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고 있다
불타고 있다
현성 김수호
석유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는 죽음이다
죽도록 농사지어 한겨울 보일러 굶어 얼어 죽을까 싶어
먹여 살리고 나면 알량한 볏 씨 한 톨 봄 씨앗이지
저놈의 석유는 왜 땅속에 묻어두고 허구한 날
시커먼 연기만 뿜어내며 종말을 부르고 있느냐 말이다
누구는 입이 천개나 되어서
그 많은 석유를 한 입에 다 처먹고
정작 배고픈 서민은 한겨울 한입에 죽어라
땀 흘린 농사를 불태우고 있느냐 말이지
시골 산골 바닷가
그놈의 바람은 왜 이리도 더 거칠고
모질게 없는 서민만 후려치고 갈겨대는지 모르겠어
차라리 독립투사가 되어 만주벌판으로 뛰어가면
후일 무덤가 쇳덩이 훈장이라도 달아주지 않을까
휭 하니 바람 불면 고스란히 남아
무거운 업덩이 훈장만이 눈발에 덮히어
포근한 잠이라도 들지 않겠어
도시는 이글거리는 풍요의 열기에 웃통 훌렁 벗어던지고
처먹고 살 뺀다고 아우성이고
산으로 겨울 만나러 스키타고 등산하러 가는데
시골 서민 그 무슨 해괴한 일이여
쌀 한 톨 만들기 위해 봄부터 겨울까지
손발이 터지고 갈라져도 햇빛에 타들어가는 살점이
시커먼 암흑으로 변해 가는데
겨울 그놈의 겨울 보일러는
왜 이리 크게 밥 달라고 울어대는지
석유가 나오는 그곳까지
겨우내 파고 들어가야 하는 거야
바람소리는 왜 이리 크게 들리는 거지
겹겹이 쌓이는 추위는 서민을 불태우고 태워
재마저 바람으로 보내고 말테지
차라리 벌거숭이산이 그립다
아궁이 군불이라도 지펴
속 타는 가슴 대신하고 훨훨 타오르는 불길 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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