운 글이라고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어려운 장르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도 디지털화가 되었기에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명확한 글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글을 몇 번 읽고 점검하는 퇴고 과정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설명하고 있는 이글은 정확한 답은 아닙니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서 많은 분이 좋은 주제를 가지고 좀 더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써 봅니다. 이제 수필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담.
수필을 써보신 분들은 벌써 알고 계시지요?
지금 수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글도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가장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글의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이길선 2014-05-03 13:54	늦었지만 - 지금 열공합니다 ! - 고맙습니다 - 설연화작가님!

정찬열 2014-05-20 21:37	설연화 회장님 뜻깊은 가르침에 깊은 감사를 립니다.노력 할께요 감사합니다.

김단 2014-06-11 22:14	존경하옵는 설연화회장님 시집 출간 전에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회장님 앞에 당당히 서는 날이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회장님! 늘 건안향필 만사다복 하세요~^^

박정석 2015-05-21 16:02	회장님!!! 동경에서 인사 올립니다 지난 4월에 시부문에서 등단을 했습니다만 수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배움이 되는 좋은글 당부드립니다.

김옥자 2015-07-10 16:16	늘 소녀같은 설연화 회장님 더운 여름 발 끝에 시원한 물줄기 담는 여름 되셔요. 고맙습니다.

김복희 2021-02-05 21:00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수필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맴도는데 정확한 답은 모르겠네요. 열심히 생각하면서 써 보고 또 생각해 보는 사람이 되어야 갰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사의 말씀.

문우님들 작은사랑 나누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