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필가 율하 김남식

얼마 전 무언가에 쫓기면서 생활을 하던 한 사람이 저승으로 가버렸다. 그가 쫓기고 압박받던 생활은 아마도 태생과 유년시절부터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집안에서 자라나 고등학교 출신에 고시에 합격하고 판사가 되었던가? 언뜻 보면 남들은 개천에서 용 나다,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고 자랑할 때쯤 그는 평범한 사람도 성공하고 서로 화합하는 좋은 세상을 더욱 꿈꾸며 정진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가난의 성장과정에서 좀 더 배우지 못하고 어렵던 시국의 환경에 쫓겼던 생활이 만들어낸 생각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이상은 하늘이 정해준 사명감이 된 것처럼 새로운 정치를 꿈꾸며 자신의 신념을 다하여 도전과 실패 속에서 50여 년의 고행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러던 와중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하늘의 신망을 얻어 60이 다 되어 “노 통” 또는 “바보 대통령”이란 칭호로 불리면서까지 자신의 솔직 담백한 이상의 삶이 재임기간에 한 치도 꿋꿋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한 그가 퇴임하고 사람이 소박한 모습이 있는 시골에서 자연의 향기가 더해주는 살만 하고 행복이 넘치는 생활을 그리며 그를 좋아하는 그들과 함께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민주주의에 맞는 여러 가지 계획을 실천하면서 노후를 보내기로 작정하였는데, 그곳의 생활은 시작과 함께 온갖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고 아마도 처음부터 주검은 예정된 순서처럼 기운을 안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본다.

얼마나 지나지 못해 사건은 터지고 온갖 추측이 난무한 체 규명되지 않은 주검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하늘이 맑은 날에 오색 채운(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에 생기는 다섯 가지 빛깔의 구름입니다. 보통사람들은 평생에 한번 보기도 어렵다는, 한번 보는 것만으로 상서로운 길조로 여겨지는 것으로 티베트에 부처로 추앙받는 “파드마삼바바사원” 뒤로 하늘에 오색 채운이 나타났었고 한국에서는 성철스님의 다비식 때 있었던 같은 현상입니다. 그러니 이번 영결식과 화장하는 날 나타났으니 똑같은 경우다. 티베트《사자의 서》라는 책에 보면 이런 오색 채운은 바른 수행을 한 구도자가 열반에 들 때 나타나는 상서로운 현상이라고 합니다.)을 드리우고 흰나비가 영정에 내려앉고 흰색비둘기가 전깃줄에서 계속 주시하였고 갑자기 폭우로 서거를 주관하는 애도의 손길에 추모 열기는 자발적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마치 성인 한 분이 돌아가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비단 이런 현상 때문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고인이 가시는 길의 노제를 보며 현시대의 글쟁이로서 현장에 모인 말을 담아보고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고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의 말과 글을 인용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정치적 원칙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에서도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무슨 원칙을 지켜왔느냐, 전임 대통령들은 당의 총재를 겸했었습니다. 총재는 당직 임면권과 공천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대통령이 국회를 지배하는 겁니다. 삼권분립 체제하에서 노 대통령은 과감히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보정치가 다 없어졌습니다. 돈 정치가 사라졌습니다. 정경유착, 비자금, 차떼기 더는 우리 정치문화에 등장할 수 없는 용어가 됐습니다.]

[2002년 말 수출이 1,600억 달러였다는 것은, 해방 이후부터 겨우 1,600달러인데 단 4년 동안에 2배를 늘려놓은 겁니다. (수출, 주가, 외화보유액, 국민소득,) 2배로 늘었는데도 ‘경제파탄’인가? 경제의 거울이라고 하는 것이 종합주가지수입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2년에 670이었습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1,400이 되었습니다.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까요. 외화보유액이 지난달 말로 2,400억 달러입니다. IMF 외환위기가 왜 왔습니까? 외화보유액이 없어서 위기가 왔던 겁니다.]

[경제가 파탄됐던 때가 딱 두 번 있습니다. 79년 말부터 81년까지 3차 석유파동과 함께 대한민국이 10.26부터 부마사태, 5. 18 이렇게 이어지면서 엄청난 정쟁과 쿠데타의 회오리 속에 빠졌을 때, 그때가 첫째 파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최규하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석유 좀 꿔달라고 할 때입니다. 두 번째 파탄은 97년 외환위기 때입니다. 마지막에는 29억 달러 남아 있었어요. 지금 그게 2,400억 달러가 된 겁니다. 파탄이라는 말을 쓰려면 그때 썼어야 합니다.]

[2004년 초부터 계속 야당이 유기파탄 그리고 거기에 야합하는 신문들이 있죠. 여러분이 많이 보실 거예요. 그 신문들이 유기파탄 하니까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 한 4개월 사이에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10조 원을 긁어모았습니다. 국내투자자들은 다 투매했던 거예요. 그걸 외국인 투자자가 긁어모은 겁니다. 그때 규모가 10조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1,400까지 와 버린 겁니다. 외국인들은 봤던 거죠. 얼마나 즐겼겠어요. 그래놓고는 또 신문이 뭐라고 쓰느냐, 개미투자자·국내투자자는 재미 못 봤다, 외국인투자자들만 챙겨갔다, 이런 말을 또 어떻게 합니까? 국민 앞에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오만이고 독선이고 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입니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얼마였느냐, 1만 1,500달러였습니다. 그러니까 딱 8,500달러를 5년 동안에 올려놓은 겁니다. 거의 2배 수준으로 올려놓은 겁니다.]

위와 같이 일부분만을 놓고 모든 사람이 추모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걸어왔던 행보를 볼 때 서민을 존경하고 국민 모두에게 먼저 머리 숙일 줄 알고 강대국에 꿀릴 게 없었던 행동과 자주국방력 향상에 온 힘을 다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역사적 축을 이루고 청렴하고 소박한 인간미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고 이른바 못난 사람이 잘사는 세상의 건설을 꿈꾸며 지역주의 타파와 지방 혁신도시 건설 등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크게 본다면 이런 추모 열기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도덕적 청렴성을 주장하던 인생의 잘못이 일순간에 무너졌지만, 사람들은 결코 그가 한 짓이 아니리라 믿고 싶어 하고 또한, 이를 과감하게 다른 인물이 전적으로 한 일에 얽혀지게도 추측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데에는 삶에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고 만약 자신의 잘못이라면 틀림없이 밝혔을 양심가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에 이번 사태를 정리한다면 현 정치와 시국의 상황이 대한제국이 망해갈 때의 상황과 견주어 볼 수 있다고 본다면 그 시대에 인물이 많이 있지만, 개혁정치를 꿈꾸던 고종의 죽음과 민영환의 죽음이 국민에게 분개심(憤慨心)을 불러 일으켜 3.1운동을 이끌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되었듯이 억압받는 정치의 통제에서 자유를 누리고 행복하게 살 국민의 권리를 표출하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이끄는 기운이 싹트기 시작하였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번에 가신 분처럼 무언가에 쫓기면서 살 수가 없는 환경이 만들어낸 수많은 뜻을 새긴 추모의 만장기 속에 글씨가 너무도 내 눈에 가시지를 않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 세상이 버린 풍운아의 가신 길을 위로하며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은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끝내 이기리라’ 그가 즐겨 부르던 노랫말의 뜻처럼 단 한 사람이라도 민주주의 발전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그의 생의 재조명과 노고를 위로하며 세상이 버린 풍운아가 두 번 다시 되지 말기를 바란다.